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대목에 한산한 美 디즈니월드…폭염과 요금인상 여파

매직킹덤파크 대기 시간, 2019년 대비 '절반'
"독립기념일, 거의 10년 만에 가장 대기줄이 짧은 날"

미국의 대표 놀이공원인 디즈니월드가 대목인 여름 휴가철에 인기가 시들해졌다고 1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WSJ이 주요 놀이공원의 대기 시간을 추적하는 업체 투어링 플랜스 데이터를 인용한 바에 따르면 미 독립기념일 공휴일인 지난 4일 플로리다주 올랜도 디즈니월드 리조트 내 매직킹덤파크의 평균 대기 시간은 27분이었다. 지난해와 비교해 4분 감소했고, 4년 전인 2019년(47분)과 비교하면 거의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일반적으로 놀이공원 내 대기 시간은 방문객 수에 비례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매직킹덤파크에서는 독립기념일을 축하하기 위해 특별 불꽃놀이까지 진행됐지만, 방문객 수가 적었던 것이다. WSJ는 "거의 10년 만에 가장 대기 줄이 짧은 날이었다"고 전했다.

플로리다주 셀러브레이션에 거주하는 디즈니월드 연간 이용권 소지자 제이미 브라운 씨는 지난주에만 세 차례 디즈니 리조트를 방문해 4개 공원을 모두 이용했다. 브라운 씨는 평소와 달리 인기 있는 놀이기구를 거의 기다리지 않고 이용했고 식당 예약도 훨씬 수월했다고 말했다.

브라운은 2021년 여름 시즌에 왔을 때 훨씬 공원이 붐볐던 것 같다면서 "(이번에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사람들이 많지 않았다"고 말했다.

WSJ는 디즈니가 수년간 입장료를 인상하고 무료 편의시설을 없애는 등 공원 운영 방침을 바꾸면서 방문객들이 점차 발길을 줄여나갔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지난해 10월 디즈니는 2일 이용권 가격을 성인 기준 255달러에서 285달러로 인상하는 등 9%가량 요금을 올렸다.

여행사 미키트래블의 그렉 안토넬 공동 소유주는 "우리 예약 데이터를 보면 펜트업 수요가 다소 크루즈 여행이나 유럽 여행으로 전환됐다"고 말했다. 디즈니 리조트 여행상품을 전문으로 취급하는 여행사 픽시트래블의 스테퍼니 오프레아 마케팅 담당은 "사람들이 지금과 같은 경제 상황에서 요금 인상에 약간 피로감을 느낄 수 있다"며 크루즈나 해변 여행을 고려하는 고객들도 있다고 전했다.

플로리다가 여름 폭염에 시달리면서 디즈니월드를 찾는 방문객이 줄어든 것이라는 분석도 WSJ는 내놨다. 지난주 디즈니월드 일대 낮 최고기온은 섭씨 38도에 육박했다.

디즈니월드에 놀이기구 스플래시 마운틴을 재구성한 것 외에 새로운 놀이기구나 구경거리가 없다는 점도 다른 놀이공원에 비해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디즈니 푸드 블로그를 운영하는 AJ 울프는 이러한 상황이 여름을 넘어 하반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디즈니는 올겨울 성수기에 연간이용권 소지자에게 재방문 할인과 호텔 객실 최대 40% 할인 등 혜택을 주기로 했다. 또 한때 인기를 끌다 폐지된 식사비용 선결제 프로그램도 내년에 다시 제공할 계획이다.

디즈니는 최근 사업 부진을 겪고 있다. 디즈니월드 방문객이 줄어들 뿐 아니라 2019년 시작한 스트리밍 사업 '디즈니플러스'도 최대 스트리밍 서비스 넷플릭스에 밀려 구독자를 제대로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영화 '인어공주'가 흥행에 실패하면서 디즈니 최고다양성책임자(CDO) 겸 수석 부사장이었던 라톤드라 뉴튼이 6년 만에 사임하기도 했다.

이 외에도 디즈니는 공화당 대선 후보 주자인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와의 정치적, 법적 갈등을 해결하지 못한 상태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