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보디아 훈센 총리, 7월 총선 후 장남에게 권력 이양?

박정연 2023. 7. 11. 09: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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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기 총리후보로 지명된 장남 훈마넷, '측근인사 중심으로 이미 그림자 내각 완성' 소문 무성

[박정연 기자]

▲ 38년째 장기집권 중인 훈센 캄보디아 총리 훈센 총리가 7월 총선 승리후 금년 중 장남 훈 마넷에게 권력을 조기이양할 것이란 소문이 캄보디아정가와 주변에서 돌고 있다.
ⓒ 박정연
 
7월 23일 5년 임기 총리를 선출하는 캄보디아 총선에 38년째 장기집권중인 훈센총리가 43년 장기 집권을 목표로 출사표를 던졌다.

훈센 총리는 1985년 34살 젊은 나이에 권좌에 오른 정치인으로 현존 최장수 총리라는 타이틀을 거머 쥔 독재 권력자다.

특히 총리가 2021년 자신의 장남인 훈 마넷 장군에게 권력을 물려주겠다고 이미 공식 천명한 만큼 이번 선거 결과에 귀추가 주목된다.

지난 1일부터 본격 시작된 캄보디아 인민당(CPP) 출정식에는 장남인 훈 마넷 군총사령관까지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1975년생으로 올해 나이 45세인 장남 훈 마넷은 미국 육군사관학교 졸업 후 뉴욕대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영국 브리스톨대학교에서 경제학 박사를 받은 엘리트 출신 군인이다. 오랜 기간 미국 유학을 한 탓에 친미파로 분류하는 사람들도 일부 있지만, 실제로는 현실적인 실용주의 노선을 추구하는 인물이란 평가가 보다 설득력을 얻는다.

과거 총리경호부대장을 역임한 바 있으며, 군인출신임에도 불구, 비교적 온화한 성품과 서구적 매너를 가진 인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총리의 세 아들 중 막내인 훈 마니(현 지역 국회의원, 청년연합회장)와 한때 대권 경쟁을 벌인 바 있으나, 아버지가 결국 큰 아들의 손을 들어주었다는 후문이다.

아버지의 지원속에 지도자 수업 받아온 훈 마넷
 
 지난 2019년 11월 수도 프놈펜 평화궁전에서 열린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주관 아시아태평양 정상회담에 참석한 훈센촐리가 단상에 올라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 좌측에 앉아있는 인물은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 총재인 한학자 여사.
ⓒ 박정연
 
현재 국내외 언론들은 훈센 총리가 이번 선거 승리로 5년을 더 집권한 뒤 장남에게 권력을 물려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하지만, 캄보디아 현지 정가에서 흘러나는 이야기는 이와 사뭇 다르다.

이번 총선 승리가 확정되면 곧바로 장남에게로의 승계 작업이 이루어 질 것이란 관측이 적지 않다.

익명을 요구한 현지 유력 인사는 "총리가 이번 총선이 끝난 후 적어도 금년 말까지는 장남에게 자리를 물려주기로 마음을 먹었고, 훈 마넷을 따르는 젊은 측근 인사들을 위주로 이미 지난해 새도우 캐비닛을 구성을 마친 상태"라고 주장했다.

또 다른 현지 정계 인사는 총리가 과거 자신과 생사고락을 함께 해온 고위층 권력층 친구들의 자제들에게도 장관 자리 등 고위직을 약속했다고 귀띔했다.

이는 향후 권력승계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아버지 세대 구정치인들의 권력다툼과 불만을 누그러뜨리고, 아들을 중심으로 대를 이은 충성을 유도하기 위한 숨은 전략으로 분석된다.

의원내각제에선 다수의석을 차지한 정당에서 총리를 선출하는 만큼 총리가 개인적인 사유로 재임 기간 중 물러나도 후계자를 선출하는 일은 당내 결정으로도 충분히 가능하기에 이 같은 주장이 상당히 설득력을 얻는다.

