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도 못 하는 랩(rap)…칠곡할매들이 직접 공연했다”

김재산 2023. 7. 11.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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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든이 넘어 한글을 깨친 경북 칠곡군 할머니들이 대통령 글꼴로 알려진 칠곡할매글꼴 제작에 이어 래퍼로 변신해 힙합 공연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11일 칠곡군에 따르면 할머니들은 지난 9일 북삼읍 어로1리 마을 공연장에서 '1080 힙합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이날 무대는 10대 청소년과 함께 평균 연령 77세인 보람할매연극단 소속 어로1리 할머니 9명이 힙합 복장을 하고 무대의 주인공이 돼 랩을 뱉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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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곡 보람할매연극단 소속 할머니 9명 힙합 복장으로 ‘1080 힙합 페스티벌’ 개최
최순자(가운데) 할머니는 다른 할머니와 함께 무대를 종횡무진 누비며 힙합 공연을 펼쳐 200여 명의 관객으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칠곡군 제공

“소밥 주다 개밥 줘. 개밥 주다 소밥 줘. 그래도 난 연습해 랩을 매일 연습해”

여든이 넘어 한글을 깨친 경북 칠곡군 할머니들이 대통령 글꼴로 알려진 칠곡할매글꼴 제작에 이어 래퍼로 변신해 힙합 공연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11일 칠곡군에 따르면 할머니들은 지난 9일 북삼읍 어로1리 마을 공연장에서 ‘1080 힙합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이날 무대는 10대 청소년과 함께 평균 연령 77세인 보람할매연극단 소속 어로1리 할머니 9명이 힙합 복장을 하고 무대의 주인공이 돼 랩을 뱉어냈다.

장병학(87) 할머니는 홀로 무대에 올라 공연을 펼쳤고, 최순자(78) 할머니는 다른 할머니와 함께 무대를 종횡무진 누비며 숨겨진 끼를 마음껏 발산해 200여 명의 관객으로부터 박수갈채를 받았다.

어로1리 할머니들은 손주와의 소통은 물론 마음만은 젊게 살겠다는 생각으로 젊은 층의 전유물인 랩에 도전하기로 하고 지난해 9월부터 연습에 매진했다.

할머니들의 스승은 대구 출신 힙합 뮤지션인 래퍼 탐쓴(30)과 성인문해 강사로 할머니들에게 한글을 가르쳤던 황인정(49) 씨가 맡았다.

래퍼 탐쓴은 한 달에 다섯 차례 정도 마을회관을 찾아 할머니들에게 랩을 가르쳤고, 할머니들이 작성한 가사를 라임이 있는 랩 형태로 바꾸었다.

또 자신이 부른 랩을 녹음해 할머니들에게 전달하며 연습을 독려하는 등 할머니 제자 양성에 정성을 기울였다.

황 씨는 자녀와 함께 랩과 힙합 춤을 배워 연습하며 할머니들을 지도했다.

손주들은 할머니들의 가정교사로 나섰고, 할머니들은 이웃집 할아버지로부터 실성한 사람이 아니냐는 말을 들을 정도로 연습하고 또 연습했다.

10개월에 걸친 할머니들의 노력은 국민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4곡의 랩을 완성하고 무대에 섰다.

앞으로 할머니들은 초등학교와 유치원은 물론 각종 행사에서 랩과 힙합 춤 실력을 뽐내며 세대 간 소통을 통한 새로운 문화 창출에 나선다.

정송자(78) 할머니는 “며느리도 못 하는 랩을 내가 정말로 할 수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제는 TV에 나오는 랩 가사가 들리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손주와 친해지는 계기가 돼 좋았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재욱 칠곡군수는 “정규 한글 교육을 받지 못한 마지막 세대 할머니들이 문화의 수혜자에서 공급자로 우뚝 서고 있다”며 “디지털 문해교육과 문화도시를 통한 인문 정신 확산은 물론 차별화된 문화 콘텐츠 생산을 위해 지원과 노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칠곡=김재산 기자 jskimkb@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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