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하반기 ‘삼천피’ 가능?…서머랠리 여부에는 ‘변동성주의보’
Fed 금리 인상, 경기 침체, 중국 부양책 등 변수
올 상반기 상승 랠리를 펼친 국내 증시가 하반기에도 상승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 올 여름 서머랠리가 펼쳐질지 증권가의 의견이 엇갈리면서 변동성을 주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대체로 하반기 코스피 전망치는 높아지고 있다. 실적 랠리 기대감이 커지면서 '하고(下高)' 예상이 우세한 편이다.
서머랠리 과도한 기대는 금물
여름에 주가가 상승하는 '서머랠리' 시즌이 돌아왔지만 이를 바라보는 증권가의 시선은 엇갈린다. 우선 서머랠리에 과도한 기대를 갖지 말라는 의견이 있다. 상반기 내내 상승 랠리를 펼친 만큼 7~8월에 더 오르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에서다. 더불어 올해 하반기부터 미국 경제가 침체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쉬어가는 숨고르 장세가 펼쳐질 것으로 봤다.
서상영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본래 경기 회복 시점을 연말로 예상했는데, 미국이나 유럽의 회복 속도가 늦춰지면서 내년으로 미뤄지고 있다"라며 "선행지표인 주가 반등 시점도 같이 미뤄지고 있어 서머랠리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짚었다. 이어 "미국 연방준비제도(Fed)를 비롯해 각국 중앙은행이 추가로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도 변수"라며 "상반기에 코스피가 예상보다 많이 오른 만큼 차익실현 매물이 나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7월 기준금리 인상이 주요 변수로 꼽힌다. 이재선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지금 당장 주가 상승이나 하락이 나타나기보다는 한동안 밋밋한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7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결정을 보고 난 후 주가가 움직일 것으로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투자전략부 책임연구원 역시 "Fed의 추가 금리 인상과 미 정부의 대규모 채권 발행 여파로 증시는 우선 조정을 거친 후 반도체 기업 실적 개선과 미·중 대화 재개를 호재로 반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서머랠리에 기대감을 가져도 좋다는 의견도 있다. 김대준 한국투자증권 투자전략팀장은 국내 수출 증가율 회복, 반도체 기업의 이익 개선 등을 이유로 코스피가 올 여름에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최근 단기적으로 주가가 조정을 받고 있지만, 실적이 나빠서가 아닌 주식시장이 단기 과열된 상태로 일부 물량이 소화되는 과정"이라면서 "수출 증가율이 플러스로 전환됐고, 평균 수출 금액의 마이너스 폭이 빠르게 줄고 있어 2분기 실적 발표에서 업황 턴어라운드가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경수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기업 실적 개선 기대감과 Fed 금리 인상 중단, 인공지능(AI) 중심의 기술주 사이클 개시 등으로 증시가 상승 흐름을 보일 것"이라고 진단했다.
다만 변동성이 커질 우려가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7월 주식시장은 상반기 상승 랠리 이후 단기 과열 우려에 여러 매크로(거시경제) 지표들에 따라 변동성이 나타날 것이란 판단에서다. 김유미 키움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 주가 수준에 대한 부담감과 피로감이 누적되면서 시장 참여자들의 차익실현 욕구를 자극, 증시의 상승 모멘텀을 제약하고 있다"며 "인플레이션, Fed 긴축, 실적시즌 등 주요 이벤트를 맞이하는 과정에서 변동성 출현에 대비해야 한다"고 말했다. 윤창용 신한투자증권 리서치본부장도 "Fed가 기준금리를 두 차례 올리면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윤석모 삼성증권 리서치센터장 역시 금리 인상 가능성이 변동성 확대를 자극할 것으로 보고 "국내 증시는 여름에 숨고르기(기간조정)를 하면서 하락 가능성에 무게가 실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조정이 오면 비중 확대 전략을 유지해도 좋다는 의견이 많았다. 김유미 연구원은 "기간 조정 국면에서도 업종 간 성과 차별화가 나타날 것인 만큼, 이익 모멘텀이 살아있는 반도체, IT하드웨어 등 정보기술(IT), 항공, 방산, 전선, 인프라 등을 중심으로 대응하는 전략을 추천한다"고 전했다.
하반기 코스피 상단 최대치 전망은 3000
하반기 코스피를 전망하는 증권사 리서치센터에 '3000'이라는 숫자가 등장하면서 '하고'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다만 이는 가장 높은 전망치다. 이보다 낮게 본 리서치센터는 Fed 기준금리 인상, 선진국 경기 침체, 중국 경기 회복 속도 등을 변수로 꼽았다.
가장 긍정적인 시선을 보낸 곳은 DB금융투자다. DB금융투자는 국내 증권사 중 가장 높은 3000을 코스피 상단으로 전망했다. KB증권(2920), 메리츠증권·IBK투자증권(2900)은 상단을 2900 이상으로 꼽았다. 한국투자증권과 키움증권은 2800을 상단 밴드로 봤다. 대신증권은 2780, 현대차증권 2760, NH·삼성·하이투자증권 2750, 신한·하나증권 2700선을 제시했다.
강현기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하반기 주식시장은 상승 흐름을 보일 것"이라며 "장단기 금리차 확대로 금융장세가 나타날 수 있고, 구매력 제고로 실적장세가 진행될 여지도 있어, 우려와 달리 의외의 강세장이 펼쳐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삼성증권은 반도체 기업의 실적 개선 기대감에 따라 내년에는 코스피가 3000선에 안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25.3%를 차지하는 1위 삼성전자와 3위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종목의 반등 여부가 하반기 코스피 지수 흐름에 결정적인 변수가 될 것이란 판단이다. 김용구 삼성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1분기 실적 서프라이즈가 자극했던 글로벌 AI 밸류체인 관련 중장기 낙관론은 국내 반도체 대표주의 밸류 부담과 잠재실적 불확실성을 희석하며 대규모 외국인 러브콜과 탄력적인 주가 상승으로 이어졌다"며 "하반기 시장 전망치를 상향한 이유"라고 설명했다.
한국투자증권도 시장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업종은 '반도체'와 '자동차'라고 판단했다. 두 업종이 하반기 증시를 이끌 주도 업종으로, 여기에 수출 호조와 회복 가능성이 커져 이익 모멘텀도 더 강화될 수 있다는 예상을 내놨다.
다만, 아직 시장에 불확실성이 존재하는 만큼 보수적인 시각을 유지하는 증권사도 있다. 코스피 하락 요인으로는 Fed 추가 금리 인상 횟수, 선진국 경기 침체 등이 꼽힌다. 국내 증시는 금리에 민감한 반도체·이차전지·IT 등 기술주가 주도하는 만큼 금리 인상은 국내 증시에 악재로 평가된다. 더불어 Fed의 금리 인상 사이클이 사실상 종료됐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던 분위기에서 추가 인상은 기정사실이고, 횟수가 얼마나 될까로 급변한 상황이다. 미국의 추가 금리 인상 우려와 중국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의 미미한 효과 탓에 코스피가 박스권에 머물 것이란 분석이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팀장은 "중국의 경기 회복과 반도체 업황 개선으로 3분기까지는 차별적 반등을 예상하지만, 연말로 갈수록 선진국발 경기 둔화 우려로 주식시장 상단이 제한되는 박스권이 불가피하다"고 진단했다.
이선애 기자 lsa@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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