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포커스]가입자 1억명 '스레드'의 이면…반독점 전문가 "기뻐하긴 어렵다"
서비스 보완·독점 우려·정치사회 이슈 정책 등 과제 직면
메타플랫폼이 야심차게 출시한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스레드’가 관련 시장에 지각변동을 일으키며 매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기존 인스타그램이라는 막강한 SNS 기반을 바탕으로 초기 흥행에 성공한 스레드가 텍스트 기반 SNS의 강자인 트위터를 완전히 제치고 시장지배력을 공고히 할 수 있을지 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당장은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가 일론 머스크 트위터 회장을 상대로 확실한 승기를 잡은 듯 보이지만 스레드의 서비스를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찮은 데다 반독점·극단주의 이슈까지 부딪히게 될 문제가 남아있다. 앞으로 메타가 계속 충성도 높은 이용자를 늘릴 수 있을지가 관건이다.
스레드는 10일(현지시간) 가입자가 1억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스레드 가입자는 지난 5일 오후 출시한 뒤 16시간 만에 3000만명을 돌파했고 뒤이어 출시 하루 반 만에 7000만명을 넘겼다. 가입자 10억명을 목표로 내세운 저커버그 CEO는 현 수준을 두고도 "우리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다"고 평가했다.
스레드의 성공은 이례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스레드의 가입자 1억명 돌파 속도는 올해 전 세계를 생성형 인공지능(AI) 열풍으로 몰고 간 챗GPT보다도 빠르다. 챗GPT는 지난해 11월 말 출시 이후 두 달 만에 이용자 1억명 기록을 세웠다. 틱톡은 9개월, 인스타그램은 2년 반 만에 가입자 1억명을 달성했다. SNS 시장에서는 물론 챗GPT처럼 화제를 몰고 온 다른 플랫폼보다도 빠른 속도로 가입자를 확보한 것이다.
스레드가 이처럼 초기에 대성공을 거둔 건 인스타그램의 영향이 크다. 인스타그램은 전 세계 20억명이 이용하는 세계 최대 SNS다. 스레드는 인스타그램을 기반으로 구축돼 이미 계정을 보유하고 있으면 별도 가입 절차 없이 곧바로 로그인이 가능하다. 출시 첫날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창업자를 비롯해 오프라 윈프리 등 유명인이 쉽게 가입한 것도 이러한 환경이 뒷받침해 준 것으로 풀이된다.
머스크 회장이 스레드의 성공을 도와줬다는 분석도 나온다. 그가 지난해 10월 인수한 이후 트위터에 각종 장벽을 만들었는데 이로 인해 트위터 이용자들이 새로운 SNS를 찾아다니면서 스레드로 옮겨갔다는 것이다. 그는 트위터 유료 구독 모델인 트위터 블루를 내놨고, 최근에는 하루 중 볼 수 있는 게시물을 제한했다. 머스크 회장이 도와주려는 의도는 없었으나 트위터의 새로운 정책 도입과 스레드의 출시 시점이 맞물리면서 자연스럽게 이용자가 넘어가게 됐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트위터 이용자 수는 2억4000만명 수준이다. IT 전문매체 더버지는 웹 인프라 및 보안기업인 클라우드플레어 데이터를 인용해 스레드 출시 이후 트위터의 트래픽이 급감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관건은 관심 유지… 메타가 직면할 '스레드의 세 가지 과제'지금부터 주목할 지점은 바로 메타의 스레드가 가입한 이용자들의 마음을 완전히 사로잡을 수 있는가 하는 부분이다. SNS의 특성상 진입 장벽을 낮춰 쉽게 가입했더라도 이용하기가 어렵고 중독성이 생기지 않는다면 이용자를 잡아두기가 어렵다. 트위터를 떠나겠다던 이용자들이 블루스카이나 마스토돈 등 다른 SNS를 갔다가 결국 다시 트위터로 돌아오게 된 것도 이러한 측면에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분석했다.
