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미스터 올스타’ 안치홍과 2023년 ‘사직 아이돌’ 김민석
지금은 롯데 자이언츠의 주장을 맡고 있는 안치홍(33)에게도 앳된 얼굴의 신인 시절이 있었다. 바로 서울고를 갓 졸업하고 데뷔한 2009년이다. 19살 루키였지만, 당찬 실력으로 KIA 타이거즈의 주전 2루수를 꿰찼다.
전반기에만 12홈런을 터뜨린 안치홍은 그해 KBO 올스타전 팬 투표에서도 단연 인기 최고였다. 웨스턴리그 2루수 부문에서 가장 많은 표를 받아 생애 처음으로 별들의 잔치로 초청됐다. 역대 고졸 신인 최초의 팬 투표 선발. 모두 69만3565표를 받아 당시 76만1290표로 전체 1위를 차지한 이스턴리그의 김현수(35) 다음으로 2위를 기록했다.
집계 결과를 듣고 “내가 웨스턴리그 최다득표자가 될 줄은 몰랐다”고 화들짝 놀랐던 19살 샛별. 그런데 세상을 놀라게 한 사건은 그 다음 벌어졌다. 7월 25일 광주 무등구장에서 열린 올스타전에서 그야말로 깜짝 활약을 펼쳤다. 1-0으로 앞선 5회말 고효준으로부터 좌월 2점홈런을 터뜨린 것이다. 그리고 이날 웨스턴리그가 7-3으로 이기면서 미스터 올스타의 영예는 쐐기포의 주인공 안치홍에게 돌아갔다.
안치홍의 독무대로 장식된 2009년 올스타전. 그로부터 14년이 흘렀다. 이제는 베테랑 내야수가 된 안치홍은 “사실 본 경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얼떨떨한 마음만 있었다. 내가 뛰어도 되는 자리인가 했다”면서 “그런데 역대 올스타전 최연소 홈런과 최연소 MVP를 갈아치웠다.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당시 올스타전을 통해 정말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웃었다.
역사는 돌고 돈다고 했던가. 올여름에도 안치홍의 뒤를 이을 수 있는 재목이 나타났다. 바로 소속팀 후배인 롯데 외야수 김민석(19)이다. 올해 휘문고를 졸업하고 데뷔한 김민석은 최근 끝난 올스타전 투표에서 드림 올스타 외야수 3위(팬 92만5811표, 선수단 53표)를 차지해 14~15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리는 별들의 잔치로 초대됐다.
여기에서 흥미로운 지점이 하나 생긴다. 바로 안치홍과 김민석의 ‘평행이론’이다. 김민석은 안치홍처럼 고졸 신인 자격으로 올스타전을 뛰게 됐다. 이는 안치홍과 2017년 이정후, 2019년 정우영 다음으로 역대 4번째 사례다. 또, 안치홍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홈구장에서 생애 첫 번째 별들의 잔치를 즐기게 됐다.
김민석은 “신인인 내가 이렇게 큰 무대를 뛸 수 있다는 자체만으로도 기쁘다. 사실 나보다도 부모님께서 더 좋아하신다”고 웃었다. 이어 “안치홍 선배님께서 신인 시절 미스터 올스타가 됐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또, 역사적으로도 롯데 선수들이 미스터 올스타로 많이 뽑힌 것도 자주 들었다. 나 역시 그런 상을 받으면 좋겠지만, 일단 출전에만 의미를 두고 싶다”고 말했다.
김민석은 요새 사직구장에서 으뜸가는 스타다. 관중석 어디를 가더라도 김민석의 이름이 적힌 유니폼을 가장 많이 볼 수 있다. 매장에선 김민석 관련 제품을 없어서 팔지 못할 정도다. ‘사직 아이돌’이라는 별명도 얻었다. 김민석은 “인기를 느끼기는 한다. 그러나 다른 선배님들의 인기를 넘어서는 수준은 당연히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멋쩍은 미소를 지었다.
14년 전 같은 경험이 있는 선배 안치홍은 “(김)민석이로선 좋은 경험이 될 것이다. 그만큼 많은 분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는 증거 아닌가. 자부심을 안고 올스타전을 즐겼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김민석은 이번 올스타전을 위해 특별한 팬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바로 걸그룹 ‘블랙핑크’의 멤버인 제니의 춤을 따라 추는 것이다. 평소 제니와 조금 닮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올스타전 투표 기간 제니 댄스 커버를 공약으로 내세우면서 만만치 않은 도전을 하게 됐다. 김민석은 “연습은 하고 있는데 정말 쉽지가 않다. 나는 역시 춤과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팬들에게 약속한 만큼 최대한 열심히 연습해서 부끄럽지 않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고봉준 기자 ko.bongj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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