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시평] 소비자가 기대하는 한전 사장 책무
지난달 30일 한국전력 임원추천위원회는 공석 중인 한전 사장 후보자 모집을 마감했다. 새 사장은 소정의 절차를 거쳐 9월 초에 결정된다. 지난 20여년간 10명의 한전 사장(대행 2명 포함)을 지켜봐 왔다. 대부분 나름대로 역할을 잘 해왔다. 그 결과 소비자는 세계 최고 품질의 전기를 걱정 없이 사용했다. 가구당 정전시간 연간 8.9분(미국 47.3분, 독일 10.7분)과 송배전 손실률 3.5%(미국 5.1%, 독일 6.8%)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는 전적으로 사장을 포함한 한전 직원들의 노력 덕분이다. 정부나 정치권이 생색낼 일이 아니라는 뜻이다.
한전은 연결기준으로 2021년에 5조원, 2022년 24조원의 당기순적자를 냈다. 한전의 적자에 대해서는 명확한 분석이 필요하다. 여러 보도를 종합해보면 한전이 이런저런 정부 정책으로 할인해 주는 요금이 연간 4조2000억원이라고 한다. 여기에는 전기차 충전요금 할인 등 수없이 많다. 원자력 가동률은 2006~2011년의 경우 평균 91.6%였으나 2018년 65.9%, 2019년 70.6%, 2020년 75.3%, 2021년 74.5%로 70%대에 있다가 2022년 81.6%로 올라왔다. 원자력발전 가동률 10%가 연간 3조8000억원 영향을 준다. 이 둘만 합해도 연간 8조원이나 된다. 나머지 요인은 도매가격(SMP)은 올라도 소매요금을 동결한 것에 기인한다.
그런데 문제는 이 세 가지 요인 모두 한전 사장이 어떻게 할 수 없다는 점이다. 전기요금 할인은 정부(여당)에서 그렇게 결정했고, 원자력발전 가동률도 한전의 일이 아니다. 한전이 100% 지분을 가지고 있지만 어떤 지배력도 행사를 못한다. 도매가격과 소매가격의 괴리도 정부(여당)에서 결정한 결과다. 역대 모든 정부가 그렇게 해왔다.
그렇다면 한전 사장 역할은 어디에서 찾아야 하는가. 바로 전력산업 패러다임 시프트에서 찾아야 한다. 지금까지 전기는 값싸고 안정된 공급이 중요했다. 이것은 기본인데 역대 사장이 잘 해왔다. 그런데 시대가 바뀌었다. 이제 전력산업은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한 탄소중립 달성과 기업의 경쟁력 지원(RE100 달성 및 수소경제를 위한 그린수소 생산), 계통(grid) 안정화를 위한 분산전원 정착, 스마트그리드를 통한 4차 산업혁명과의 융합, 전기 종류와 요금에 대한 소비자의 선택권 보장으로 에너지 소비 효율성도 높여야 한다.
이 방대한 과제를 달성하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이 ‘투명하고 예측가능한 경쟁적 요금체계’다. 한국전력공사법에도 이런 사업과 관련된 ‘영업’을 한전의 역할로 명시해놓았다. 다행히 현 정부도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때부터 방향을 명확히 제시했다. 3대 기본 방향 중 하나로 ‘에너지 시장 기능 정상화’를 정하고, 5대 중점과제 중 하나로 ‘시장기반 수요 효율화’를 제시했다. 또한 110대 국정과제 설명에서도 ‘경쟁과 시장 원칙에 기반한 전력시장’을 강조했다.
새로 부임할 한전 사장에게는 또 하나 중요한 여건이 주어졌다. 바로 지난 5월 25일 여야 합의로 통과된 ‘분산에너지 활성화 특별법’이다. 특별법 시행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분산에너지 특화지역을 설정해 그동안 한전이 독점했던 전기 판매를 지역 내에서는 발전사와 소비자가 직거래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필요하면 특화지역 내 배전사업도 제3자가 하도록 해야 한다. 한전의 살을 떼어서 파는 민영화가 아니라 새로운 사업자에게 기회를 줄 필요도 있다는 뜻이다. 재생에너지 직거래인 PPA요금 제도의 잦은 변경을 볼 때 한전의 개방적 자세가 없으면 새 정부의 전력산업 정책은 도루묵이 될 것이다. 마침 이런 룰을 세팅하는 전기위원회도 곧 독립될 것이다. 새 시대에 맞는 한전 사장의 존재감을 기대한다.
김경식 (ESG네트워크 대표·고철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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