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료노조 파업 임박…정부가 진정성 보이며 설득하라
간호사 과로 개선에 대부분 동의, 현실적 대책 필요
파업 자제하며, 민주노총의 ‘정치’에 휘말리면 안 돼
민주노총 산하 보건의료노조가 파업을 선언했다. 13·14일 파업을 하고, 요구가 관철되지 않으면 무기한 파업에 돌입하겠다고 한다. 파업 대상 140여 개 기관 중 100개 안팎이 병원이다. 노조 측에서 수술실·응급실·중환자실에 필수 인력을 두겠다고 하지만 파업이 강행되면 병실과 외래 진료소에서의 혼란은 명약관화다. 의료인이 사람 목숨이 달린 현장을 떠나는 것은 어떤 이유로든 정당화되기 어렵다. 정부와 노조의 대화와 타협을 촉구한다.
노조 요구의 핵심은 간호사·간호조무사·의료기사 등의 근무 강도 및 처우 개선과 공공의료기관에 대한 지원 확대다. 노조는 2021년 9월에 정부가 이를 약속하고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아 왔다고 주장한다. 당시 보건의료노조가 파업을 결의했고, 파업 돌입 5시간 전에 정부와 노조가 이런 내용을 포함한 합의 사항을 발표했다. 한덕수 총리는 지난해 새 정부의 합의 계승을 약속했다.
보건의료노조 조합원의 약 60%를 차지하는 간호사가 파업 결의를 주도했다. 간호사 한 명이 맡는 환자 수가 많아 근무 강도가 과도하게 높다는 것은 대다수 국민이 인정하는 사실이다. 정부도 부정하지 않는다. 공공 분야와 민간 기업에서 근무 환경이 크게 개선되는 동안 의료계의 변화는 별로 없었다. 적은 인원이 많은 환자를 돌보는 구조가 환자 및 동료 간호사와의 갈등을 낳고, 이런 문제가 간호사의 사직 원인이 돼 인력난을 빚는 악순환이 고착됐다. 급여 수준과 근무 환경이 좋은 미국·뉴질랜드 등으로 눈을 돌리는 간호사도 많다. 지난해 미국 간호사 시험에 응시한 한국인이 1816명으로 코로나19 사태 전인 2019년(834명)의 두 배가 넘었다.
이번 파업 결의는 예견된 것이었다. 지난 5월 야당 주도로 국회를 통과한 간호사법을 대통령이 재의 요구로 막았을 때 간호사들 불만이 고조됐다. 간호사법은 의료법과의 충돌 소지 등 여러 문제를 안고 있었다. 간호법이 생긴다고 해서 당장 간호사들이 얻는 현실적 이익도 없었다. 하지만 간호사들은 대통령이 선거 때의 말을 뒤집으며 등을 돌렸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간호사 1인당 환자 수 기준 마련 등을 다시 약속했지만 지금까지 구체적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정부가 아직은 믿음을 주는 데 실패했다고 볼 수 있다.
보건의료노조가 요구하는 것들은 큰 비용을 유발한다. 건강보험료율 인상과 정부 지출 증가가 불가피하다. 정부가 선심 쓰듯 화끈하게 나서지 못하는 이유다. 노조도 이를 모르지 않을 것이다. 정부와 보건의료조노가 현실적 개선안을 놓고 진지하게 대화해 주길 기대한다. 간호사들의 불만을 정치 투쟁 동력으로 이용하려는 민주노총의 전략에 휘말리는 것은 모두에게 불행이다. 아픈 사람들이 더 고통받는 파업은 결코 시민 지지를 받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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