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농가와 정부 사이에 낀 유업계, 하반기 우유 가격 인상할까

최승근 2023. 7. 11.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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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유 가격 인상을 한 달 앞두고 유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보통은 인상된 원유 가격을 반영해 소비자 가격을 올리지만 최근 식품업계를 중심으로 라면, 과자, 빵 등 가격 인하 움직임이 확산되고 정부에서도 물가안정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실질적인 가격 인상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면 낙농가들은 인건비 상승 등을 근거로 원유 가격을 최대한 올려달라는 요구를 거듭하고 있어 중간에 끼인 유업계는 난감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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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건비 등 생산비 반영, 낙농가 최대 수준 인상 요구
밀크플레이션 우려 등 정부, 여론 눈치에 가격 인상 어려워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 우유 상품이 진열돼 있다.ⓒ뉴시스

원유 가격 인상을 한 달 앞두고 유업계의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보통은 인상된 원유 가격을 반영해 소비자 가격을 올리지만 최근 식품업계를 중심으로 라면, 과자, 빵 등 가격 인하 움직임이 확산되고 정부에서도 물가안정에 관심을 기울이면서 실질적인 가격 인상이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반면 낙농가들은 인건비 상승 등을 근거로 원유 가격을 최대한 올려달라는 요구를 거듭하고 있어 중간에 끼인 유업계는 난감한 상황이다.

1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원유 용도별 차등가격제 시행 이후 올해 처음 진행되는 원유가격 협상이 난항을 겪고 있다.

지난달 9일부터 낙농가와 유업계가 협상을 이어오고 있지만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다. 원래 계획대로라면 지난달 협상을 마무리하고 8월부터 인상분이 적용돼야 하지만 협상이 지연되면서 양측은 이달 19일까지 시한을 연장하기로 했다.

올해 원유 기본가격 협상 인상 협상폭은 음용유는 리터당 69~104원, 가공유는 87~130원이다. 이를 반영하면 음용유를 기준으로 리터당 1065~1100원 수준인데 최저 수준인 1065원으로 정해져도 현재 수준 대비 6.9% 오른다. 이는 역대 최대 인상폭이다.

이 가운데 낙농가에서는 인건비 등 생산비 상승 등을 이유로 최대 수준의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반면 유업계는 우유 소비 감소와 경영난을 이유로 최소 인상을 바라고 있다.

양측의 이익을 좌우하는 협상인 만큼 매년 치열하게 진행되지만 올해는 유독 분위기가 더 빡빡한 상황이다. 원유 가격 인상분을 반영해 소비자 가격을 올리기 쉽지 않은 탓이다.

정부의 압박에 못 이겨 라면 등 식품업계가 가격 인하를 발표하고 유통업체에서도 동참하고 있는 상황인 만큼 가격 인상에 대한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당장 이달부터 가격을 올린 아이스크림만 봐도 여론의 반응이 부정적이다.

유업계의 경우 원유 가격 상승이라는 확실한 근거가 있음에도 가격 인상을 단행할 경우 현재로선 부정 여론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우유를 사용하는 커피 프랜차이즈를 비롯해 유제품 등 다른 품목으로 가격 인상이 확산될 수 있어 정부에서도 더욱 관심을 갖고 지켜볼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유업계는 낙농가와 정부 사이에서 난감하다는 반응이다.

낙농가의 요구를 받아들여 원유 가격을 올리자니 비용 손실을 상쇄할 마땅한 대책이 없고, 가격을 올리자니 정부 압력은 물론 매출 감소 등 많은 부작용에 직면할 수 있어서다.

특히 출산율 저하 등으로 갈수록 전반적인 우유 소비가 줄고 가격 경쟁력을 앞세운 수입산 공세가 만만치 않다는 점도 부담이다.

자유무역협정(FTA)에 따라 미국과 유럽연합(EU)의 유제품이 순차적인 관세 철폐 단계를 밟고 있고 2026년부터는 관세가 전혀 붙지 않는 전면개방 단계로 접어들게 된다.

유업계 한 관계자는 “시장이 커지는 상황이면 마진 등을 조정해 대응할 수 있지만 시장은 축소되는데 비용 부담만 늘어난다면 방법이 없다”며 “치즈 같은 유제품이나 컵커피 등 상품군을 다양화하며 버티고 있지만 매년 상승하는 원유 가격을 방어할 근본대책을 찾기 힘든 상황”이라고 전했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오는 9월 추석을 기점으로 유업체들이 가격을 올릴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업계에서는 가격 인상이 단행될 경우 소비자 가격 기준(흰우유) 리터당 3000원 수준으로 예상하고 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원유 가격 협상이 지연되면서 당초 예상했던 8월1일보다는 늦게 인상분이 적용될 것 같다”면서 “보통 추석을 전후로 소비물가가 출렁이는 점을 감안하면 그때가 인상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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