[기자수첩]요지경 나라에서 맞는 인구의 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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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잘못된 거 아닙니까? 애 넷을 낳아 청약에 당첨됐다고요? 나라에서 공짜로 드려야죠."
최근 방송인 A씨가 집과 관련된 프로그램에서 동료 연예인이 아이 넷을 낳고 다자녀 청약에 당첨됐다고 하자 이같이 말했다.
다소 과장된 표현이긴 하지만 합계출산율 0.78명의 나라에서 아이를 넷이나 낳았는데, 이제야 주거 마련이 이뤄진 것에 고개를 갸우뚱한 것이다.
1987년 세계 인구가 50억명을 돌파한 기념으로 만든 날을 출산율 꼴찌국에서 축제처럼 보내는 아이러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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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장히 잘못된 거 아닙니까? 애 넷을 낳아 청약에 당첨됐다고요? 나라에서 공짜로 드려야죠.”
최근 방송인 A씨가 집과 관련된 프로그램에서 동료 연예인이 아이 넷을 낳고 다자녀 청약에 당첨됐다고 하자 이같이 말했다. 다소 과장된 표현이긴 하지만 합계출산율 0.78명의 나라에서 아이를 넷이나 낳았는데, 이제야 주거 마련이 이뤄진 것에 고개를 갸우뚱한 것이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11일을 전후로 ‘인구의 날’ 행사를 열었다. 행사는 대개 축하공연과 저출산 극복에 앞장선 이들을 포상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좌우를 막론하고 저출산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지만 국가 역량을 뼈아프게 반성하는 시간은 없다. 1987년 세계 인구가 50억명을 돌파한 기념으로 만든 날을 출산율 꼴찌국에서 축제처럼 보내는 아이러니다.
행사장 바깥에서는 심각한 저출산으로 전에 없던 ‘요지경’이 벌어지고 있다. 지방소멸 마지노선으로 꼽히는 인구 3만명 이하 소도시는 벌써 13곳이다. 특단의 대책이 없으면 조만간 도시가 사라진다는 의미다. 지자체들은 조그만 관공서 하나를 두고 치열한 유치전을 펼치기도 한다. 다른 지역의 인구를 뺏어오기 위해 제로섬 게임에 나선 모양새다.
아이를 극진히 여겨도 모자랄 판이지만 현실은 아니다. 직장갑질119에 따르면 직장인 3명 중 1명, 비정규직 절반 이상이 출산휴가 사용에 눈치를 보고 있다. 월급이 150만원 미만인 직장인은 65.3%가 출산휴가를 자유롭게 쓰지 못한다고 응답했다. 수도권 어린이집 입소는 하늘의 별따기인데 보육·양육비는 세계에서 가장 비싼 나라로 꼽힌다. 집값이야 말할 것도 없다.
그런데도 국민들이 체감할만한 정부의 대책이 보이지 않는다. 민간에서는 네쌍둥이를 출산한 직원에게 현금 2000만원, 9인승 차량, 200만원 상당의 육아용품, 자녀돌봄서비스를 줬다고 한다. 그룹사 회장이 버선발로 직원 집에 찾아가 축하를 전했다. 반면 지금껏 정부가 밝힌 대책은 ‘비효율적인 예산을 효율적으로 쓰겠다’ 정도다. 현금성이든 뭐든 결혼·출산·육아에 필요하면 돈을 쏟아붓고 당장 제도를 뜯어고쳐야 하지만 요원한 상태다.
조선시대 세종대왕은 여성노비도 아이를 낳으면 100일간 쉬도록 보장했다. 세쌍둥이가 탄생하면 국가가 쌀·콩 1000kg(약 7석)을 선물했다. 600년 전 인구가 성장하던 국가의 출산정책이 이 정도라면, 역대 최악의 인구소멸국가는 더 빠르고 과감한 출산 대책을 내놔야 한다.
세종=송승섭 기자 tmdtjq8506@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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