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열사 일감몰아주기’ 미래에셋, 공정위 제재에 소송 냈지만 패소

서울고법, 공정위 승소 선고…“박현주 처분 적법”
430억 내부거래로 미래에셋컨설팅 매출 급증 도와
공정위 “판결 내용 분석…대법원 상고심 대비”

미래에셋 계열사들이 합리적 고려나 비교 없이 상당한 규모의 일감을 몰아주는 등 특수관계인에 부당 이익 귀속 행위가 적발돼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받은 제재가 부당하다며 낸 처분 취소소송에서 패소했다.

공정위는 지난 5일 서울고등법원 제6-2행정부는 기업집단 ‘미래에셋’ 8개 계열사와 동일인 박현주가 제기한 시정명령 및 과징금납부명령 취소소송에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하고 공정위 승소판결을 선고했다고 11일 밝혔다.

미래에셋 계열사들은 미래에셋컨설팅이 운영하는 골프장과 호텔에 대해 합리적 고려·비교없이 상당한 규모로 거래해 특수관계인에 부당 이익을 귀속시킨 행위로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43억9100만원을 부과했다.

미래에셋컨설팅은 특수관계인 지분이 91.86%(박현주 48.63%, 배우자 및 자녀 34.81% 기타 친족 8.43%)인 비상장기업, 비금융회사로 이 사건 당시 블루마운틴CC 및 포시즌스호텔을 운영했다.

이에 8개 계열사와 박현주는 공정위 처분에 불복해 2020년 서울고법에 처분 취소 소송을 제기했다.

서울고법은 원고들이 미래에셋컨설팅이 운영하는 골프장(블루마운틴CC)과 호텔(포시즌스호텔)에 대해 합리적 고려·비교없이 상당한 규모로 거래해 특수관계인에 부당 이익을 귀속시켰다고 봤다. 동일인 박현주의 묵시적인 동의나 승인으로 이 사건 각 거래에 관여한 부분이 인정된다고 봐 공정위 처분은 적법하다고 판결했다.

법원은 판결문에서 “공정거래법에선 거래 당시를 기준으로 합리적인 고려나 다른 사업자와 비교 과정이 있었는지를 판단하도록 규정하고 있다”며 “이 규정을 별도로 둔 취지는 상당히 유리한 조건으로 거래가 이뤄지거나 별도 사업기회를 행위객체에게 제공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행위객체에 일감을 몰아주는 경우를 규율하기 위함”이라고 봤다.

재판부는 “규율대상이 무한정으로 확장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일반 거래행위에서 통상 이뤄지는 절차를 거친 경우에는 일감몰아주기 규율대상에서 제외한다”며 “통상적인 절차는 해당 거래 의사결정에 필요한 정보를 충분히 수집‧조사하고 이를 객관적‧합리적으로 검토하거나 다른 사업자와 비교‧평가하는 등의 과정을 통해 이루어진 경우”라고 판시했다.

법원은 “원고들이 이 사건 골프장 및 호텔 거래 특성상 통상적으로 이뤄지거나 이뤄질 것으로 기대되는 거래상대방의 적합한 선정과정을 거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이 사건 거래를 통해 미래에셋컨설팅에 약 430억원 상당의 매출이 발생했다.

해당 사업 안정화에 이바지해 박현주의 부동산 투자 정당성을 확보하는 한편, 해당 사업 부문 손실을 줄여 박현주 등 특수관계인의 지분가치 유지에 이바지하는 등 특수관계인에게 이익이 귀속됐다.

위와 같은 이익 귀속은 특수관계인을 중심으로 경제력 집중이 유지될 우려가 있으므로 미래에셋컨설팅이 이 사건 거래로 영업손실을 입었다고 해 부당 이익이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아울러 동일인 박현주의 행위와 관련해 이 사건 거래를 직접 지시한 경우에는 해당하지 않더라도 기업집단에 대한 영향력을 이용해 다양한 방식으로 간접적으로 관여한 점 등을 고려하는 등 이 사건 거래에 관여한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봤다.

이번 판결은 공정위가 특수관계인에 대한 합리적 고려나 비교 없는 상당한 규모의 부당한 이익제공 관련 규정을 독자적으로 적용한 첫 번째 사례에 대한 판결이다, 법원이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판단기준을 명확히 제시했다는데 중요한 의미가 있다.

공정위는 “판결 내용을 분석해 향후 제기될 수 있는 대법원 상고심에 대비하고, 소송 계속 중인 남은 사건에 대해서도 적극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편, 이번 판결과 관련해 미래에셋 측은 “미래에셋이 대우증권 합병과정에서 (호텔과 골프장을 통해) 다양한 고객 및 임직원 행사를 진행한 것일 뿐 특정 계열사에게 부당한 이익을 주기 위해 골프장 또는 호텔 이용을 한 것이 아니다”며 “공정위 (조사) 단계에서부터 이러한 사정을 적극 소명했음에도 이를 인정받지 못한 점을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판결문 검토 후 상고 여부 결정할 예정”이라고 입장을 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