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오염수 방류 때 '해저 펄' 뒤섞일 가능성 있는지, 검토 필요"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상 방류가 초읽기에 들어간 가운데 오염수 방류가 해저 퇴적토(펄)를 교란할 것인지에 대한 조사도 필요한 것으로 나타났다.
후쿠시마 원전 앞바다 퇴적토가 방사성 물질로 오염돼 있고, 오염 퇴적토가 지금도 강물·파도·태풍 등에 의해 교란되고 이동한다는 조사·연구 결과가 다수 존재하기 때문이다.
퇴적토가 교란되고 물에 떠올라 퍼지는 재부유(再浮游, resuspension) 현상이 나타나면 퇴적토 속의 방사성 물질이 물에 녹아 나오게 된다.
물속 방사능 농도가 높아지면 먹이사슬을 통해 물고기 등이 오염될 수도 있다.
후쿠시마 인근 해역 수산물의 수입 금지와 관련해 한국에서도 후쿠시마 오염 퇴적토의 재부유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청계천보다 더 큰 하천 생겨
한국 정부의 브리핑 등을 통해 지금까지 알려진 바에 따르면, 일본 도쿄전력은 매일 500㎥의 후쿠시마 오염수를 다량의 바닷물로 희석해서 방사성 물질 농도를 L당 1500베크렐(Bq) 이하로 낮춰 방류할 계획이다.
다핵종처리시설(ALPS)을 거친 오염수도 방사능이 60만 베크렐이 넘기 때문에 최소한 400배로 희석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20만㎥ 이상의 바닷물이 필요하다.
하루 20만㎥가 넘는 바닷물을 후쿠시마 앞바다로 방류하게 된다는 의미다.
평상시 하루 4만~12만㎥가 흐르는 서울 청계천보다 더 큰 하천이 후쿠시마 해저에 생기는 셈이다.
퇴적토 오염 여러 차례 확인돼
국제환경단체인 그린피스는 지난 2016년 2~3월 후쿠시마 인근 하천과 해저 퇴적토의 방사능 오염도를 조사했다.
당시 후쿠시마 원전에서 2㎞ 떨어진 해역의 퇴적토 시료 1㎏에서 세슘-137의 방사능이 최대 120베크렐(Bq·방사능 단위)로 측정됐다.
또, 후쿠시마 현 미나미소마 시를 지나는 나이다 강 바닥 퇴적토 시료에서는 전체 세슘(세슘-134와 세슘-137) 방사능이 ㎏당 최대 2만9800베크렐까지, 후쿠시마 원전에서 북동쪽의 25㎞ 정도 떨어진 오이타 강바닥에서도 ㎏당 최대 2만3800베크렐이 검출됐다.
이에 따라 후쿠시마 인근 하천 퇴적토나 해저 퇴적토가 재부유할 경우 후쿠시마 원전 앞 바닷물의 방사성 물질 농도를 높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30일 일본 도쿄대학 해양기술·정책·환경과 연구팀은 학술논문 사전 리뷰 사이트(SSRN)에 공개한 논문에서 "후쿠시마 인근 7개 하천(강) 가운데 2곳의 하구 퇴적토가 후쿠시마 앞바다 방사성 오염을 유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지적했다.
후쿠시마 앞바다 방사능 수치가 이론적인 수치보다 높게 나왔고, 그 원인을 추적했더니 강 하구 퇴적토에 쌓여있던 세슘-137 등 방사성 물질이 바다로 들어온 탓이라고 설명했다.
아부쿠마 강과 우케도 강은 유속이 빠르고, 하천 퇴적토에 방사성 물질이 많이 쌓여 있기 때문이다.
재부유 때 방사성 물질 방출
연구팀은 논문에서 "해안을 따라 퇴적물 입자의 재부유 현상이 자주 발생하기 때문에 해저 퇴적토에서 세슘-137이 해수로 방출될 가능성이 상당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3월에도 일본 원자력연구개발기구 연구팀은 '해양 오염 회보(Marine Pollution Bulletin)'에 논문을 발표했는데, 연구팀은 "후쿠시마 인근 해역의 퇴적토 재부유가 세슘-137의 2차 이동 원인 가운데 79~83%를 차지했고, 강에 유입된 것은 퇴적물 방사성 물질에 7%만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다.
해저 퇴적토 재부유가 비교적 활발하게 일어남을 보여주는 수치다.
당시 연구팀이 측정한 퇴적토의 세슘-137 농도는 정점 A에서 ㎏당 170~1400베크렐, 정점 B에서 91~7900베크렐이었다.
여름 우기와 태풍이 지나간 후인 10월 31일과 11월 1일 정점 B에서 ㎏당 5200~7900베크렐이나 측정됐다.
IAEA 보고서 '재부유' 언급 없어
방류구가 해저 퇴적층에 직접 닿지는 않을 것으로 보이지만, 다량의 오염수가 배출되면 주변 퇴적토에 영향을 주고 퇴적토가 재부유될 가능성도 있다.
IAEA 최종 보고서는 지난해 11월 채집한 퇴적토 시료의 분석 결과를 올 하반기 공개할 예정이라면서도 퇴적토 재부유에 관해서는 언급이 없었다.
대신 보고서엔 퇴적토가 방사성 물질을 흡착하더라도 어느 순간에는 포화가 되고 평형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는 설명이 들어 있다.
오염수 방류 후 물속 방사성 물질이 퇴적토에 흡착되는 과정이 계속돼도 어느 순간 포화가 되면, 그때부터 물속 방사성 물질 농도가 높아질 수 있다.
방류 직후의 상황만 보고 안심하기보다는 방류 후 상당 기간 물과 퇴적토의 방사능 오염도를 주시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방류량 더 늘어날 가능성도
이에 대해 IAEA는 보고서에서 22조 베크렐 방류가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수준(선량 제한 수준)보다 훨씬 낮다고 지적하고, 방출량을 더 높이더라도 선량 제한을 충족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IAEA는 또 일본 원자력규제위원회가 연간 삼중수소 배출량을 정기적으로 재검토할 것이라고 소개했는데, 경우에 따라 방사성 물질을 22조 베크렐보다 더 많이 배출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만일 도쿄전력 측에서 향후 방사성 물질 배출량을 높일 경우 희석 바닷물 양은 20만㎥로 유지하면서 배출 방사성 물질의 양을 늘려 L당 1500베크렐보다 더 높은 농도로 배출하거나, 희석 바닷물의 양과 오염수의 양을 동시에 늘릴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오염수만 늘릴 경우 농도가 상승해 방류구 주변 더 넓은 해역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오염수와 희석용 바닷물을 같이 늘릴 경우 방류량도 하루 20만㎥보다 늘어 퇴적토 재부유가 더 심해질 수도 있다.
이 때문에 오염 배출량을 늘리기로 결정하기 전에 퇴적토 등에 대한 꼼꼼한 환경영향평가가 선행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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