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가 지분 쪼개기’ 방지 법안 줄줄이...상가 1실에 주인 123명, 그냥 둘 수 없어서…

정다운 매경이코노미 기자(jeongdw@mk.co.kr) 2023. 7. 10. 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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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파트 입주권을 노리고 재건축 단지 내 상가 지분을 나누는 상가 ‘지분 쪼개기’에 정부와 지자체가 제동을 걸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의 최인호 의원과 김병욱 의원이 각각 ‘상가 지분 쪼개기’를 방지하는 법안을 발의했는가 하면, 강남구는 3년간 토지 분할을 제한하는 ‘제한지역’을 지정했다. 극히 적은 지분으로 이익을 챙기는 꼼수는 막아야 한다며 찬성하는 입장과 상가 조합원의 당연한 권리를 침해한다는 입장이 엇갈리고 있어 정비업계가 또 한 번 시끌해졌다.

상가 지분 쪼개기는 재건축 단지 상가의 지분을 여러 명이 나눠 분양 자격을 늘리는 방식이다. 상가 소유주는 원칙적으로 새로 짓는 상가만 분양받을 수 있지만 조합이 정관에 명시하면 주택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 상가 지분 소유자에게 아파트 입주권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재건축 단지 내 상가를 사고파는 일이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성행했다. 특히 다주택자 규제가 강화됐던 2020~2021년에는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는 재건축 단지 내 상가가 없어서 못 사는 테마 투자 상품으로 인기를 끌기도 했다. 재건축 조합이 정식으로 설립되기 전 아예 상가 지분을 잘게 쪼개 아파트 분양 자격을 대폭 늘리는 꼼수도 횡행했다. 현실적으로 이를 막을 방법은 없다. 현행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도시정비법)은 주택과 토지의 지분 쪼개기를 규제하고 있지만, 상가 분할에 대한 규정은 없기 때문이다.

상가 1호실 → 123호실로 쪼개고

수영장 소유주는 125명으로 급증

주택 조합원 입장에서는 이런 사정이 반갑지 않다. 상가 쪼개기로 투기 수요가 유입되면 주택·상가 소유주 간 분쟁 가능성이 커지기 때문이다. 분쟁과 동의율 확보 난항으로 재건축 사업이 지연되면 사업성이 낮아지고, 조합원 분담금이 늘어날 수 있다.

우선 ‘쪽 지분’을 가진 상가 소유주가 많아질수록 주택 조합원은 금액적으로 손해를 보는 구조다. 재건축 같은 정비사업은 통상 조합원이 내는 분담금과 일반분양 수익을 통해 사업비를 충당한다. 상가 조합원이 적은 지분만으로 대거 아파트를 분양받으면 그만큼 일반분양으로 팔 수 있는 물량은 적어진다. 일반분양 수익이 줄어들고, 조합원이 부담할 금액은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일례로 부산 ‘대우마리나’ 아파트의 경우 지난해 8월 한 법인이 해당 단지 지하상가 전용 1044㎡ 1개 호실을 매입해 전용 9.02㎡짜리 123개 호실로 쪼개 매각한 일이 있었다. 이 때문에 단지 내 총 54개 호실이던 상가가 176개 호실로 늘어났다. 당시 법인은 2억2500만원으로 상가 1실을 사면 30평대 새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고 홍보해 주택 조합원의 반발을 샀다. 이른바 ‘쪽 지분’을 가진 상가 소유주들이 대거 아파트를 분양받게 되면 그만큼 기존 조합원이 손해를 보는 구조라서다.

신반포4차(한신4차) 재건축 사업에서도 지분 쪼개기를 두고 갈등이 커지고 있다. 조합은 2019년 단지 내 수영장 부지 소유주들의 동의를 받기 위해 ‘구역 내 일반건축물의 구분소유권(집합건축물)으로 전환하는 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는다’는 정관을 신설했다. 이에 수영장 지분 소유자 125명이 아파트 입주권을 받게 됐고 조합원 간 갈등이 커졌다.

1212가구 규모의 신반포4차는 재건축을 통해 1758가구의 신축 아파트로 거듭나게 된다. 당초 일반분양 물량은 약 400가구로 계획됐지만 수영장 소유자에게 아파트 입주권이 돌아가게 되면 일반분양 물량은 그만큼 줄어들 것으로 추정된다.

