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지분 100%까지 ‘외국인 투자 천국’...IPO 규제 풀자 유니콘 기업에 뭉칫돈

반진욱 매경이코노미 기자(halfnuk@mk.co.kr) 2023. 7. 10.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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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에 몰려드는 ‘핫머니’
바이는 인도 제1의 경제 도시이자 금융 중심지다. BSE와 NSE 등 대형 거래소 모두 뭄바이에 위치해 있다. 사진은 글로벌 금융사가 모인 BKC 일대 모습. (반진욱 기자)
# 뭄바이의 명물 ‘게이트웨이 오브 인디아’를 지나 북쪽으로 차를 타고 한참 내달리면 최신식 건물이 모인 대단지가 나타난다. 바로 신흥 금융지구 ‘BKC’다. 봄베이증권거래소(BSE)를 중심으로 한 ‘나리만 포인트’가 과거 인도 금융업의 상징이라면, 인도국립증권거래소(NSE)가 위치한 BKC 일대는 현재 인도 금융 산업의 위상을 대변하는 지역이다. 빌딩 곳곳마다 씨티뱅크, 도이체방크, JP모건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금융사 이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건물 내부 풍광은 월가나 여의도 못지않게 치열하다. 펀드매니저들은 쉴 새 없이 전화를 돌리고, 화면 모니터에는 각종 차트가 빼곡하다. 영어에 간간이 섞여져 나오는 힌디어가 없다면 인도로 생각하기 힘들 정도다. 미래에셋자산운용 인도법인 관계자는 “인도가 새로운 투자 지역으로서 주목을 받고 있다. 유럽·중동 등에서 (인도로) 돈이 들어오면서 새로운 금융 거점으로 떠오르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글로벌 투자 시장에서 가장 핫한 ‘이머징 마켓(신흥국 시장)’을 꼽으라면 단연 ‘인도’다. 코로나19와 글로벌 침체라는 악재 속에서도 인도 증권 시장 성장세는 꺾이지 않는다. 실제로 인도를 대표하는 주가 지수인 Sensex와 Nifty50은 꾸준히 오름세를 보인다. 2020년 3월 2만981포인트까지 하락했던 인도 Sensex지수는 반등에 성공, 2021년 6만포인트를 넘어섰다. 2023년 7월, 6만5000포인트까지 오르며 계속 상승세를 기록 중이다. 같은 기간 Nitfy50지수도 7991포인트에서 1만9398포인트로 증가했다.

주가 지수 성과는 세계 핵심 증권 시장인 미국·중국 시장보다도 높다. Sensex지수 수익률은 2020년 13.5%, 2021년 21.7%로 2년 평균 17.6%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미국(12.9%), 중국(10.6%)의 수익률을 뛰어넘는다.

인도로 ‘투자 러시’ 몰리는 이유는

시장 확대·정부 정책·경제 안정화

인도가 매력적인 투자처로 떠오른 이유는 3가지다. 투자 시장 규모 확대, 인도 정부의 투자 활성화 정책, 거시 경제 안정화다.

우선, 투자 시장 규모가 확대됐다. 특히 인도 경제가 성장하면서 개인 투자자들이 급증한 영향이 컸다. 2021~2023년 동안 개인 투자자를 통해 약 2조8000억루피(약 44조원)의 대규모 주식 투자자금이 유입됐다. 2021~2022년에만 총 투자 금액의 57%인 약 1조6000억루피가 시장에 들어왔다. 2021~2023년 시장에 투입된 인도 개인 투자자 주식 투자자금은 같은 기간 외국인 주식 투자자금(9640억루피)의 3배 수준이다. 뮤추얼 펀드를 통한 주식 투자(SIP·Systematic Investment Plan)도 꾸준히 증가했다. 2020~2021년에는 월평균 800억루피, 2021~2022년에는 월평균 1040억루피의 투자자금이 들어왔다.

둘째, 인도 정부의 투자 환경 조성이다. 기업과 투자자를 옥죄고 있던 족쇄를 정부가 풀어주면서 시장이 활기를 띠고 있다. 우선 증시에 상장하려는 기업을 위해 기업공개(IPO) 절차를 간소화했다. 또 민감한 정보는 추후에 내도록 하는 사전 심사 제도 등을 도입해 기업의 IPO 참여를 독려했다. 그 결과 인도 시장 IPO는 2020년 44건에서 2021년 119건으로 170% 증가했다. 2020~2022년 동안 168개의 유니콘 기업이 탄생했다. 이어 투자자 증가를 목적으로 세금 혜택을 확대했다. 인도 소득세법 112A조는 인도 증권거래소에 상장된 주식·뮤추얼 펀드를 12개월 이상 보유한 뒤 매도할 때 발생한 이익을 장기 자본 소득(Long Term Capital Gain)으로 인정해 세제 혜택을 제공한다. RGESS(Rajiv Gandhi Equity Savings Scheme) 제도도 도입했다.

