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탈북민 “배급 끊겨 영양실조, 살기 위해 두만강 건너”
“너무 미공급(식량 배급 중단)이 돼서 먹고 살기가 힘들었어요. 꽃제비 생활도 해봤습니다. 영양실조가 와서 이대로 죽겠다 싶어 두만강을 건넜습니다.”
10일 경기도 안성시 삼죽면에 있는 하나원(북한이탈주민정착지원사무소)에서 취재진과 만난 30대 여성 탈북민 A씨는 “10살부터는 배급이 아예 끊겼고 그나마 있는 쌀도 경비대에 다 뺏겼다”며 2004년 탈북을 결심하던 상황을 회상했다.
이날 하나원 공개 행사는 2016년 이후 7년만에 처음으로 내·외신 기자 70여명을 초청한 가운데 이뤄졌다. 취재진 앞에 선 탈북민 세 명은 탈북을 결심한 동기로 경제적 어려움과 식량난을 꼽았다. 2019년 탈북한 20대 탈북민 B씨는 “국경 지대에 살았는데 2016년부터 밀수가 막히다 보니 수입이 없었다”며 “쌀이 없어 굶어 죽을 정도였는지는 모르겠지만 생활용품을 해결하는 게 너무 힘들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북한에서 한국 문화에 대한 통제가 극심했다고 토로했다.
2014년 탈북한 30대 여성 탈북민 C씨는 “한국에 대해 발언 한 마디 하면 잡혀가서 혼나니까 한국을 ‘무서운 나라’라고 생각했다”며 “(2010년대부터는) 한국 드라마·영화를 가만가만 보는 사람들이 주위에 있었다”고 말했다. 탈북민 B씨도 “한국 드라마를 처음 접했을 때 (북한 관영) TV에서 말하는 것과는 다른 현실을 보게 됐다”며 “한국 드라마를 통해 ‘아, 한국에는 인권이라는 게 있구나’라는 걸 듣게 되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에선 잘 사는 사람과 못사는 사람의 차이가 엄청 심하다는 말도 들었다”며 “자본주의와 사회주의의 차이가 있겠지만 열심히 하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날 탈북민과 오찬 간담회를 한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북한 인권, 탈북민 정착 지원·보호에 대해선 특별히 관심을 기울이겠다는 게 윤석열 정부의 입장”이라며 “탈북민의 성공이 우리 주변의 일상적인 스토리로 뿌리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권 장관은 “전반적으로 지난해 북한의 작황이 좋지 않았고 식량 배급 과정에서 시장에 의존하지 않고 정부가 통제하다 보니 공급망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일부 지역에서 아사자도 발생하고 또 아사자가 발생하는 지역도 넓어지는 측면이 있다”고 밝혔다.
박현주 기자 park.hyunju@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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