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약속한 '연두색 번호판'…기존 슈퍼카는 벌칙 면제? 정부 왜

강갑생 2023. 7. 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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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으로 법인 승용차는 연두색 전용 번호판을 달아야만 한다. 연합뉴스

법인이 구매하거나 리스 또는 렌트한 차량과 관용차에 연두색 전용 번호판을 달도록 하는 제도가 이르면 9월께 시행된다. 슈퍼카 등 비싼 차량을 법인 명의로 산 뒤 사주 일가나 고위 임원이 사적으로 사용하는 걸 막겠다는 게 주된 취지다.

하지만 이미 운행 중이거나 제도 시행 전까지 새로 도입되는 법인차는 번호판을 당장 교체할 필요가 없는 데다 교체 시한도 안 정해져 형평성과 효과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또 경차를 예외로 하면 법인차 남발을 차단한다는 또 다른 취지에 어긋난다는 우려도 나온다.

1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이달 중에 법인차 전용 번호판 제도에 대한 행정 예고가 이뤄질 예정이다. 이후 법제처 법령 심사와 국무조정실의 규제 심사를 거쳐 이르면 9월께 시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제도가 시행되면 법인에서 새로 구매하거나 리스하는 차량은 모두 연두색으로 된 별도의 전용 번호판을 부착해야만 한다. 국토부는 당초 자가용(리스차 포함)만 대상으로 할 방침이었지만 이 경우 고가의 수입렌터카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우려된다는 지적에 따라 렌터카도 포함키로 했다.

법인차는 구입비와 보험료, 유류비 등을 모두 법인이 부담하는 데다 세금 감면 혜택까지 받을 수 있다. 업무용 차량 경비는 연간 최대 800만원까지 인정받을 수 있으며, 운행기록부를 작성하면 최대 1500만원까지 경비 처리가 가능하다.

국내에 등록된 3억원을 넘는 초고가 승용차 가운데 75%가 법인차로 나타났다. 뉴스1


최근 국회가 국토부로부터 제출받은 승용차 등록현황을 보면 올해 4월 말 기준으로 취득가액이 3억원을 넘는 승용차는 모두 6299대였다. 롤스로이스, 벤틀리, 페라리, 람보르기니,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등 해외 유명 브랜드의 슈퍼카와 럭셔리카 모델이 해당한다.

이 중 법인명의 차량은 모두 4713대로 전체의 74.8%를 차지했다. 초고가 차량 10대 중 거의 8대꼴로 법인차로 등록돼 있다는 의미다. 이러한 법인차를 사적으로 이용할 경우 업무상 횡령이나 배임 혐의 등을 받을 수 있지만 실제로 이를 막을 규제가 허술하다는 비판이 이어지면서 '법인차 전용 번호판' 도입이 대책으로 떠올랐다.

색깔이 다른 전용 번호판을 부착하면 일종의 '명찰효과'가 생기기 때문에 함부로 개인 용도로 법인차를 사용하기 어려울 거라는 판단에서다. 이는 윤석열 대통령의 대선 공약이기도 하다. 지난해 8월 한국갤럽이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83.9%가 "전용 번호판이 필요하다"고 답했다.

그러나 국토부가 기존 법인차에 대해서는 별도의 번호판 교체 시한을 두지 않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효과가 반감할 거란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한꺼번에 다 바꾸기에는 번호판 제작과 교체 인프라가 부족하다"며 "지금 등록된 차량도 2~3년이면 신차로 바꿀 테니 그때 교체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안기정 서울연구원 연구위원은 "전용 번호판이 도입될 경우 기존 법인차는 특히 고급차 위주로 교체 시기를 최대한 미룰 가능성이 클 것"이라며 "이렇게 되면 신규 법인차만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하는 등 형평성에 문제가 있을 수 있다"고 비판했다. 안 위원은 또 "가급적 예외를 줄이고, 기존 법인차의 교체 기한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법인이 도입하는 경차는 전용 번호판 부착을 면제해줄 방침이다. 중앙일보


실제로 법인차 전용 번호판 제도 도입을 앞두고 지난 1~5월 법인이 1억 5000만원을 초과하는 고가의 수입차를 구매한 사례가 전년도 같은 기간보다 20% 가까이 늘었다는 얘기도 나온다. 연두색 번호판을 달지 않으려는 법인의 수요가 몰렸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법인이 도입하는 경차를 전용 번호판 면제 대상에 넣으려는 걸 두고도 우려가 나온다. 국토부는 고가의 수입 법인차를 사적으로 유용하는 걸 막으려는 제도 취지를 고려해 전용 번호판 부착을 면제해주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김동영 한국개발연구원(KDI) 전문연구원은 “전용 번호판 제도는 단순히 슈퍼카 사용만 막으려는 게 아니라 법인차 자체의 남용을 억제하려는 취지가 있다"며 "자칫 경차는 남용해도 된다는 오해를 불러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전용 번호판은 법인차에게 불이익을 준다는 차원이 아니라 개인 차량과 구분한다는 개념으로 정책적 의미가 있다"며 "경차 면제는 전용 번호판은 일종의 페널티(벌칙)라는 전제가 깔린 느낌"이라고 말했다.

강갑생 교통전문기자 kksk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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