외국 자금을 끌어오기 위한 작업도 추진했다. 2019년 10월 인도 재무부는 최대 24%로 제한했던 외국인 투자자(FPI)의 주식 지분율을 외국인 직접 투자(FDI)의 투자 한도와 동일하게 확대했다. 현재 인도는 미디어 매체, 멀티 브랜드 소매 분야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 항목에 대해 외국인 투자 한도를 100%까지 허용한다.

마지막으로, 높은 경제성장률이 영향을 미쳤다. 투자 시장이 안정적으로 커지려면 실물 경제가 강력히 뒷받침해야 한다.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다른 신흥국과 달리 인도는 코로나19 유행의 후유증을 빠르게 털어내며 경제가 가파르게 성장 중이다. 인도 중앙통계국(MoSPI)에 따르면 인도 경제성장률은 코로나 유행이 한창이던 2020~2021년 -5.8%를 기록했으나 2021~2022년은 9.1%로 회복에 성공했다. 2022~2023년은 7%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세계 주요국 중 가장 높은 수준이다. 정부 재정 적자 규모는 2020년 9.2%에서 2022년 6.7%로 줄었고, 물가 상승률은 2022년 하반기 5.7%까지 하락했다. 각종 지표가 안정적인 덕분에 인도 정부는 인센티브 확대, 법인세 인하, SOC(사회인프라) 건설 등의 재정 정책을 적극적으로 시행한다. 이는 곧 외국인 직접 투자가 늘어나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인터뷰 | 스와럽 모한티 미래에셋자산운용 인도법인 CEO
‘젊은 인도’ 투자 매력 충분…훌륭한 시장 될 것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블랙록, 골드만삭스 등 대형 금융사도 고전하는 인도 시장에서 100% 외국계 자본으로 순항 중이다. 글로벌 금융사대부분은 인도 현지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진출한다. 미래에셋같이 순수 외국 자본만으로 버티는 곳은 손에 꼽는다. 매경이코노미는 미래에셋자산운용 인도법인을 진두지휘하는 스와럽 모한티 인도법인 CEO를 만나 인도 투자 현장의 분위기를 전해 들었다.

Q. 인도 시장이 투자처로서 매력적인 이유는 무엇인가.

A. 두 가지를 꼽을 수 있다. 첫째는 인구 구조다. 전 세계 30대 인구의 절반이 인도에 포진해 있는 것으로 안다. 젊은 생산가능인구가 전 세계에서 가장 많다는 점이 중요하다. 생산·소비 등 분야에서 시장의 성장 잠재력이 높다는 뜻이다. 둘째는 디지털화다. 디지털화로 자본 시장 투자 진입장벽이 낮아졌다. 송금, 주식 매매 등의 절차가 쉬워졌다. 개인 투자자가 늘어나면서 부동산, 금과 같은 자산에 묶여 있던 자본이 금융자산 으로 움직이고 있다. 2000년대 한국에서 뮤추얼 펀드 붐이 일어난 것과 비슷한 현상이다.

Q. 코로나19 유행 여파에서 인도 자본시장은 잘 회복한 모습이다.

A. 많이 힘들었지만, 오히려 코로나19가 도움이 된 측면도 있다. 부실 자산을 가진 기업이 정리되면서 자본시장 전체가 건전성을 회복했다. 또 인도 정부가 금융 시장을 개방한 효과도 컸다. 일례로 인도 연금 시장은 정부가 관리하는 시장이었는데, 이를 민간에 넘겼다. 연금 상품이 나오면서 투자자의 투자 상품 선택 범위가 넓어졌다. 주식, 펀드, 보험, 대체 투자 등 모든 금융자산 시장이 향후 10년간은 계속 성장할 것으로 내다본다.

Q. 인도에서 가장 자본이 많이 몰리는 도시는 어디인가.

A. 단연, 뭄바이다. 옛날부터 뭄바이는 인도 경제의 중심지였다. 인도 토종 대기업 본사는 모두 뭄바이에 모여 있다. 쟁쟁한 인도 기업이 많다 보니, 그들과 함께 일하려는 글로벌 기업도 우선 뭄바이에 거점을 마련할 수밖에 없다. 최근에는 정부 주도로 적극 개발되고 있는 뉴델리와 IT 스타트업이 쏟아지는 벵갈루루로도 자본이 몰리고 있다.

Q. 미래에셋자산운용 인도법인의 향후 목표가 궁금하다.

A. 자산관리 규모를 꾸준히 늘리는 것이다. 다행히 인도 시장 환경이 좋아지고 있다. 비즈니스 문화가 점차 정착되고 있고, 정부의 각종 규제도 점차 사라지는 중이다. 자산관리뿐 아니라 벤처캐피털, 인덱싱 등 다른 대체투자 분야에서도 성과를 내는 기업이 되고자한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7호 (2023.07.12~2023.07.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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