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우크라 가입 두고 분열…미·독 “신중” 영국·동유럽 “지지”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가 우크라이나의 가입을 두고 내부 분열하고 있다. 종전 또는 정전 후 우크라이나를 회원국으로 끌어안겠다는 확실한 약속을 해주자는 영국·동유럽 국가와 달리 미국·독일 등은 “지금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건 전투력 강화”라며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500일(8일 기준)을 넘어선 시점에서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동연대, 대(對)러시아 단일대오에서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11~12일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 최대 쟁점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다. 로이터는 관련 보도에서 “나토가 우크라이나와의 미래 관계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가 이번 정상회의를 지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러시아의 침공 직후 나토 가입을 신청했지만 회원국 간 의견이 갈리면서 현재까지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태다. 분쟁 중인 국가는 가입할 수 없다는 원칙에 발목이 잡힌 데다 확전을 우려한 동맹들이 우크라이나의 가입을 꺼렸다.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할 경우 ‘집단 방어’를 규정한 나토 조약 5조(회원국이 공격받을 경우 나토가 자동 개입)에 따라 나토가 러시아와의 전쟁에 참전해야 한다.
러시아·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동유럽 회원국은 자국 안보를 우려해 우크라이나를 적극 지지하고 있다. 불가리아와 체코를 포함한 나토 내 동유럽 지역 회원국 비공식 그룹 ‘부쿠레슈티 9’은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의 나토 조기 가입을 지지하는 공동성명을 냈다. 영국도 우크라이나의 나토 조기 가입을 지지한다. 영국은 2008년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 우크라이나·조지아의 나토 가입에 동의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위해 멤버십행동플랜(MAP)을 이행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MAP란 나토에 가입하려는 국가는 정치와 국방 등 국정 전반의 수준을 나토가 요구하는 수준으로 개혁한다는 원칙이다. 제임스 클레벌리 영국 외무장관은 “영국은 우크라이나인들이 전장에서 보여준 행동을 통해 MAP 국방 개혁 요건을 달성했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위한 명확한 경로를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에 미국과 독일은 우크라이나의 가입에 부정적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CNN 인터뷰에서 “우크라이나가 나토 회원국이 될 준비가 아직 돼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나토 회원국이 공격받을 경우 공동 대응한다는 규정에 따라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하면 회원국이 전쟁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전쟁이 한창인 지금 우크라이나를 회원국으로 받아들일지에 대해 나토 기존 회원국이 만장일치로 동의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우크라이나의 최우선 과제는 (나토 가입이 아닌) 전투력 강화”라며 가입 논의 자체를 일축했다. FT는 “미국과 독일은 단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주저하는 것”이라며 “(동유럽 등) 다른 나토 회원국이 이들의 보수적인 입장에 허를 찌르고 있다”고 전했다.
워싱턴=김형구 특파원,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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