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낙규의 Defence Club]'K-방산' 이끄는 흑표전차 생산현장 '엄지척"

양낙규 2023. 7. 11. 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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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로템 창원공장 르포
공장현지 현대자동차 기술 노하우 집약
K2전차 각종 시험장서 무사 통과

최근 'K-방산'을 이끄는 주역인 'K2 전차' 생산 현장인 경남 창원시 현대로템 공장은 가동을 멈춘 작업장을 찾아볼 수 없었다. 용접과 가동, 조립 등 각 시설동은 일제히 불을 밝히고 K2전차 생산 작업이 한창이었다. 54대의 K2 전차 3차 양산은 물론 4차 양산과 폴란드 1차 인도분 전차 180대 주문이 밀려들면서 공장 직원들은 크게 고무된 모습이었다.

'Korea'의 머리글자를 딴 K계열 전차는 40여년 전 우리 기술로 개발됐다. 우린 군은 건군 이후 미국제 M계열 전차를 운용하다, 1970년대 현대로템이 M48 계열 전차를 개조한 것을 계기로 K계열 전차 개발이 본격화했다. 1980년대 중반 K1 전차(88전차) 생산에 착수했고, 1990년대에는 K1 전차를 개량한 육군의 주력전차 K1A1 전차 개발에 성공했다. 2008년 K2 흑표 전차를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하는 성과를 거뒀고, 현재 터키에 이어 폴란드까지 수출하며 ‘K-방산’을 이끄는 원동력이 됐다.

K2 장갑차 9개 조립 공정 거쳐…현대로템 1500여대 누적생산

현대로템 방산 3공장에선 3차 양산이 진행 중인 차륜형장갑차 K808 생산 작업이 한창이었다. 장갑차는 차체에 강철판을 덧씌운 전투차량으로, 일반적인 자동차 바퀴를 사용하는 차륜형과 무한궤도 방식의 궤도형으로 나뉜다. 이 공장에선 '백호'로 불리는 차륜형장갑차 K808 표면에 협력업체에서 생산한 14.5mm 철강을 덧붙이는 작업이 진행 중이었다. 병력수송에 안전성을 높이기 위해서였다. 강화된 기동 성능을 기반으로 전방의 거친 환경에서 운용하는 데 유리하다. K808은 육군이 추진하는 인공지능(AI) 기반 미래전투체계인 ‘아미타이거(Army TIGER) 4.0’의 핵심 전력이기도 하다.

생산 라인은 작업공정별로 나뉘었다. 장갑차의 경우 9개의 조립 공정을 거치는데, 자동차 생산공장처럼 자동화된 컨베이어 벨트를 이용해 차체를 이동시켰다. 턴오버 장치를 이용해 무거운 차체를 180도 뒤집을 수 있는 하부 작업을 편하게 할 수 있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지난 40여 년 동안 축적한 기술력과 현대자동차그룹의 자동차 생산 노하우가 적용된 결과”라고 귀뜸했다. 현대로템이 지금까지 육군에 납품한 K1, K1E1, K1A1, K1A2 전차의 숫자를 합하면 1500여 대에 달한다. 이 노하우는 해외방산기업에서도 부러워하는 점이라고 관계자는 덧붙였다.

생산라인 8번 공정에선 420마력의 현대자동차 엔진과 독일의 변속기가 조립됐다. 동력장치가 장착된 장갑차는 ‘24’, ‘25’, ‘26’ 번호가 달린 깃발을 달아 생산 대수를 가늠케 했다. 급가속, 급제동 등 시험을 마친 동력장치는 장갑차가 포장도로에서 시속 100㎞, 비포장도로에서 50㎞, 야지에서 25㎞로 주행할 수 있게 한다. 여기에 장갑차는 수상 추진을 가능케 하는 워터제트도 장착해 물 위에서도 이동이 거뜬하다.

K2 전차 주행성능 실험…충격 속에서도 사격명중률 더 뛰어나

옆 동은 K1 전차의 창정비 작업이 진행됐다. 창정비는 노후 전차를 분해해 수리, 부품 교체 등의 정비 작업을 거쳐 신차급의 성능을 확보하는 작업이다. 현대로템은 2021년 5067억원 규모의 K1·K1A1전차와 K-1구난·교량전차 창정비 사업을 수주한 바 있다. 육군 부대에서 맡긴 K1 전차는 내부를 모두 뜯어내고 뼈대만 앙상하게 남았다. 내부 보강은 물론 도색도 다시하면서 새로 만들어지고 있는 장갑차들과 차이가 없었다. 김미정 책임매니저는 “적과 아군을 구분해주는 피아식별장비를 모두 교체해 K-2전차 등과 정보를 주고받는데 전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행성능시험장에선 55t 규모의 K2 전차가 굉음과 함께 최대 시속 70㎞로 달리고 있었다. 길이 10.8m, 폭 3.6m에 달하는 K2 전차는 20cm 높이의 과속 방지턱이 잇따라 놓인 도로를 내달렸다. 이지상 책임매니저는 “유기압 현수 장치를 탑재해 독일제 레오파르트 2A7 전차보다 충격 흡수 능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이같은 충격 속에서도 포탑은 수평을 유지, 사격명중률은 더 높았졌다는 설명이다. K2 전차에는 ISU(로드암 내장형 유기압 현수장치)라는 충격흡수장치가 갖춰져 있고, 전차가 사격할 때 포신을 안정된 자세로 유지하기 위해 디지털로 자동 계산해 보정해준다. 이 장치 덕분에 K2 전차는 기동 중에도 적 전차를 정확하게 맞힐 수 있다. 또 1차 사격한 뒤 포신의 흔들림이 적어 곧바로 2차 사격을 할 수 있다. 자체 방호 능력도 뛰어나다. 공중에서 날아오는 미사일을 사전 감지해 피하는 동시에 대응탄을 발사해 무기를 타격하는 것도 가능했다.

이날 주행성능시험장에선 장애물개척전차도 눈에 들어왔다. 이 전차는 지뢰 제거와 장애물 지대 극복에 특화된 차량으로 차량 전면에는 폭 5.8m의 지뢰제거쟁기가 부착됐는데, 밭을 가는 쟁기처럼 위아래로 움직이며 흙과 지뢰를 퍼내 양쪽으로 밀어버리는 역할을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주요 7개국(G7) 히로시마 정상회의에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에게 지원을 약속한 지뢰제거 장비다.

양낙규 군사전문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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