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문턱 넘은 출생통보제 '사각지대'…보호출산제, 7월국회 급물살?
보호출산제, 소위서 여야 이견
野 "근본적 대책 논의가 우선"
‘출생 미신고 아동’에 대한 정부의 전수조사에서 34명의 영아가 숨진 것으로 드러난 가운데 이를 막기 위해 최근 도입된 출생통보제와 함께 추진된 보호출산제 관련 입법이 7월 임시국회에서 급물살을 탈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지난 달 감사원의 보건복지부 감사를 통해 2123명의 태어난 뒤 출생신고가 되지 않았고, 이 중 일부가 숨진 것으로 밝혀지면서 의료기관에서 태어난 영아의 출생 기록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지방자치단체로 자동으로 통보되는 '출생통보제'를 도입하는 내용의 가족관계등록법 개정안이 지난달 30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하지만 이같은 출생 통보를 두려워한 임신부가 의료기관 밖에서 출산하는 것을 막기 위한 보호출산제는 아직 국회에 계류 중이다.
11일 국회에 따르면 여야는 지난달 27일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보호출산제 도입을 놓고 맞붙었다. 여당은 미등록 영아 유기와 같은 사태를 막기 위한 법안 처리를 촉구했고, 야당은 보호출산제에 앞서 전반적인 대책을 고심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보호출산 집중" vs "위기임산부 대책 필요"
이날 여야 의원들은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 발의한 '보호출산에 관한 특별법'과 조오섭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제출한 '위기임산부 및 아동 보호 및 지원에 관한 특별법'을 놓고 줄다리기를 벌였다.
보호출산 특별법은 임신 및 출산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여성을 보호하고, 그 태아 및 자녀에게 안전한 출산과 양육환경을 보장하기 위해 보호출산제를 도입하는 내용이다. 보호출산을 원할 경우 지자체장 등 허가를 받은 상담기관을 통해 원가정 양육·보호출산에 대한 상담을 통해 진행하고 보호출산의 철회, 보호출산 후 아동에 대한 보호, 보호출산으로 태어난 아이가 향해 출생증서 열람 청구를 할 수 있다는 내용까지 담았다.
위기임산부 및 아동 보호 특별법은 위기임산부에 대한 대책이 폭넓게 포함됐는데 '익명출산' 조항이 부분적으로 들어가 있다는 점에서 보호출산 특별법과 차이가 있다. 조 의원안은 8~29조까지 익명출산, 익명 인도된 자녀에 대한 지원 등을 규정하지만 법안 앞쪽에서는 위기임산부 현황 실태조사, 위기임산부 지원센터 등을 다루고 있다.
정부는 당시 소위에서 두 법안에 대한 대안을 내놨다. 보호출산에 집중한 김 의원안과 대부분 유사하고, 민법·입양특례법보다 우선 적용하는 등 세부적 기준이 추가됐다. 이기일 복지부 1차관은 "지금 필요한 시점에서는 보호출산이라는 개념에 포커싱(집중)해 법안에 담는 것이 좋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野 "보호출산은 최후 수단" …與 "차선책이라도 필요"
하지만 야당은 근본적인 출산과 양육에 대한 대책을 논의해야 하는데 정부가 보호출산제만 대안으로 제시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약사 출신인 서영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절대로 보호출산제를 도입하면 안 된다는 뜻은 아니지만 현 단계에서 더 여러 가지 문제점에 대해서 보완하고, 영아의 생명권과 양육 받을 권리에 대해서 다양한 각도에서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할 필요가 있지 않냐"며 "신뢰 출산을 하고 있는 독일의 경우에도 제도 도입을 1999년에 시작해 15년 넘게 논쟁하고 제도가 도입이 된 그런 사회적 합의 과정이 있었다"고 말했다.
강은미 정의당 의원도 보편적인 출산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 강 의원은 " 돈이 없어서 아이를 낳기 어려운 사람은 ‘너는 아이를 유기하고 네가 보호하지 않아야 지원을 해 줄 수 있어’다는 이런 규정 자체가 유기를 권장하는 형태가 아니냐"면서 "적어도 위기임산부라면 보편적으로 전부 지원을 해줘야 하는데 그런 고려를 하게 만드는 법 자체가 괜찮은 법인지 판단이 필요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야당 일각에선 공청회 등 의견수렴을 더 거치고 법안을 논의하자는 주장도 나온다. 의사 출신인 신현영 민주당 의원은 "(보호출산에 관한 법률이) 제정법이고, 조문을 논의하기 전에 적어도 상임위가 공청회라도 하면서 여러 의견수렴을 하고 쟁점에 대해서는 조금 더 보완해 나가면서 결론을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국민의힘은 최근 영유아 유기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선 법안 통과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보호출산 특별법을 마련한 김 의원은 독일의 신뢰출산 도입 후 효과를 설명하며 "만능 키를 만드는 곳이 국회가 아니다. 최선이 아니면 차선책, 지금 일어나는 위기 상황을 조금씩 줄여나가는 것이 국회의 일"이라고 강조했다. 김 의원은 독일에서 2014년 신뢰출산제 도입 이후 베이비박스 등 익명 위탁이 해마다 약 30건씩 감소했으며 상담 후 직접 양육이나 일반 입양을 결정한 여성의 비율이 40%로 신뢰출산 결정 비율(22%)보다 높다는 예시를 들었다.
김 의원은 또 보호출산이 아동 유기와 양육권 포기를 조장한다는 우려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정부 수정안에 따르면 보호출산을 원하는 경우 가장 먼저 지역상담기관을 통해 원가정 양육을 권장하는 상담 및 정보제공을 하게 돼 있고, 직접 양육을 택할 경우 지원 방안에 대해서도 명시돼 있다는 것이다.
의견 수렴 나선 민주당…빠른 통과는 '글쎄'
여야는 지난 소위에서 "빠른 시간 내에 검토해 논의하자"고 마무리했지만, 아직 다음 소위 일정은 잡히지 않은 상태다. 일반적으로 7~8월 국회가 잘 열리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달 중 논의가 이뤄지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
국민의힘은 간사 협의를 통해 빠른시일 내 소위를 열어 법안을 처리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미애 의원은 지난 4일 국회 기자회견에서 "구체적으로 체계를 잡고 심사해야 하는데, 그 날짜를 잡아야 하는데 7, 8월에 국회가 통상적으로 열리지 않는다"며 "생명에 관한 문제인데 이런 것을 따질 때가 아니다. 이런 부분은 여야 간사 간 합의 통해 일정을 잡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주당은 소위 논의에 대비해 전날 당 위원들의 입장을 정하기 위한 전문가 간담회를 가졌다. 민주당 소속 복지위 위원은 "법안소위 전 (보호출산에 관한) 당내 의견 수렴을 비롯해 현장 전문가와의 간담회를 통해 보호출산을 어떤 방향으로 가져가는 것이 좋을지 논의하는 자리"라고 설명했다. 그는 "빠르게 법안 검토를 하는 것이 좋을지, 전문가 의견과 현장 소통이 더 필요할지 (간담회를) 진행하며 판단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달 중 보호출산제가 통과되더라도 내년 6월 시행을 앞둔 출생통보제와의 공백은 벌어질 전망이다. 복지부는 수정안에서 법안 시행 시점을 전산 시스템 구축과 예산 확보를 이유로 '공포 후 1년 6개월'로 제시했다. 정부안대로 법안이 이달 통과되면 시행일은 2025년 1월로, 출생통보제 시행 7개월이 지난 뒤 시작된다.
김영원 기자 forev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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