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 찾아가 '출전 요청'까지…그만큼 간절했던 '득점왕 출신' 유강현

김명석 2023. 7. 11. 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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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하나시티즌 공격수 유강현. 사진=대전하나시티즌
충남아산 소속으로 지난해 K리그2 최다득점상을 수상했던 유강현. 사진=프로축구연맹

“저한테 찾아와서는 ‘기회를 달라’고 하더라고요.”

이민성 대전하나시티즌 감독은 공격수 유강현의 선발 배경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9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수원과의 하나원큐 K리그1 2023 21라운드 홈경기를 앞두고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다. 이날 유강현은 지난 5월 13일 포항전 이후 약 두 달 만에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이 감독은 “컨디션이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직접 찾아와서 ‘기회를 달라, 몸상태가 너무 좋다’고 하더라. 그런 간절함을 갖고 있는 선수들이 뛰는 게 맞다고 생각해 선발로 출전시켰다”고 웃어 보였다. 

직접 감독실까지 찾아가 출전 기회를 요청할 정도의 간절함은 이유가 있었다. 유강현은 지난해 충남아산 소속으로 K리그2 득점왕에 오른 뒤 올해 대전에 합류했다. 등번호도 10번을 배정받으며 많은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이날 경기 전까지 그는 12경기에서 공격 포인트가 없었다. 지난해 득점왕 경쟁을 펼친 뒤 함께 대전에 합류한 티아고가 빠르게 주전 자리를 꿰차는 사이, 유강현의 존재감은 서서히 작아졌다.

특히 수원전 이전까지 6경기에서 단 4경기 교체 출전, 총 출전 시간은 53분에 그칠 만큼 입지가 급격하게 줄었다. 티아고의 활약에 새로운 외국인 공격수까지 합류를 앞둔 상황, 이대로 반전을 이뤄내지 못하면 설자리는 더욱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마침 최근 스스로도 컨디션이 좋다는 자신감이 있었다. 큰 마음을 먹고 감독실을 직접 찾아가 “조금만 더 시간이 주어지면,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을 것 같다”고 용기를 냈던 이유였다.

약 두 달 만에 찾아온 선발 기회, 유강현은 원 없이 최전방을 누볐다. 특히 전반 17분엔 왼쪽 측면에서 올라온 서영재의 크로스를 정확하게 헤더로 연결, 김인균의 선제골을 도왔다. 이적 13경기 만에 기록한 시즌 첫 공격 포인트였다. 내친김에 그는 마수걸이골까지 노렸다. 다만 후반전 슈팅이 골대를 살짝 벗어나 아쉬움을 삼키는 등 3개의 슈팅이 모두 무위로 돌아갔다. 이후 그는 후반 16분 경쟁자 티아고와 교체돼 경기를 마쳤다. 골은 없었지만, 그래도 시즌 첫 공격 포인트를 쌓은 것에 의미를 뒀다.

9일 수원 삼성과의 홈경기에서 치열한 볼 경합을 펼치고 있는 대전하나시티즌 유강현. 사진=프로축구연맹
대전하나시티즌 공격수 유강현. 사진=김명석 기자
대전하나시티즌 공격수 유강현. 사진=대전하나시티즌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유강현은 “답답했던 부분이 어느 정도는 해소됐다고 생각한다”며 옅은 미소를 지었다. K리그2 득점왕 출신인데도 골이 없다는 점에서 그동안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던 게 사실이었는데, 비록 이날 골은 아니더라도 첫 어시스트를 통해 반등의 발판을 마련했기 때문이다.

유강현은 “오랜만에 선발 기회를 주셨기 때문에 더 좋은 경기력으로 보답드리고 싶었다.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그래도 팀이 득점하는데 도움이 됐으니 그 부분은 기쁘게 생각한다”며 “그동안 감독님이 어떻게든 기회를 주시려고 해 주셔서 항상 감사한 마음이 있었다. 오늘 감사하게도 선발 기회를 주셔서 원 없이 뛰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시즌 초반만 해도 조바심을 느꼈다는 그다. 하지만 팀을 최우선으로 생각하면서 스스로는 골 감각을 되찾으려는데 집중하고 있다. 그는 “사실 K리그1과 K리그2가 ‘참 다르다’고 느끼지는 않는다. 기회를 주셨을 때 더 열심히 뛰고, 또 팀에 도움이 되려고 계속 노력하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다”며 “초반엔 조바심이 좀 났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다른 선수들이 너무 잘해주고 있다. 팬분들도 응원을 많이 해 주신다. 조바심을 내려놓고 작년의 감각 등을 찾으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그동안 공격 포인트가 없었던 흐름을 끊어낸 게 반가운 일이다. 스스로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는 분명한 기회가 됐기 때문이다. 티아고의 활약, 그리고 새로운 외국인 공격수의 합류 소식에도 스스로 흔들리지 않는 힘이 될 수도 있다. 유강현 역시 주전 경쟁에서 밀린다는 걱정보다는 외국인 선수들과 어떻게 하면 호흡을 더 잘 맞출 수 있을지 더 공부하고 있다. 이민성 감독도 앞으로 투톱, 스리톱 등 공격 전술의 변화를 염두에 두고 있다.

유강현은 “티아고가 너무 잘해주고 있다. 부담을 티아고에게만 주는 것 같아서 많이 미안하기도 하다. 그런 부담을 덜어주고 싶어서 더 열심히 하고 있다. 새로운 외국인 공격수도 스타일이 나랑 잘 맞을 것 같다. 어쨌든 누가 뛰더라도 팀에 도움이 되는 게 중요하다. 경기에 나갔을 때 제 몫을 잘해주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오랜만에 선발로 출전했다. 그래도 그동안 개인적으로 몸을 잘 유지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첫 공격 포인트라는 점에서 자신감을 얻게 됐다. 득점이 아니더라도 다른 부분에서 역할을 해줄 수 있다는 자신감도 있다. 지금은 다른 부분에서 팀에 도움을 주는 게 중요할 것 같아 더 집중하고 있다. 득점은 한번 터지기 시작하면, 앞으로 계속 터질 거라고 믿는다”고 힘줘 말했다. 득점왕 출신 다운 자신감이다.

대전=김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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