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감독이 말하는 ‘페이커’ 없는 T1 [LCK]

문대찬 2023. 7. 11.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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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T1과 3년 재계약을 체결한 '페이커' 이상혁. 리그 내 최고령 선수다. T1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했던가. T1이 치른 지난 2경기는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팬들에게 ‘페이커’ 이상혁(T1)의 영향력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게 만든 시간이었다. 

T1은 지난 5일 오후 서울 종로 롤파크에서 열린 2023 LCK 서머 DRX와의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0대 2로 패했다. 이어진 8일 경기에서는 젠지 e스포츠(젠지)에게 0대 2로 패했다. 두 경기 모두 손도 제대로 쓰지 못하고 무기력하게 패해 적잖은 충격을 안겼다. 손목 및 팔 통증으로 단기간 휴식에 돌입한 이상혁의 부재가 예상보다 더 뼈아프게 다가왔다. 

이상혁은 LoL e스포츠 최고의 선수다. 2013년 데뷔해 리그 우승과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 우승까지 거머쥔 그는, 이후로도 몇 년 간 공격적이고 화려한 플레이로 정상에 올랐다. 

그러나 이 판에선 노장으로 분류되는 20대 중반부터는 누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효율적인 플레이에 집중해왔다. 특히 어린 선수들과 함께 한 최근 2년은 이들의 강점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을 맞춰왔다. 아무래도 이전만큼의 존재감이 두드러지기는 힘든 구조였다. 지난 2경기를 지켜본 팬들이 ‘이상혁의 빈자리가 이토록 컸느냐’며 당혹감을 드러낸 이유다.

T1을 상대한 DRX와 젠지는 입을 모아 승리 요인으로 이상혁의 부재를 꼽았다. 이들이 공통적으로 꼽은 이상혁의 강점은 챔피언 폭과 플레이메이킹 능력, 동료와의 조화 등이었다.

김목경 DRX 감독은 이상혁의 결장이 ‘기회’였다고 표현했다. 그는 기자실 인터뷰에서 “이상혁이 부상으로 안 나올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며 “경기 당일 이상혁이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들은 뒤로는 밴픽 준비하기가 수월했다. 우리로선 호재이자 기회였다”고 말했다. 이어 “이상혁이 경기에 나오지 않은 것이 우리 밴픽 전략으로까지 이어졌다”면서 “이상혁 때문에 (밴픽에서) 까다로운 부분이 있었는데 오늘은 정글러 밴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DRX 탑라이너 ‘라스칼’ 김광희는 쿠키뉴스와 인터뷰에서 “이날 우리 경기력이 좋긴 했지만 페이커가 나왔다면 쉽지 않았을 것”이라며 “페이커는 경기의 맥을 잘 읽어 허를 찌르는 플레이를 잘한다. 상대 수를 흘리는 플레이도 잘하는데 오늘 나온 ‘포비(윤성원)’에게는 그런 모습이 잘 보이지 않았다”고 밝혔다.

젠지의 고동빈 감독은 승리 후 취재진과 만나 “T1 내부의 사람은 아니라 정확하게 알 수는 없지만 팀 내 베테랑의 존재는 언제나 큰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절대 무시할 수 없는 정도의 영향이라고 생각한다”고 짚었다. ‘딜라이트’ 유환중은 “페이커는 플레이메이킹을 주도적으로 하는 선수이기도 하고, 맵을 많이 쓰는 선수다. 포비는 신인 선수다 보니 경험이 부족해 그런 면에서 편했다”고 거들었다.

젠지전에서 패한 뒤 인터뷰에 임한 '구마유시' 이민형(좌)과 임재현 감독대행. 쿠키뉴스 DB

T1 역시 이상혁의 결장이 치명적인 것을 부인하지 않았다. 

임재현 T1 감독대행은 “페이커가 결장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고민도 없이 전력약화라고 생각했다”며 “현재 탑-미드 사이에서의 교류가 부족한 모습도 있고, 팀 전체적으로도 흔들리고 있다”고 우려했다. 팀의 원거리 딜러 ‘구마유시’ 이민형은 “상혁이 형이 빠진 후 중후반 운영 단계에서 붕 뜨는 느낌이 있다. 메이킹을 주도적으로 하는 게 없어진 느낌이다. 미드 라인전도 힘들다”며 어려움을 토로했다.

다만 이상혁의 결장 여파 이상으로 T1이 흔들리고 있다고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작년 코로나 19로 인해 주축 선수들이 빠진 팀들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T1이 전체적으로 경기력이 떨어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2연패에 빠진 T1은 11일 현재 6승4패로 리그 5위에 처져있다. 당초 T1의 목표는 이상혁의 복귀까지 최소 2승을 거두는 것이었으나, 하위권 DRX에게 일격을 허용하며 이마저도 어려워진 상태다. T1은 이번 주 농심 레드포스(10위)와 디플러스 기아(4위)와 연달아 맞붙는다. 혹여 최하위 농심에게도 덜미를 잡힌다면, 플레이오프 진출권인 6강 진입도 장담하기 힘들어진다. T1은 농심과 1라운드 맞대결 당시 2대 1로 진땀승를 거둔 바 있다.

농심은 T1전 자신감을 숨기지 않았다. ‘피에스타’ 안현서는 “페이커 선수가 T1에서 영향력이 많이 크다고 생각한다. 운영의 중심인 데다가 비교적 나이가 어린 선수들의 중심을 잡아줄 선수가 없다는 게 크게 작용할 것 같다”면서 “T1이 개인 기량이 뛰어나다고 생각하지만 페이커 선수의 영향력이 없다면 우리가 잘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문대찬 기자 mdc0504@kuki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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