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부동산 PF '뇌관'…임종룡·이석준 회장은 정부의 밑그림?
정부 대신 민간서 위기 금융사 인수 가능성도
제2금융권을 중심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관련 부실 경보음이 크게 울리고 있다. 금리가 가파르게 치솟으면서 부동산 시장이 침체한 영향이다. 내년까지도 금리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일부 금융사가 위기에 내몰릴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이런 와중 대형 금융지주사 가운데 우리금융과 NH농협금융 등 두 곳의 수장이 정부 관료 출신이란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는 평이다. 향후 이들이 시스템 리스크 전이를 차단하며 정부에 힘을 실어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11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권의 부동산 PF 대출잔액은 지난 1분기 말 기준 131조6000억원으로 지난해 말 이후 3개월 새 1조3000억원 늘었다. PF 잔액은 지난 2020년 말 92조5000억원, 2021년 말 112조9000억원 등으로 해마다 증가세다.
문제는 PF 연체율도 오르면서 부실 우려가 확대되고 있다는 점이다. 금융권 PF 연체율은 지난 1분기 말 기준 2.01%로 지난해 말보다 0.82%포인트(p) 상승했다. 은행을 중심으로 1금융권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되고 있지만, 증권사(15.88%)와 저축은행(4.70%) 등 2금융권에서는 높은 연체율을 보이고 있어 잠재 리스크에 대한 우려가 높은 상황이다.
이처럼 PF 부실 우려가 확대된 배경에는 지난해 가파르게 상승한 금리가 자리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2021년 8월부터 올해 1월까지 0.50%였던 기준금리를 3.50%까지 급격히 끌어올렸다. 한은은 이달 기준금리 결정 회의에서 2·4·5월에 이어 또다시 동결에 나설 것으로 예측된다. 하지만 두 차례 추가 인상을 예고한 미국과의 보폭을 맞추기 위해 한은도 연내 한 차례 추가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현 기준금리 3.5%면 앞으로 내릴 일만 남았다고 생각하는데, 미국이 금리를 인하하지 않는 상태에서 (한국이 먼저) 내리긴 힘들다"며 "오히려 하반기에 한 차례 더 올릴 수 있으며, 금리를 올리지 않고 현 상태를 유지한다 해도 (금리가 높은 수준이라) 연체율은 계속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다. 고금리가 장기화하면서 브릿지론(사업 인가 전 대출)을 중심으로 금융사들의 PF 사업성이 회복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에 장기적 관점에서는 PF 익스포저(위험 노출액)가 높은 증권사와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주인이 바뀌는 금융사까지 나올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다.
이 같은 상황에서 일부 금융사가 위기에 처할 경우 정부가 공적자금 투입 없이 민간의 힘을 빌려 대처할 수 있다는 시나리오도 나온다. 임종룡 회장이 이끄는 우리금융과 이석준 회장의 농협금융에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우선 임 회장은 민·관을 두루 경험한 정통 관료 출신으로, 기획재정부 1차관을 지낸 이후 국무총리실장, 농협금융 회장, 금융위원장을 거쳐 올해 3월 우리금융 회장에 올랐다.
임 회장은 농협금융지주 회장 시절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을 인수한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금융의 비은행 경쟁력 강화를 위해 인수 작업을 본격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SK증권에 대한 인수를 타진하기도 했을 만큼, 향후 부동산 PF로 어려움을 겪는 증권사를 인수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 회장도 정통 경제관료 출신이다. 기재부 정책조정국장, 예산실장, 금융위원회 상임위원 등을 지냈다. 박근혜 정부에서 기재부 2차관, 미래창조과학부 1차관을 거쳐 국무조정실장에 임명되기도 했다. 윤석열 대통령과는 대선 캠프에서 교류했을 뿐 아니라 당선 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특별고문으로 활동했다. 농협금융은 일부 저축은행이 위기에 빠질 경우 이를 인수해 포트폴리오를 강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올해 초 미국과 유럽에서 중소형 은행이 파산할 때 정부의 공적자금 투입 없이 민간 금융사가 구원투수로 나서 해결한 사례는 민간 금융권의 역할론에 한층 힘을 싣는 대목이다.
앞서 미국에서도 유동성 위기에 휩싸인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을 정부 대신 미국 대형은행들이 자금을 투입해 구제하기도 했다. 재닛 옐런 미 재무부 장관이 제이미 다이먼 JP모간체이스 최고경영자(CEO)에게 전화해 민간 자본 투입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스위스투자은행 UBS도 파산 위기에 처한 크레디트스위스 인수를 결정하기도 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5대 금융지주 회장 중 2명이 정부 출신이란 것은 시사점이 크다"며 "증권사나 저축은행 등 위기에 빠진 금융사가 나오면 두 금융지주가 인수하도록 밑그림을 그린 것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과거에는 금융사가 망하면 정부가 공적자금을 투여해 살렸지만, 금융위기 당시 곳간이 바닥났던 경험이 있어 이제는 제이미 다이먼 CEO처럼 민간이 인수에 나서도록 하는 게 트렌드가 됐다"며 "금융지주사들의 이중레버리지비율도 낮아져 출자 여력도 갖췄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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