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이 더 심각한데"…그로시의 눈으로 본 선동정치 [기자수첩–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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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더불어민주당 만남은 기괴했다.
국제기구 수장이 현안을 설명하기 위해 특정 국가의 야당과 별도의 자리를 마련한 것부터 이례적이었고, 그 과정에서는 지지층으로부터 '고 홈'이라는 거친 항의도 받아야 했다.
IAEA 보고서 설명에 자신감을 보였던 그로시 총장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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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염수엔 예민, 북핵에 관대한 대한민국
라파엘 그로시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무총장이 더불어민주당 만남은 기괴했다. 국제기구 수장이 현안을 설명하기 위해 특정 국가의 야당과 별도의 자리를 마련한 것부터 이례적이었고, 그 과정에서는 지지층으로부터 '고 홈'이라는 거친 항의도 받아야 했다. 외국에서 온 손님을 둘러싸고 조리돌림 하듯 비판하는 모습도 전례를 찾기 힘든 장면이었다.
실제 민주당 인사들은 작심한 듯 모욕적 언사도 서슴지 않았다. 단순히 IAEA의 보고서를 신뢰할 수 없다는 의견 전달 수준이 아닌 그로시 총장의 말을 꼬투리 잡아 "방류하지 말고 일본이 음용수나 공업용수로 쓰라고 권할 생각은 없느냐"고 따져 묻는 식이었다.
심지어 "IAEA가 중립성과 객관성을 상실한 일본 편향적 검증을 했다"는 주장까지 나왔다. 1957년 발족해 UN의 산하기관으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에 기여했던 공인된 국제기구를 정파적 단체로 규정해버린 순간이었다. 일부 민주당 극렬 지지층은 면전에서 '100만 유로 뇌물 수수설'을 거론하기도 했다.
IAEA 보고서 설명에 자신감을 보였던 그로시 총장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간담회 초반 메모를 하며 경청했던 그는 민주당의 일방적·감정적 주장이 반복되자 자신도 모르게 잠시 안경을 벗고 한숨까지 쉬었다. 국민의힘은 "국격에 금이 가는 소리"라고 했다. 물론 민주당은 원전 오염수 방류 세력으로부터 대한민국을 지켜냈다는 자화자찬 분위기다. 당대표 회의실 배경을 이순신 장군으로 교체한 것이 그 방증이다.
결국 또 정쟁으로 귀결됐지만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은 "북핵이 더 심각한 문제"라는 그로시 총장의 메시지다. 북한은 2003년 NPT를 탈퇴한 뒤 IAEA의 핵 사찰을 거부했으며 이후 수차례 핵실험을 감행했다. 현재는 핵무기 보유뿐만 아니라 미사일 기술까지 고도화한 상태다. IAEA가 상주하며 실시간으로 국제사회의 감시가 이뤄지는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와 비교해 위험도는 차원이 다르다는 얘기다.
이 대목에서 더 우려스러운 것은 대한민국을 바라보는 국제사회의 시선이다. 아직 현실화되지 않은 일본의 오염수 방류에는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이면서, 직접적이고 현존하는 북한의 위험천만한 핵 위협에는 입을 닫는 모습을 어떻게 받아들일까. 더구나 해류에 따라 우리나라보다 먼저 오염 처리수를 접하게 될 미국과 캐나다는 차분히 상황을 지켜보는 중이다.
그로시 총장은 "한국은 북핵 개발과 관련해선 최전선에 있는 나라다. (일본 동부의) 후쿠시마 원전 문제와 정반대 상황"이라며 "여기(한반도)에서 일어나는 일에 훨씬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하고 싶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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