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IAEA 후쿠시마 보고서, 신뢰해도 될까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에 대해 정제되지 않은 시각이 퍼짐에 따라 국내 수산업 분야 자영업자와 어민이 큰 피해를 보고 있어 안타깝다. 과학적 논거에 바탕을 둔 전문가들의 견해는 무시되고 비전문가들의 일방적 주장이 정치 논리에 편승해 유포되고 있다. 이러한 억지 주장은 일반 국민의 방사선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을 자극하고 결국은 사실과 다른 우려가 확산하면서 수산업 시장은 물론이고 염전사업자에까지 타격을 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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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개국 과학자들 안전성 점검
다른 나라 원전의 방류와 비슷
“한국 연안에 영향 없다” 결론
」
필자는 2011년 1월에 국제원자력기구(IAEA)에 방사선·수송·폐기물 안전국장으로 부임했고, 그해 3월 11일 후쿠시마 원전 사고가 발생했다. IAEA 안전국은 방사선 안전, 폐기물 안전, 환경영향 평가 등의 업무를 총괄하는 부서다. 후쿠시마 사고 수습 과정에서 IAEA가 회원국을 대상으로 진행한 일일 브리핑에서 안전 분야 업무를 총괄했다. 2013년 11월에는 오염수 관리에 관한 IAEA 조사단 부단장으로 참여해 조사단 보고서 작성·총괄에도 관여한 경험이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로 인해 발생하는 오염수에는 방사성 핵종이 매우 다양하고 오염도 역시 매우 높은 것이 사실이다. 도쿄전력은 이 오염수 처리를 위해 오랜 시간에 걸쳐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개발했고, 성능 향상과 검증에 많은 노력을 투입했다. 그 결과 국제 배출 기준에 부합하는 오염물질 제거 성능을 달성한 것으로 보고됐다.
일본 정부는 이렇게 처리된 오염수를 해양에 방출하기에 앞서 IAEA에 기술적 타당성 검증을 의뢰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에 따라 IAEA는 네 차례의 방일 미션과 두 차례의 확증 모니터링을 위한 교차분석 등을 거치며 정밀 조사를 했다. 그 내용을 종합 정리한 최종 보고서를 지난 4일 일본 정부에 전달했다. 이렇게 공식적으로 전달된 IAEA 조사단 최종 보고서의 신뢰성은 IAEA의 위상과 직결된다.
그리고 이제까지 IAEA가 발간한 보고서에 대해 회원국들이 전문성·객관성에 대한 문제 제기는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이번 후쿠시마 오염수 조사단에는 대한민국 과학자를 포함해 미국·중국·프랑스·캐나다 등 11명의 이해 당사국 전문가가 참여했다. 일본 정부의 입김으로 IAEA 보고서가 왜곡됐을 것이라는 주장은 음모론이자 기우에 가깝다.
IAEA는 통상적으로 여러 현안의 조사와 타당성 검증을 위해 해당 분야 국제 전문가단을 구성해 조사단을 현지에 파견한다. 조사단의 현장 검증 내용에 대한 평가 과정에는 안전기준을 엄격하게 적용해 조사의 객관성과 공정성을 보장한다. 이 안전기준은 IAEA 주관으로 수행하는 모든 원자력 안전 관련 업무에 법적인 구속력을 갖고 적용된다. 다만 IAEA의 회원국엔 법적 구속력 없이 참고·권유 정도로 활용된다. IAEA가 일본에 제출한 보고서 내용도 일본이 하려는 해상 방류와 관련된 제반 조치가 IAEA의 안전기준에 부합하는지를 검토한 결과다. 즉, IAEA 안전기준의 최상위 문서인 안전원칙의 10개 항목, 그 하위 문서인 해당 분야 안전요건의 7개 항목에 대한 준수 여부를 평가한 내용이 보고서에 담겼다.
그 과정에서 IAEA는 ALPS의 성능을 심도 있게 점검하고, 핵종 분석 역량과 분석 결과의 신뢰도를 확인한 것으로 보인다. 이 밖에 환경 모니터링 결과의 신뢰도 검증, ALPS 및 배출 관련 시설 운영에 관한 데이터의 실시간 공유, 후쿠시마 전담 IAEA 사무소 운영 등 지속적 검증 작업이 향후 IAEA의 추가 역할로 보고서에 포함됐다.
이렇듯 IAEA의 보고서는 ALPS 처리한 오염수의 해상방류 조치가 IAEA의 안전기준에 부합한다는 점, 처리한 오염수의 해양 방출은 인간과 환경에 거의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점을 종합 결론으로 제시했다. 즉, 다른 나라 원전의 정상 운전에서 발생하는 오염수를 수처리 공정으로 처리해 해양으로 방류하는 상황과 유사하다는 결론을 낸 셈이다.
IAEA의 해양 환경영향 평가 결과는 후쿠시마 원전에서 처리한 오염수의 해양 방출이 한국 연안에는 전혀 영향이 없다는 결론으로 귀결된다. 공신력 있는 유엔 산하 독립 기구인 IAEA의 종합 보고서 발표를 계기로 괴담이 사라지고 국민 불안이 해소되길 진심으로 바란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한필수 전 IAEA 방사선·수송·폐기물 안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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