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로 시작해 LPBA 새 역사까지…스롱 피아비 '최다 우승' 금자탑
김가영·임정숙 제치고 최다 우승
‘캄보디아 특급’ 스롱 피아비(32·블루원리조트)가 여자프로당구(LPBA) 최다 우승이라는 금자탑을 쌓았다. 취미로 시작한 당구로 LPBA 새 역사를 썼다.
스롱은 지난 9일 경기도 안산시 상록수체육관에서 열린 프로당구 2023~24시즌 2차 투어 ‘실크로드&안산 PBA-LPBA 챔피언십’ LPBA 결승전에서 용현지를 4-3(6-11, 11-3, 11-4, 5-11, 11-7, 7-11, 9-2)으로 꺾고 LPBA 통산 여섯 번째 우승을 차지했다.
대회 전까지 김가영(하나카드) 임정숙(크라운해태)과 최다 우승 공동 1위(5회)였던 스롱은 이들을 제치고 LPBA 최다 우승 선수로 우뚝 섰다. 그는 2021~22시즌 우승 2회, 2022~23시즌 우승 3회(월드챔피언십 포함)에 이어 여섯 번째 우승 트로피를 품으며 프로당구 역사에 이름을 새겼다.
대기록까지 가는 여정은 만만치 않았다. 스롱은 데뷔 첫 우승에 도전하는 용현지와 결승전에서 치열하게 맞섰다. 1세트를 먼저 내준 뒤 2, 3세트를 내리 따내며 승기를 잡았지만, 용현지의 끈질긴 추격에 결국 마지막 7세트까지 승부가 이어졌다.
실력에 풍부한 경험까지 갖춘 스롱은 외나무다리 승부에서 한 수 위의 집중력을 보여줬다. 첫 이닝 만에 5득점으로 승기를 잡은 그는 용현지가 공타에 그치자 나머지 4점을 채워 2이닝 만에 7세트를 마무리 짓고 환하게 웃었다.
어린 시절부터 선수의 길을 걸은 게 아니라, 결혼 후 취미로 당구를 시작한 뒤 이뤄낸 성과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가 컸다. 캄보디아 출신인 그는 지난 2011년 28세 연상인 김만식 씨와 결혼해 한국으로 이주한 뒤 남편의 권유로 이듬해 당구에 입문했다. 천부적인 재능에 그는 아마추어 시절 전국 대회를 휩쓴 뒤 아시아·세계 무대에서도 돋보이는 존재감을 보여줬다.
2021년 LPBA 진출을 선언하고 프로무대에 입성한 뒤, 두 번째 대회 만인 2021~22시즌 개막전 정상에 오르며 대기록의 서막을 올렸다. 스롱은 2021~22시즌 1차·5차 투어, 2022~23시즌 1차·8차·왕중왕전 정상에 오른 데 이어 올 시즌에도 정상에 오르며 명실상부한 LPBA 최강자의 입지를 다졌다.
대기록 현장엔 남편 김씨가 처음으로 LPBA 경기장을 찾아 의미를 더했다. 스롱은 우승 기자회견에서 “경기가 끝날 때까지 남편이 온 줄 몰랐다. 시상식 끝나고 나서야 알았다. 부끄러웠는지 자리를 피해 우승하고 사진도 못 찍었다. 5~6년 간 한 번도 (경기를) 직접 본 적이 없는데 오늘 처음 왔다”며 “매일 고맙고 미안한 마음이다. 모든 살림을 혼자 다하고, 저에겐 당구에만 집중하라고 해준다. 너무 감사한 마음”이라고 웃어 보였다.
이어 스롱은 “어딜 다니든 저를 알아보시는 걸 느낀다. 유명해진 만큼 더 잘하고, 더 많이 우승해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우승해서 너무 기쁘다. 비시즌엔 봉사활동을 많이 했다. 이제 당분간 당구만 더 연습하겠다. 내 목표는 하나다. 많은 사람이 내 당구를 보고 행복했으면 한다”고 말했다.
김명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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