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S시선] '킬러 규제' 벗은 플랫폼이 화답하는 방법

정길준 2023. 7. 1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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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플법 제정서 자율 규제로 선회
업계는 환영…"'IT 강국' 위상 생각해야"
플랫폼 입점 소상공인 불만은 여전해
"비용 부담 느껴"…대다수 온플법 찬성
상생 넘어 자발적 협의체 구성 필요
정길준 경제산업부 기자

정부가 플랫폼을 향한 압박을 자율 규제로 선회하면서 업계가 한숨을 돌리는 모습이다. 가뜩이나 경기 침체와 엔데믹의 영향으로 실적에 먹구름이 낀 상황에서 어렵사리 시장을 넓혀가고 있는 플랫폼 기업들에게 모처럼 희소식이 들려왔다.

지난 5월까지만 해도 네이버와 카카오 등 양대 포털과 쿠팡 등 대형 이커머스를 관리 테두리 안에 넣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이하 온플법) 제정 논의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에서 급물살을 탔다.

온라인 소비 행태의 급격한 확산으로 발생하는 부작용을 법적 강제력 없이 통제하기 힘들다는 판단에서다. 플랫폼과 입점 업체 간 불공정 계약과 독과점 남용 등이 주된 타깃이었다.

그런데 이달 초 대통령의 한 마디에 상황이 완전히 역전됐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4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회의에서 "기업인들의 투자 결정을 막는 결정적 규제, '킬러 규제'를 팍팍 걷어내라"며 "규제가 전혀 없을 수는 없지만 아예 투자를 못 하게 하는 킬러 레귤레이션을 없애야 민간 투자가 활성화되고 미래 성장 기반이 마련된다"고 강조했다.

플랫폼 업계를 대변하는 한국인터넷기업협회는 곧장 환영의 입장을 밝히며 "온플법이 법제화하면 국내 플랫폼 기업의 혁신 시도는 위축된다"며 "규제 일변도의 모습을 보이면 'IT 강국 대한민국'의 위상이 추락할 것"이라고 했다.

'타다 금지법'으로 모빌리티 혁신의 날개를 꺾었던 전례에 비춰봤을 때 정부의 결단은 분명 플랫폼 사업자들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플랫폼이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된 상황에서 소상공인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는다는 사실을 업계는 명확히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 3∼5월 실시한 실태조사 결과, 비용이 부담된다고 답한 플랫폼 입점 업체는 배달 앱 64.7%, 숙박 앱 62.3%, 오픈마켓 36.0%, 패션 앱 29.0%의 순으로 나타났다.

법적 규율로 온플법이 제정돼야 한다는 응답은 숙박 앱 78.7%, 배달 앱 77.3%, 오픈마켓 77.0%, 패션 앱 71.3%로 집계됐다. 입점 업체 10곳 중 7곳은 찬성하는 셈이다.

이에 플랫폼 업계는 한차례 파도가 지나갔다고 해서 안심해서는 안 된다. 다시 온플법이 고개를 들기 전에 서둘러 자발적으로 가이드라인을 마련해야 한다.

네이버가 소상공인·창작자의 디지털 전환과 판로 확대를 돕기 위해 운영하는 '프로젝트 꽃'이 우수 사례로 꼽힐 수 있다. 하지만 이런 '상생'의 범위에 그치면 누구도 만족할 수 없다. 온플법을 충분히 대체할 만한 효력의 장치 도입이 절실하다.

플랫폼은 물론 입점 업체와 소비자가 참여하는 협의체를 만들어 수수료 상한과 이용자 보호책을 수립하는 것도 방법이다. 정형화가 힘든 플랫폼의 특성상 인고의 시간을 견뎌야 하지만, 지금 이 시기를 잘 넘겨야 글로벌 빅테크를 키울 수 있는 길이 열린다.

정길준 경제산업부 기자 kjkj@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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