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K포커스]역대급 엔저에 수출 타격?…한은·시장 "걱정 과해"

문제원 2023. 7. 11. 09:51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슈퍼 엔저'에 국내 수출 경쟁력 저하 우려
하지만 한은·전문가들은 "큰 영향 없을 것"
경합품목 많지 않고, 가격보단 기술력 중요
현지 진출한 제조 기업 늘어 환율 영향력 ↓
日금리인상 기대도 여전…"1%대까진 감내"

'엔저(円低)' 현상이 우리나라 수출에 미칠 영향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엔화 가치가 하락하면 일본 기업과 경합하는 우리 수출 기업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가뜩이나 불안한 무역수지가 더 나빠질 수 있다는 우려가 크지만, 정작 경상수지를 집계하는 한국은행과 다수 전문가들은 엔저 영향이 크지 않을 것으로 내다봤다. 엔저가 우리 수출에 막대한 영향을 주던 시기는 이미 지났고, 앞으로 일본은행(BOJ)이 긴축 쪽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도 높기 때문에, 당장 엔저를 과도하게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설명이다.

11일 외환시장에 따르면 이날 시초가 기준 원·엔 재정환율은 100엔당 919.01원으로 전 거래일 오후 3시30분 기준가 대비 2.33원 올랐다. 지난 5일 100엔당 897.29원으로 8년 만에 800원대까지 떨어졌던 원·엔 환율은 이후 오름세로 돌아서 900원 초반대에서 등락 흐름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 역시 장기 추세로 보면 매우 낮은 수준이다. 100엔당 원화는 2020년 3월 1100원대까지 올랐었고, 엔화가 많이 하락한 올 초에도 주로 900원대 중후반에서 움직였다.

이후 엔화 가치가 가파르게 하락해 엔·달러 환율이 올해 초 127엔 수준에서 145엔 가까이 치솟았다. 이처럼 엔화가 약세를 보이는 것은 일본은행이 대규모 통화완화 정책을 지속하면서 미국 등 주요국과의 금리차가 더 벌어졌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달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추가 긴축 우려로 달러 가치가 오르고, 최근 원화 역시 강세 전환하면서 달러·원화 대비 엔화 약세가 더욱 두드러졌다. 일본은 경기 부양을 위해 저금리 정책을 당분간 유지한다고 밝혔지만, Fed는 7월은 물론 9월의 기준금리 인상설까지 나오는 분위기다.

엔저로 상품수지 타격?…"옛날 얘기"

일반적으로 엔저가 심해지면 우리 수출에는 부정적인 요소로 받아들여진다. 엔화 가치 하락으로 국제 시장에서 일본 수출 상품 대비 국내 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져 일본과 수출 경합하는 철강, 자동차 등의 피해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과거 추세를 분석했을 때 엔화가 1%포인트 하락하면 한국 수출 증가율이 0.61%포인트 낮아지는 모습을 보이기 때문에, 올해 상반기에만 엔저로 수출액이 100억달러 이상이 줄었다는 추정치를 최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공식 통계로 봤을 때 현재까지 엔저로 인한 상품수지의 타격은 거의 없는 상황이다. 한은 관계자는 "5월까지만 보면 엔화뿐 아니라 원화도 많이 절화돼 통계적으로 엔저가 경상수지에 준 영향이 크게 없었다"며 "6월부터 원화는 정상화된 반면, 엔화는 여전히 약세여서 앞으로 여행수지에는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달러 대비 통화 절하폭을 보면 올해 들어 5월까지는 원화 -4.72%, 엔화 -5.79%로 큰 차이가 없지만, 6월 이후에는 원화는 1.16% 상승한 반면, 엔화는 2.54% 하락해 차이가 벌어지고 있다.

다만 한은은 엔화 가치가 크게 떨어진 6월 이후로도 우리 수출이나 상품수지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과거에 비해 일본과의 수출 경합도가 많이 약해졌고, 일부 경합하는 품목도 가격보다는 제품경쟁력이 더 중요한 상황이어서 엔저 효과가 크지 않을 것이란 분석이다. 무엇보다 우리 수출의 핵심인 반도체 경기가 하반기부터 되살아나면 전반적인 수출 상황이 개선될 수 있어 엔저에 따른 마이너스 효과는 더욱 미미해질 수밖에 없다.

한은 관계자는 "3분기부터는 삼성전자 실적이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나오는데 반도체만 분야에서 아직 우리나라와 일본이 경쟁하는 건 아니다"며 "자동차 부분이 있긴 하지만 전기차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쪽이라서 (가격보다는) 기술력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지난 7일 나온 5월 경상수지 결과를 봐도 통관 기준으로 전년 동월 대비 반도체(-35.6%)와 석유제품(-33.0%) 수출은 크게 저조했으나 승용차는 52.9% 성장했다.

한국경제연구원도 일부 품목이 엔저 영향을 받을 순 있으나 과거에 비해선 영향력이 많이 약하다고 설명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과거에는 국내에서 생산해서 해외에 수출하는 시스템이라서 환율 영향을 많이 받았으나 이젠 현지에 진출해 공장을 세워 생산하는 기업이 많아 환율 영향이 많이 상쇄됐다"고 말했다. 특히 추 실장은 "최근에는 우리나라도 글로벌 시장에서 일본과 가격뿐 아니라 제품 경쟁력으로 많이 경합하는 만큼 분명 과거보다는 엔저 영향력이 떨어졌다"고 덧붙였다.

일본 중앙은행인 일본은행의 우에다 가즈오 총재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포르투갈 신트라에서 열린 유럽중앙은행(ECB) 연례 포럼에서 내년에도 고물가가 계속될 경우 10년 이상 지속돼 온 일본은행의 대규모 금융완화 정책을 변경할 수 있다고 시사했다. [이미지출처=연합뉴스]

'엔저 장기화' 부담이지만…하반기 일본은행 정책 바뀔 듯

물론 엔저 상황이 길어지면 중장기적으로 국내 수출기업의 피해가 불가피하나, 이 역시 한은과 전문가들은 일본은행이 엔저 상황을 길게 가져가긴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일본은행은 '수익률 곡선 제어(YCC)' 정책을 통해 10년물 국채 금리를 ±0.5% 안에서 낮게 유지하고 있는데, 경기와 물가가 목표 수준을 상회하면 YCC 폐기나 금리 소폭 인상 쪽으로 돌아설 수밖에 없다. 한은이 최근 발표한 일본 경기 관련 보고서를 보면 6월 제조 대기업의 실적은 시장 예상을 상회했고, 앞으로도 자동차 생산 회복으로 개선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됐다.

이지평 한국외대 융합일본지역학과 특임교수는 "일본은행이 연말까지 금리를 상향 조정하고, 내년에는 YCC 정책을 아예 폐기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며 "금리를 올리면 일본 정부의 막대한 정부부채에 대한 이자 부담이 과도하게 커질 수다는 문제가 있지만, 일본 재무부 시뮬레이션 결과 1%대까지는 감내 가능하다는 내용도 있기 때문에 하반기 소폭 조정에 나설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원 기자 nest2639@asiae.co.kr

Copyright © 아시아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