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미란 “죽을 때까지 연기하고 싶다… 가늘고 길게 가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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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를 통해 여러 사람의 인생을 살아보는 게 재밌고, 작품에 대해 골치 아프게 고민하진 않는 편이에요. 녹초가 돼서 집에 돌아가도 재밌는 일을 하고 있으니 행복한 것 아닌가요."
라미란은 "영순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아픔을 여러 번 겪었기에 내가 섣불리 이해하거나 공감한다고 말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이면 사람이 어느 정도로 무너질까, 어느 정도로 독해질까 생각하면서 다가갔다"며 "그렇게 많은 시련이 오면 난 영순보다 훨씬 더 많이 무너질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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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애착 인물은 ‘응팔’ 치타 여사
“집에선 아들이 나한테 ‘좋은엄마’”
“연기를 통해 여러 사람의 인생을 살아보는 게 재밌고, 작품에 대해 골치 아프게 고민하진 않는 편이에요. 녹초가 돼서 집에 돌아가도 재밌는 일을 하고 있으니 행복한 것 아닌가요.”
지난달 8일 서울 강남구 한 카페에서 만난 배우 라미란은 상기된 얼굴로 이렇게 말했다. 라미란은 최근 종영한 JTBC 드라마 ‘나쁜엄마’에서 홀로 돼지 농장을 운영하며 독한 마음으로 아들 강호(이도현)를 검사로 키워내는 영순을 연기했다.
영순은 뱃속에 아들이 있을 때 억울하게 남편 해식(조진웅)을 잃었다. 남편의 목숨을 앗아간 부패한 정치인 오태수(정웅인)가 계획한 교통사고로 똑똑한 아들 강호마저 7살 지능으로 돌아갔다. 강호를 간호하던 중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위암 말기 선고를 받는다. ‘이보다 더 파란만장한 삶이 있을까’ 생각하게 하는 인물이다.
라미란은 “영순은 상상할 수 없을 정도의 아픔을 여러 번 겪었기에 내가 섣불리 이해하거나 공감한다고 말할 수 없다. 이런 상황이면 사람이 어느 정도로 무너질까, 어느 정도로 독해질까 생각하면서 다가갔다”며 “그렇게 많은 시련이 오면 난 영순보다 훨씬 더 많이 무너질 것 같다”고 말했다.
드라마가 가난과 불운을 되물림하지 않으려는 모성애를 소재로 삼은만큼 진부한 내용이 될 거란 우려도 있었다. 라미란은 “그럴 수 있겠다는 예상도 했지만 대본을 보면서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다. 이야기에 빠져들고 가슴이 내려앉으며 쉴 새 없이 읽었다”며 “이렇게 집중이 되고 다음이 궁금한데 진부한 이야기면 어떤가. 그런 거 하면 안되는 건 아니지 않느냐”고 되물었다.
라미란은 코믹한 연기로 대중에 웃음을 선사해 왔다. 그는 “진중한 역을 맡은 작품들이 다 망했다. 코믹한 이미지에 치우치는 게 싫어 매번 다른 색의 작품들을 해봤는데 잘 안 돼서 사람들이 한 줄 모른다”면서 “‘나쁜 엄마’도 내게서 코미디를 많이 없앤 것이어서 잘 돼야 한다는 마음이 컸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지금까지 연기한 캐릭터 중 가장 애착을 가지는 인물은 누구인지 물었다. 라미란은 “‘응답하라 1988’의 치타 여사다. 요즘 많이들 이야기하는 MBTI로 따지면 I(내향)와 E(외향) 성향을 동시에 가진 실제의 내 모습에 가장 근접했다”며 “원래 텐션이 높지 않고 가라앉아 있는 사람이라 코미디를 할 때 힘에 부치는 건 사실이다. 나한테서 재밌는 걸 바라는 눈빛들을 볼 때 어떻게 재밌게 해줄지 고민스럽다”고 말했다.
극중 나쁜 엄마를 연기한 라미란은 집에서 어떤 엄마일까. 그는 “아들이 나한테 ‘좋은 엄마’라고 한다. 난 방임형”이라며 “아들이 사이클 선수로 실업팀에 있는데 첫 월급을 받아 얼마 전 팔찌를 사줬다”고 자랑했다. 이어 “어릴 때부터 몇 가지 약속만 지키면 자율에 맡기겠다고 얘기했고, 약속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내가 그 아이의 SNS 팔로워 수를 늘려주고 있다”며 웃었다.
라미란의 목표는 오래도록 배우로 사는 것이다. 그는 “죽을 때까지, 내가 온전한 정신으로 할 수 있을 때까지 연기하고 싶다. 가늘고 길게 가고 싶다”고 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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