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고 써야 제대로 '약발'받는다…항암 치료 동반자 ‘동반진단’
파나진 동반진단으로 치료 전 변이 확인해야
유전자 질환·치매 등도 동반진단 성장 기대
1차 치료제로의 적응증 확장에 성공한 유한양행의 비소세포폐암 치료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를 말할 때마다 빠지지 않고 언급되는 말이 있다. 바로 '상피세포 성장인자 수용체(EGFR)' 돌연변이다. 렉라자는 EGFR 변이가 생긴 폐암 환자를 대상으로 승인된 약이기 때문이다. 이는 뒤집으면 EGFR 변이가 없는 환자에게는 '약발'이 없다는 뜻이다.
최근 렉라자처럼 특정 유전자 변이 등을 타깃으로 한 신약이 잇따라 등장하고 있다. 이들은 제대로 약효를 받으려면 해당 변이가 환자에게 있는지 없는지를 투약 전에 진단해야만 한다. 이른바 '동반진단(CDx)'이다. 항암신약 등장이 이어지면서 동반진단 시장의 성장도 기대되고 있다.
11일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렉라자의 허가사항에는 그간 찾아보기 어려웠던 "이 약의 1차 치료 사용에 적합하게 허가된 동반진단 의료기기로는 파나진의 '파나뮤타이퍼(Panamutyper) R EGFR'이 있다"는 내용이 적혀 있다. 렉라자는 모든 비소세포폐암 환자에게나 쓰이는 게 아니라 1차 치료 기준 EGFR 엑손19 결손 또는 엑손21 치환 환자에게만 쓸 수 있다. 치료 전에 관련 변이 상태를 충분히 검증된 신뢰성 있는 시험방법으로 이용해야 하는 만큼 이를 '오리지널 CDx'인 파나뮤타이퍼를 통해서 하도록 하는 조건으로 1차 치료 확대 허가가 이뤄진 것이다. 아직 렉라자의 1차 치료에 대한 국민건강보험 급여화가 이뤄지진 않았지만 전날 유한양행이 무제한으로 동정적 사용 프로그램(EAP)을 가동하겠다고 밝힌 만큼 파나뮤타이퍼의 매출 증대도 빠르게 일어날 것으로 기대된다.
동반진단은 이처럼 어떤 모달리티(치료 접근법)를 사용하기에 앞서 환자의 유전자, 단백질 등을 분석해 특정 생체표지자(바이오마커)를 가졌는지를 확인하는 기술이다. 그렇기 때문에 동반진단 시장 역시 헬스케어 시장의 성장세와 궤를 함께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테크내비오(TechNavio)에 따르면 글로벌 동반진단 시장은 2019년 25억6420만달러(약 3조3412억원)에서 연평균 26.5%의 성장세를 보이며 내년에는 83억410만달러(약 11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이러한 성장세는 HLB가 최근 파나뮤타이퍼 개발사인 파나진의 인수에 나선 이유기도 하다. 파나진은 렉라자 외에도 '타그리소', '타세바' 등 EGFR 변이에 대한 동반진단 제품을 갖고 있고, 이외에도 KRAS 돌연변이 등 다양한 암종에 대한 동반진단 제품을 내놓고 있다.
항암 넘어 유전자 질환·치매까지 확장될까
국내에서는 파나진 외에도 젠큐릭스, 한국로슈진단 등이 동반진단 제품을 허가받은 상태다. 다만 아직은 항암제 위주로만 승인이 이뤄져 있고 다른 질병까지는 확대되지 않은 상태다. 그러나 최근 해외에서는 유전자 치료제와 동반진단 제품이 함께 승인되는 등 동반진단의 영역이 확대되는 추세다.
지난달 29일(현지시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바이오마린의 혈우병 치료제 '록타비안'을 승인했다. 약값이 290만달러(약 38억원)로 알려진 초고가 약품인 이 약은 아데노 연관 바이러스5(AAV5)에 대한 항체가 없는 중증의 A형 혈우병 치료에 대해 승인받았다. 혈우병은 선천적으로 특정 혈액응고인자가 결핍돼 나타나는 질환이다. A형은 8인자가 결핍되는데, 록타비안은 AAV5 기반 벡터를 이용해 8인자를 전달하기 때문에 AAV5에 대해 항체가 있다면 약효가 떨어질 위험이 크다. 그렇기 때문에 AAV5 항체의 유무가 치료 전에 파악돼야 하고, 이 단계에서 ARUP 라보라토리가 개발한 'AAV5 디텍트CDx'가 동반진단 제품으로 개발돼 FDA로부터 함께 승인받았다.
여기에 더해 지난 6일 바이오젠·에자이의 알츠하이머성 치매 치료제 '레켐비'가 FDA 정식 승인을 받으면서 치매 영역에 대한 동반진단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치매=알츠하이머'로 여겨질 만큼 치매 환자 중 70%는 알츠하이머병을 앓는다. 하지만 이는 반대로 치매 환자 중 30%에게는 레켐비 같은 알츠하이머 타깃 항체 치료제의 효과가 없다는 뜻이다.
그런 만큼 처방 전 양전자 방출 단층촬영(PET)을 통해 아밀로이드 베타(Aβ) 단백질이 뇌 안에 쌓여있는지 등을 먼저 살펴보는 게 필요하다. 그러나 PET 촬영은 100만원이 넘는 비용 부담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자기공명영상(MRI), 혈액 등 보다 저렴하게 측정 가능한 바이오마커를 통한 진단 기술의 개발도 활발하다. MRI 기반 항체 치료제 동반진단 플랫폼 개발을 내걸고 있는 성준경 뉴로엑스티 대표는 "제약사 입장에서는 임상의 성공 가능성을 높일 수 있고, 시장 출시 때 실패할 가능성을 줄일 수 있다"며 "앞으로 바이오젠·에자이의 약물이 들어왔을 때 이와 동반하는 표준 가이드라인을 만들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춘희 기자 spri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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