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금융 영구채 신중 행보에 배어있는 '숨은 자신감'

부광우 2023. 7. 11. 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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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 내 의존 비중 4% 그쳐
그럼에도 탄탄한 BIS '눈길'
이자 부담 최소화 '일석이조'
서울 서대문 농협중앙회 및 NH농협금융 본관 전경. ⓒNH농협금융

NH농협금융지주가 국내 5대 금융그룹 가운데 신종자본증권에 대한 자본 의존도가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종자본증권은 사실상 만기가 없는 영구채로써 금융사들이 자본력 확충을 위해 발행을 확대하는 추세지만, 농협금융은 이를 최소한으로 억제하며 마이웨이 행보를 이어가는 모습이다.

신종자본증권을 둘러싼 금융사의 비용 출혈이 커지는 가운데, 농협금융은 이런 부담을 덜면서도 자본력 지표에 부족함 없는 모습을 보이며 남다른 자신감을 뽐내는 모양새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KB·신한·하나·우리·NH농협금융 등 5개 금융지주의 총 자본 216조4765억원 중 신종자본증권은 17조8947억원으로 8.3%를 차지했다.

신종자본증권은 발행하는 회사가 만기를 정할 수 있는 구조 상 부채가 아닌 자본으로 책정되는 특수 채권이다. 그 덕에 금융사는 신종자본증권을 늘림으로써 재무 지표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이처럼 상환을 계속 미룰 수 있는 채권이란 특성을 담아 통상 영구채로 불린다.

금융지주별로 보면 우선 눈에 띄는 곳이 농협금융이다. 농협금융의 자본 33조2493억원 가운데 신종자본증권은 1조3439억원으로 4.0% 수준에 그쳤다. 다른 금융지주들과 비교하면 단연 낮은 수치다.

나머지 4대 금융지주의 자본에서 신종자본증권이 갖는 비중은 낮아도 8%대, 높으면 10%를 넘기도 했다. 우리금융은 자본 32조6036억원에서 신종자본증권이 10.5%(3조4200억원)을 차지했다. 하나금융은 자본 38조5880억원 가운데 9.1%(3조5022억원)가 신종자본증권으로 비중이 높은 편이었다. 이밖에 KB금융은 자본 56조2402억원 중 8.9%(5조328억원)가, 신한금융은 자본 55조8955억원 중 8.2%(4조5958억원)가 신종자본증권이었다.

5대 금융지주 자본 중 신종자본증권 비중. ⓒ데일리안 부광우 기자

농협금융은 이처럼 영구채의 덩치가 상대적으로 작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발행을 억제하고 있다. 5대 금융지주 가운데 올해 1분기 신종자본증권이 늘어나지 않은 유일한 곳일 정도다.

실제로 올해 3월말 농협금융의 신종자본증권 잔액은 지난해 말과 비교해 변동이 없었다. 반면 KB금융의 신종자본증권은 같은 기간 대비 13.5%나 증가했다. 우리금융과 신한금융 역시 각각 9.6%와 9.5%씩 해당 금액이 늘었다. 하나금융의 신종자본등권도 6.3% 증가했다.

농협금융이 영구채를 최소화함으로써 얻는 효과는 비용 부담 완화다. 영구채는 자본력을 직접 끌어올릴 수 있는 대신 이자가 만만치 않은 채권이다. 조사 대상 금융지주들이 발행한 신종자본증권에 매겨진 금리는 지난해 하반기부터 5%대를 웃돌고 있다. 만기가 긴 영구채의 특성까지 감안하면 이에 따른 금융비용 부담은 한층 가중될 수밖에 없다.

이런 와중 농협금융이 오랜 만에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선다는 소식에 자금이 대거 몰려든 데에는 영구채를 둘러싸고 조심스런 스탠스를 취해 오던 기존 행보에 대한 반대급부가 담겨 있다. 농협금융은 지난 달 2700억원 규모의 신종자본증권 모집에 나섰다. 그런데 주문이 3590억원까지 밀리면서 발행액을 4000억원까지 증액했다.

특히 다른 금융지주들처럼 신종자본증권에 많이 기대지 않고도 탄탄한 자본력을 유지하고 있는 현실은 농협금융이 뚝심을 지킬 수 있는 원동력이 되고 있다.

농협금융의 올해 1분기 말 국제결제은행 자기자본비율(BIS 비율)은 15.97%를 나타냈다. BIS 비율은 금융사의 자본력을 평가하는 핵심 지표로, 이 수치가 높을수록 자본 건전성이 좋다는 의미다. 농협금융의 BIS 비율은 KB금융(16.84%)과 신한금융(16.00%)보다는 낮지만, 우리금융(15.79%)과 하나금융(15.32%)에 비해서는 높은 수치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사 입장에서 신종자본증권은 유동성과 자본력을 동시에 확충할 수 있는 수단이란 점에선 매력적이지만, 자본력 지표가 괜찮다면 굳이 손댈 필요도 없는 채권"이라며 "지금처럼 발행 금리가 높아져 있는 상황이라면 가급적 이를 최소화하는 게 바람직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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