업계와 전문가들은 스레드가 △서비스 보완 △반독점 우려 △정치·사회 이슈 선점 등 3가지 과제를 선결해야 성공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우선 스레드에 제기되는 서비스 한계는 텍스트 기반의 SNS라는 것과 글자 수가 짧게 제한돼 있다는 점이 트위터와 같다는 것이다. 더구나 스레드의 경우 트위터와 달리 콘텐츠 검색이나 해시태그 기능이 없다. 두 기능 모두 관심사를 입력하면 게시물이 연쇄적으로 뜨게끔 하는 기능이다. 그만큼 게시물 노출에 중요한 기능인데 스레드에는 이러한 기능이 없어 크리에이터 등이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고 외신은 전했다.
다이렉트 메시지를 보내거나 팔로워하는 사람의 게시물을 쭉 묶어 보는 기능도 스레드에는 없다. 스레드 탈퇴를 위해 계정을 삭제하려면 인스타그램까지 탈퇴해야 한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애덤 모세리 인스타그램 CEO는 스레드 출시 이후 이러한 기능을 탑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문제는 바로 스레드의 반독점 이슈다. 메타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왓츠앱을 보유하고 있는 빅테크(대형 정보기술 기업)이다. 스레드가 출시되면서 SNS 시장에서 트위터의 지배력이 떨어지는 듯 보이지만 동시에 메타의 지배력은 올라간다. CNN 방송은 "메타는 오랫동안 시장 지배력을 동원하고 경쟁 업체의 서비스를 따라 해 앞서감으로써 시장 경쟁을 막아서고 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며 "스레드의 성공이 메타와 저커버그 CEO에 더 많은 권한과 지배력을 줄 수 있다고 전문가들이 우려한다"고 전했다.
반독점 이슈가 SNS 시장에서 중요한 이유는 SNS 업체가 이용자의 개인 정보를 수집할 수 있기 때문이다. 민감한 정보를 특정 기업이 독점적 지위 속에서 활용할 수 있는 만큼 시장 지배력 자체가 높아지는 걸 규제 당국이 원치 않는다.
이에 스레드는 100여개국에 출시됐지만 유럽연합(EU)에선 거대 플랫폼의 시장 지배력 남용 등을 막는 ‘디지털 시장법’의 문턱에 걸려 출시가 보류된 상태다. EU가 스레드의 출시를 막았다기보다는 메타가 먼저 출시를 연기한 상태로, 오는 9월 EU의 추가 지침이 나오면 유럽에서 출시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예상된다.
조 바이든 행정부의 경쟁 및 반독점 정책 설계자로 불리는 팀 우 컬럼비아대 교수는 NYT에 "일반적으로 우리는 대기업들이 가만히 앉아있기보다는 경쟁하길 바란다"면서도 많은 SNS를 운영하는 메타가 더 많은 데이터를 쌓아가는 행위에 대해 "기뻐하기는 좀 어렵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스레드가 앞으로 정치·사회 이슈를 어떻게 다루는지에 따라 흥행 여부가 결정될 것이란 분석이다. 인스타그램이 사진을 중심으로 패션, 쇼핑 등의 콘텐츠를 주로 다뤘다면 트위터는 각종 정치, 사회 이슈에 의견을 표출하는 논쟁의 장이자 이용자가 뉴스를 읽는 창구였다.
현시점에서 메타는 스레드가 트위터의 대체물이 아니라면서 이러한 이슈와는 거리두기를 하는 모습이다. 2016년, 2020년 미국 대선과 관련해 콘텐츠 조정 문제에 시달리고 개인정보 보호, SNS 중독 등 각종 정치·사회 문제에 휘말리며 경영상의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이다.
저커버그 CEO는 스레드가 트위터보다 "(이용자에게) 친절한 장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모세리 CEO도 "스포츠, 음악, 패션, 뷰티, 엔터테인먼트 등과 관련한 놀라운 커뮤니티가 많다"면서 "정치와 하드 뉴스(정치·경제·국제 문제 등의 딱딱한 뉴스)는 필연적으로 스레드에 표시되겠지만 이를 부추기거나 하는 그 어떠한 행위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내년에 미국 대선이 예정된 상황에서 대형 SNS가 된 스레드가 정치·사회 이슈로부터 자유롭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외신에 따르면 출시한 지 하루 만에 백인 극우주의자 리처드 스펜서 등이 스레드에 가입했고, 음모론 게시물도 스레드에 올라온 상태다. 이후 극우 성향의 이용자들은 스레드가 자신의 게시물을 검열했다고 트위터에 글을 올리기도 했다.
정현진 기자 jhj48@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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