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달만에 감소한 수출·더 줄어든 수입…7월 흑자돼도 '불황형'(종합)

7월 1~10일 수출 전년比 23억 달러↓
中·美와 교역 규모 모두 줄어
'제2의 반도체' 육성, 수출시장 다변화 필요

이달 1~10일 수출액이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4.8% 줄었다. 지난달 1~10일 수출액이 1.2% 증가해 4개월 만에 플러스를 기록했으나, 한 달 만에 다시 감소세를 보였다. 최대 교역국인 중국과 미국에 대한 수출·수입액이 모두 줄면서, 지난달에 이어 이번 달에도 무역흑자가 이어진다고 해도 '불황형 흑자'라는 지적은 불가피해 보인다.

11일 관세청은 올해 7월 1~10일 수출액이 133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4.8%(23억달러) 감소했다고 밝혔다. 수입은 155억달러로 26.9%(57억달러) 감소했다.

이를 포함한 연간 누계수출은 3204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2.5%(456억달러) 감소했다. 수입은 3492억달러로 8.8%(335억달러) 줄었다.

무역수지는 22억7600만달러 적자였다. 누적 적자 규모는 287억4700만달러로 전년 동기(166억달러)보다 121억4100만달러 늘었다.

이달 10일까지 조업일수는 지난해와 같은 7일을 기록했다. 조업일수를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은 19억달러로 전년 동기(22억2000만달러)보다 14.8% 줄었다.

이달 1~10일까지 수출을 품목별로 보면 전년 동기 대비 승용차(25.2%)와 선박(74.0%) 등이 증가했다. 반면 반도체(-36.8%)와 석유제품(-51.3%), 무선통신기기(-27.1%) 등은 감소했다. 수입은 전년 동기 대비 무선통신기기(48.1%) 등은 증가했으나, 원유(-55.2%), 반도체(-23.8%), 가스(-32.2%), 반도체 제조장비(-14.7%) 등 감소했다.

국가별로 봤을 때 우리나라 교역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을 상대로 한 수출·수입액이 모두 감소했다. 수출의 경우 유럽연합(EU·22.4%), 인도(11.1%) 등은 늘었다. 중국(-20.6%), 미국(-9%), 베트남(-32.5%) 등은 줄었다. 수입은 베트남(13.7%), 말레이시아(6.1%) 등은 늘었고, 중국(-16.8%), 미국(-17.5%), 유럽연합(-5.9%) 등은 줄었다.

정부는 '상저하고' 전망을 여전히 유지하는 중이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 5일 올해 하반기 수출 동향에 대해 "연말로 가면 수출 증가율이 전년 동기 대비 플러스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장관은 "중국의 경기 회복이 본격적으로 안 됐고, 반도체 부분도 본격 회복이 안 되고 있다"면서도 "연말쯤 수출 증가율이 호전돼 무역수지는 9월 이후 계속 흑자일 듯하다"고 부연했다.

이는 지난달 무역수지가 11억3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지난해 3월(-2000만달러) 이후 15개월 지속된 무역적자에 마침표를 찍은 데 따른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에너지 가격 하락 때문에 이번 달에도 흑자가 계속될 가능성이 있다고 이야기하면서도, 단순히 수출액에서 수입액을 뺀 액수가 흑자라는 데 안심하면 안 된다고 지적한다. 수입과 수출이 동시에 줄면서 나타나는 불황형 흑자라서다. 다만 이 장관은 이러한 지적에 "불황형 흑자는 일반적으로 2분기 연속 경제성장이 마이너스일 때를 말한다"며 "지금 우리 경제는 1%의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다"며 일축한 바 있다.

석병훈 이화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수출이 지금 부진한 이유는 반도체라는 단일 품목에 대한 의존도가 너무 높고, 중국이라는 단일 국가에 대한 의존도가 높기 때문"이라며 "여전히 공식적으로는 잠재성장률에 못 미치는 경기 침체 내지 둔화 상황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최근 '제2의 반도체' 육성, 셔틀경제협력단 파견 등 다양한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점은 장기적인 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하지만, 하반기 반등을 점칠 만큼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세종=박유진 기자 geni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