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 천왕봉 일대 커지는 산사태…“등산로도 위협”

이정헌 2023. 7. 11.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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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 정상 천왕봉을 중심으로 산사태가 이어져 온 가운데 일부 등산로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기후 변화가 가속하면서 지리산에서 나무가 집단 고사한 구역을 중심으로 산사태의 빈도와 규모가 커지는데, 등산로 중에 고사목 지대를 통과하는 구간이 있다는 것이다.

녹색연합은 10일 내놓은 '지리산 등산로 산사태 우려 구간' 자료에서 모두 6개소의 등산로가 지리산 구상나무 고사목 지대를 통과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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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연합, 지리산 등산로 산사태 우려 구간 6곳 밝혀
정상 천왕봉 주변 구상나무 고사목 지대
지리산 중봉 칠선계곡 방향 산사태 현장의 모습. 녹색연합은 고사한 나무와 토양이 산사태 현장으로 쏟아지면서 2차 산사태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녹색연합 제공.


지리산 정상 천왕봉을 중심으로 산사태가 이어져 온 가운데 일부 등산로도 위협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기후 변화가 가속하면서 지리산에서 나무가 집단 고사한 구역을 중심으로 산사태의 빈도와 규모가 커지는데, 등산로 중에 고사목 지대를 통과하는 구간이 있다는 것이다. 집중호우나 태풍에 대비할 안전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지리산 천왕봉 아래 등산로(빨간 원) 근처에 하얗게 죽은 구상나무와 가문비나무의 모습. 녹색연합은 등산로가 급경사에 위치해 폭우가 내리면 고사목과 함께 쓸려 내려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녹색연합 제공


녹색연합은 10일 내놓은 ‘지리산 등산로 산사태 우려 구간’ 자료에서 모두 6개소의 등산로가 지리산 구상나무 고사목 지대를 통과한다고 밝혔다.

6개소 모두 천왕봉, 중봉, 반야봉 일대로 경사로가 25도 이상 가파르고 해발 1500m가 넘는 고산지역을 통과하는 구간이다.

구체적으로 ▲중산리 천왕봉 통천문~구조쉼터 구간 ▲중산리 천왕봉 안전쉼터~구조쉼터 구간 ▲중봉 정상~써리봉 일부 구간 ▲장터목대피소~유암폭포 구간 ▲노루목~반야봉 구간 ▲노루목~삼도봉 구간이 해당한다.

지리산 천왕봉 정상 바로 아래에 위치한 가파른 등산로. 녹색연합은 등산로 주변이 침엽수의 고사목 지대로 되어 있어 산사태 안전 관리가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녹색연합 제공


그동안 지리산에서는 구상나무와 가문비나무 등이 집단 고사한 지역을 중심으로 산사태가 발생해 왔다. 지리산 정상인 천왕봉 일대로, 채석장과 맞먹는 규모의 산사태가 2010년대에 7곳 이상 발생했다.

산사태가 발생한 곳에서는 고사목이 더 흘러내려 다시 또 산림이 훼손되는 2차 피해도 발생한다. 2013년부터 관찰된 이 같은 양상은 2019년부터 가속하고 있다. 기후 위기로 심해진 여름철 폭우와 침엽수 집단 고사가 주요 요인으로 추정된다.

지리산 천왕봉 정상 주변 사면에 산사태가 긁고 내려가 계곡이 형성된 것처럼 암석과 토사가 드러난 모습. 녹색연합 제공


녹색연합은 “기후 스트레스로 침엽수가 말라 죽으면서 뿌리의 토양 응집력이 약해지고, 나무가 죽어가면서 토양 위로 들뜨게 되는데 그 아래로 폭우가 유입되면 산사태 발생 가능성이 커진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리산 능선과 사면에 있는 침엽수 고사목 지대는 경사가 급하고 비바람에 직접 노출돼 있어 태풍과 집중호우 때 산사태 위험이 더욱 커진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런 양상은 2013년부터 진행돼 2019년부터 가속화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며 “아고산대 식생 회복은 고도와 기온 등의 여건이 열악해 일반적으로 매우 더디게 진행되기 때문에 산사태 발생 지역의 회복은 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덧붙였다.

지리산 천왕봉 코스 안전쉼터 일대. 등산로(빨간 선)가 구상나무 고사목 지대를 통과하고 있다. 녹색연합 제공


녹색연합은 이런 상황에서 지리산 아고산 지대로 이어지는 등산로에 각별한 안전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집중강우와 폭우 우려 시 등산로 폐쇄 ▲위험 등산로 수시 점검 ▲등산로에 피해를 줄 수 있는 고사목 지대 관리 ▲자동기상관측장비(AWS) 설치 확대를 통한 실시간 강우량 측정 등을 제안했다.

서재철 녹색연합 전문위원은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산사태 위험은 산림이 훼손되거나 황폐해진 곳에서 더욱 커진다”며 “지리산 나무 집단 고사가 확산하는 상황에서 산사태가 발생한 지역과 고사 지역이 일치하는 점을 결코 무시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다만 지리산 국립공원공단 관계자는 “지난해 기후변화로 인한 아고산대 산사태 영향을 분석한 결과 일부 구간에선 나무 고사 시점이 산사태 발생 이후로 분석됐다”며 과도한 우려에 선을 그었다. 나무 고사를 산사태 원인으로 단정 짓긴 어렵다는 취지다.

그러면서 “매년 산사태 발생 지역에 대해 모니터링하고 있다”면서 “최근 탐방로 위험성 평가 결과에서도 문제가 없었다. 호우 특보가 내려오면 탐방객을 통제하는 등 안전 관리 강화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산사태가 발생한 지리산의 모습은 아래 영상 또는 녹색연합 유튜브 채널(https://www.youtube.com/watch?v=y4BHWIrMpxo&t=1s)을 통해 자세하게 살펴볼 수 있다.


(일부 영상은 포털사이트에서 노출되지 않습니다. 국민일보 홈페이지에서 확인 가능합니다.)

이정헌 기자 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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