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희룡 "백지화" 그날, 尹지지율 7.6%P 하락…與 "역풍 걱정"
“시간이 지나면 결국 정부와 여당의 무책임 탓으로 역풍이 불까 걱정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의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전면 백지화 선언 나흘 만인 10일 국민의힘 관계자가 한 말이다. 지난 6일 당정 협의 뒤 원 장관이 예고도 없이 백지화 초강수를 뒀을 때 “속이 후련하다”는 반응을 보였던 것과 딴판이었다. 15년 지역 숙원 사업 무산에 대한 양평군민의 원성이 지금은 주로 더불어민주당을 향하고 있지만, 실제 무산이 현실화하면 국정운영의 책임이 있는 정부·여당으로 화살의 방향이 바뀔 수 있다는 우려였다.
자칫 내년 4·10 총선의 악재가 될 수 있다는 여권의 걱정은 10일 발표된 여론조사에서 일부 확인할 수 있었다. 리얼미터의 지난 3~7일 조사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 국정수행 지지율은 지난주보다 2.9%포인트 하락한 39.1%를 기록했다. 특히 원 장관의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백지화 발언이 있던 지난 6일 하루만 놓고 보면 윤 대통령 지지율은 전주 최고치(42.5%) 대비 7.6%포인트 급락해 34.9%까지 밀렸다. 알앤써치가 5~7일 조사해 이날 발표한 여론조사에서도 윤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은 3.1%포인트 떨어진 40.5%로 나타났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이번 조사를 진행한 여론조사업체에선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보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과 관련한 김건희 여사 땅 소유 의혹이 지지율에 더 큰 영향을 끼친 것으로 보인다”는 일치된 분석을 내놓고 있다. 6월 내내 이어졌던 야권의 후쿠시마 집중 공세 속에서도 우상향 흐름을 보이던 윤 대통령의 지지율이 하향 곡선을 그린 게 정치권의 양평 공방 때문이란 얘기다.
게다가 여권 입장에서 이같은 흐름은 상대적으로 야권이 강세를 보이고 있는 수도권 민심에 더 큰 악재가 될 수 있다. 실제 리얼미터 조사를 지역별로 보면 인천·경기와 서울이 각각 3.4%포인트 하락한 35.9%, 4.7%포인트 떨어진 37.2%로 집계돼 낙폭이 컸다는 걸 알 수 있다. 여권이 전통적으로 우위를 보이는 양평 지역도 고속도로 문제가 불거지자 민주당 소속의 전직 군수와 국민의힘 소속의 현직 군수, 이들의 지지자가 뒤엉켜 여론이 갈라지는 상황이다.
특히 서울~양평 고속도로의 시작점인 하남은 수도권 접전지로 통한다. 이현재 하남시장은 국민의힘 소속이지만, 최종윤 하남 지역구 국회의원은 민주당 소속일 정도로 선거 때마다 민심이 요동치는 지역이다. 이런 하남에서 선거를 치르는 입장에선 3기 신도시 교통 대책의 일환으로 논의됐던 서울~양평 고속도로가 차질을 빚는 건 대형 사건이 될 수 있다. 실제 여주·양평에서 5선을 지낸 정병국 전 의원은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하남에 들어서는 신도시는 이 도로가 없으면 자칫 신도시 형성 자체가 어려워진다”고 지적했다. 원 장관이 이날까지도 사업 백지화 입장을 고수하자 국민의힘 소속인 이현재 하남시장과 방세환 광주시장, 전진선 양평군수는 이날 하남시청에 모여 서울~양평 고속도로 추진 재개를 강하게 촉구하며 발빠르게 움직였다.
수도권을 넘어 강원권 표심에도 빨간불이 들어올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서울과 강원도를 잇는 6번 국도는 주말이면 늘 길이 막히는 상습 정체 구간으로 유명하다. 서울~양평 고속도로를 통해 교통 수요가 분산되면 수도권에서 강원도로 향하는 관광 수요도 늘어날 것이란 기대가 강원 지역에 있는데, 사업이 무산되면 강원도 민심도 함께 자극될 수 있다는 것이다. 국민의힘 수도권 의원은 “자칫 사태가 장기화되거나 출구 전략이 제대로 마련되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서 악재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일각에서는 ‘당심과 민심의 괴리’를 지적하는 의견도 나온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여론조사 수치로 나타나듯이 원 장관의 결정을 곱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국민이 더 많은 것 같은데, 당원 사이에선 원 장관을 지지하는 목소리가 오히려 커진 것 같다”며 “당심과 민심의 괴리가 커지는 건 내년 총선을 치르는 입장에서 좋은 일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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