훈 마넷은 아버지의 지원속에 그동안 지도자 수업을 꾸준히 왔다. 오랜 군생활 경험과 성실하면서도 겸손한 이미지로 아버지세대 군부세력들의 신뢰를 쌓은 상태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의 장인은 현 노동부 차관이지만 정치실세는 아니다.

훈센 총리는 정계를 은퇴한 후에도 중앙당위원회 기능을 강화하거나 새로운 조직을 만들어 퇴임한 자신의 충성파 측근들을 중심으로 차기 정권이 안정화될 때까지 국정운영에 영향력을 행사하며, 상왕정치를 펼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현지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친한파로 분류되는 훈센총리, 통일교와도 깊은 연관
 
▲ 선거유세 오토바이 행렬의 모습 푸른 색 인민당 깃발을 오토바이에 매단 선거유세단이 프놈펜 변두리 지역을 돌고 있다. 하지만 이미 선거결과를 확신한 듯 현지 시민들의 반응은 무관심하거나 무덤덤한 편이다.
ⓒ 박정연
 
한편, 집권당인 인민당은 지난 2018년 치러진 총선에서 의회 125석 전부를 독차지, 일당독재체제를 확고히 구축한 바 있다.

훈센 총리는 지난 총선거에 앞서 2017년 선거법 개정을 통해 강력한 라이벌 야당인 캄보디아구국당(CNRP)을 강제 해산시키고 야당의 주요 정치인 118명의 정치 참여를 5년간 제한하기도 했다. 강력한 라이벌인 구국당 삼랭시 전 총재는 여전히 해외 망명중이며, 또 다른 야당 거물인사인 껨 소카 역시 정치법 위반을 이유로 현재 가택연금중이다.

훈센 총리는 이번 선거를 앞두고도 정당등록 서류 미비를 이유로 반대세력이자 구국당의 후신인 캄보디아촛불당(CP)의 선거 참여를 막아버렸다. 또 이번 선거 투표에 참여하지 않은 자는 5년간 피선거권마저 박탈하기로 결정하면서, 5년 후 치러질 선거의 참여마저 원천적으로 봉쇄시켜 버렸다.

이번 총선에는 결국 유력 야당이 빠진 가운데 집권당을 포함해 총 18개 중소 정당들이 출마 후보들을 냈다. 하지만, 이름뿐인 야당이 대부분이라 유권자들은 새로 생긴 정당들의 이름조차 제대로 기억하지 못할 정도다. 2일부터 유세전이 본격 시작되었지만 현지에서 선거 분위기는 전혀 느낄 수 없다. 수도 프놈펜 도심은 온통 인민당 로고가 그려진 하늘색 깃발을 든 인민당 지지자들로 넘쳐날 뿐, 선거유세트럭을 향해 환호나 박수갈채를 보내는 유권자들의 모습조차 찾기 힘들다.

한편 내전이 한창이던 1970년대 공산 크메르루즈군에 속해 있다가 목숨을 건 국경 탈출을 감행, 베트남에 투항한 훈 센 총리는 1979년 1월 베트남이 크메르루즈를 몰아낸 뒤 세운 베트남 괴뢰정부하에서 승승장구하며 34살 젊은 나이에 캄보디아 최고 권력자가 되었다.

훈센 총리는 1993년 유엔 과도정부(UNTAC)하에서 치러진 총선에서 왕당파에 밀려 하마터면 권력을 잃은 뻔했으나, 1997년 7월 쿠데타 성공으로 확실한 권력의 기반을 다졌다. 같은 해 훈센총리는 친북 성향의 시하누크 국왕 등 왕당파 세력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김영삼 정권 당시 우리나라와 22년 만에 재수교를 맺었다. 통일교(한 세계가정연합)와도 인연이 있어 통일교주관 행사 참석차 개인자격으로 한국을 방문한 적도 수차례 있다. 국내에선 나름 친한파로 분류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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