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년 확률 폭우, 바다가 35도… 美 극단 기후 속출
극심한 폭염으로 미국에서 극단적인 기후 이상 현상이 동시다발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뉴욕주에서는 1000년에 한 번 발생할 수준의 기록적인 폭우가 내렸고, 플로리다주 주변 바다는 열기에 데워져 해수면 온도가 관측 범위를 뛰어넘는 수준까지 올랐다.
10일(현지시간) 미 국립해양대기청(NOAA)에 따르면 전날 뉴욕주 허드슨 밸리 일부 지역엔 최대 203㎜(잠정치) 비가 내려 주요 도로와 다리가 통제됐다. 뉴욕 당국은 이번 비로 피해액이 수천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전날 웨스트포인트에 6시간 동안 내린 강수량은 190.5㎜(잠정치)로 기록됐다. CNN은 “NOAA의 강우 기록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1000년에 한 번 발생할 강우 확률”이라고 설명했다.
펜실베이니아주 레딩은 전날 135.89㎜의 비가 내려 종전 최고치(1952년 88.13㎜)를 경신했다.
폭우는 버몬트주 남부도 강타했다. 주말 사이 내린 비의 양은 한 달 치 이상의 강수량이라고 뉴욕타임스(NYT)는 전했다. 이번 폭우로 버몬트주에서만 최소 24개 도로가 유실됐고, 사망자도 발생했다. 버몬트주는 이번 폭우가 2011년 내린 폭풍 아이린과 비슷한 수준의 홍수 피해를 가져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비는 이날도 계속돼 곳곳에 경보가 내려졌다. CNN은 “이날 뉴욕, 버몬트, 매사추세츠, 메인 등 북동부 전역에서 9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홍수 경보를 받았다”고 보도했다. 뉴욕시 비상관리국은 지하층 거주자들에게 고지대로 이동을 준비하라고 경고했다. 캐시 호철 뉴욕주지사는 “기후 변화로 100년 주기의 홍수가 격년 주기로 발생하고 있다”며 “슬프게도 대자연이 인류에 복수하고 있다”고 말했다.
해수면 온도도 기록적인 수준으로 올랐다. 워싱턴포스트(WP)는 “전날 플로리다 최남단 키 지역 연안 해수면 온도가 33~35도에 달하는 충격적인 온도에 도달했다”며 “평년보다 3~5도 높은 기록적인 더위가 연안 해역을 극도로 뜨겁게 만들었다”고 기상학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플로리다 남단 늪지대 국립공원인 에버글레이즈 부표 온도는 이날 35도까지 치솟았다. 기상청이 연안 온도를 측정해 나타내는 범위인 22~32도 범위를 넘어섰다. NOAA는 플로리다 연안 온도가 해안 지역 사회와 경제, 해양 생물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심각’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앤드류 오리슨 NOAA 기상학자는 “바닷물이 너무 따뜻해서 (몸을) 식힐 수가 없다. 믿을 수 없는 수준”이라고 말했다.
뜨거운 바다는 밤에도 온도를 식히기 어려워 내륙을 데우고 있다. 마이애미는 최근 30일 연속 37도를 넘어섰고, 이날도 43도까지 치솟았다. WP는 마이애미와 탬파, 포트 마이어스 등 지역은 향후 일주일간 40도를 웃도는 무더운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플로리다뿐만이 아니다. 지구 해수면 온도는 지난 4월 이미 사상 최고를 기록했고, 북대서양은 3월 중순 이후 차트에서 벗어난 더위를 기록했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NOAA는 전 세계 해양의 약 40%가 해양 폭염에 직면해 있다고 발표했다. 이는 기록상 가장 높은 비율이고, 9월이면 50%에 도달할 수 있다고 WP는 전했다. 뜨거운 해안은 열대성 폭풍이나 허리케인 규모를 키운다.
캐나다에도 폭염이 찾아왔다. 북위 65도에 위치한 캐나다 최북단 노스웨스트 준주의 노먼 웰스 기온은 지난 8일 사상 최고인 37.7도까지 치솟았다. 준주는 북극해에서 불과 380㎞ 떨어진 곳이다. 캐나다에서의 극심한 열기는 전례 없는 산불 위기를 더욱 악화시키고 있다. 현재 캐나다 전역에는 862건의 산불이 진행 중인데, 절반가량은 통제 불능 상태라고 NYT는 전했다. 캐나다 당국에 따르면 전국에서 지금까지 920만 헥타르가 불에 타 1995년(710만 헥타르) 기록을 넘어섰다.
폭염으로 인한 사망 위험도 커졌다. 이날 국제학술지 네이처 메디신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지난해 유럽 35개국에서 폭염 사망자가 6만1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세계기상기구(WMO) 기후 서비스 책임자인 크리스 휴잇은 “우리는 이미 (기후변화에 있어) 미지의 영역에 있다. 더 많은 (최고치) 기록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한다”며 “지구에 걱정스러운 뉴스”라고 말했다. NYT는 “기후변화로 인한 극단의 날씨가 뉴노멀이 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전웅빈 특파원 imung@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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