이외에도 강남권 주요 재건축 단지인 도곡동 개포우성5차, 개포동 개포6·7단지 등도 상가 지분 소유자와 일반 조합원 간 갈등이 벌어지고 있다.

상가·주택 조합원 간 분쟁 탓에 동의율 확보에도 차질이 생긴다. 재건축 사업이 지연될수록 사업성은 낮아지고 조합원 분담금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런 점을 악용해 일부 상가 조합원이 재건축 사업에 딴지를 걸며 산정비율을 낮춰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산정비율이란 상가 조합원이 아파트를 받을 수 있을지 좌우하는 숫자다. 보통 상가 조합원이 아파트 입주권을 받기 위해서는 ① 기존 상가의 권리가액에서 분양받을 상가의 분양가를 뺀 가격과 ② 재건축 후 아파트 최소 분양가에 조합이 정한 산정비율을 곱한 값을 비교해서 ①이 ②보다 커야 한다. 산정비율이 높게 책정되면 아파트 분양은 어렵다.

예컨대 산정비율이 0.5라면 새 상가 분양가에서 종전 상가 재산가액을 뺀 값이 재건축으로 공급되는 가장 저렴한 가구 분양가의 50%일 때 아파트 입주권을 받을 수 있다. 이 산정비율이 낮을수록 입주권을 받을 가능성이 커지는데 버티는 상가 소유주에게서 재건축 동의를 얻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산정비율을 낮춰주기도 한다. 그동안 재건축 방식에 대해 이견을 보여 사업을 추진하지 못한 서울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와 상가협의회는 최근에야 산정비율을 0.1(10%)로 설정하기로 합의하면서 이견이 해소됐다.

반면 상가 조합원도 할 말은 있다. “어차피 일반분양으로 분양할 물량을 같은 조합원에 분양하는 건데 왜 제한하느냐”고 항변한다. 적은 지분이나마 상가 조합원도 조합원이니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이다.

아파트 조합원의 경우 상대적으로 싼값에 아파트를 분양받은 권리가 어느 정도 보장되고, 경우에 따라 큰 시세 차익도 기대해볼 수 있지만 상가 조합원은 그렇지 않다는 것. 상가 조합원이 소수인 이유로 아파트 조합원의 수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상가 건축이나 분양가가 정해지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상가 분양가가 높게 책정되고는 하는데, 상가 조합원 입장에서 굳이 새 상가를 분양받을 만한 요인이 없다는 주장이다.

서울 서초구 잠원동 ‘신반포4차’ 재건축 조합은 단지 내 수영장 지분을 125명이 나눠 갖고 입주권을 각각 받게 돼 조합원 간 갈등이 커진 바 있다. (매경DB)
상가 지분 쪼개기에 제동

‘권리산정일 후 금지’ 잇단 법안 발의

다만 그렇다 해도 조합원에 피해를 입히는 비정상적인 지분 쪼개기는 막아야 한다는 것이 정비업계의 공통적인 시각이다. 마침 아파트 입주권을 노린 무분별한 상가 지분 쪼개기에 제동을 거는 법안이 국회에 잇따라 발의되는 중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최인호 의원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 때 상가 지분 쪼개기를 방지하는 내용을 담은 도시정비법 개정안을 지난 6월 22일 대표 발의했다.

개정안에는 권리산정 기준일 대상에 ‘집합건물 전유부분의 분할로 토지 등 소유자 수가 증가하는 경우’가 추가됐다. 권리산정일(분양권을 받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는 시점) 이후 지분 쪼개기로 상가를 사면 아파트 입주권을 주지 않는다는 뜻이다.

앞서 6월 20일에는 김병욱 의원도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발의했다. 김 의원 발의안에는 권리산정일을 현행 ‘기본계획 수립 후’에서 ‘주민 공람 공고일 후’로 약 3개월 이상 앞당기는 내용이 포함됐다. 분양권을 받을 수 있는 권리산정일 지정을 더 빨리 진행해서 상가 지분 쪼개기를 조기에 방지하기 위한 방안이다.

상가 지분 쪼개기 논란이 커진 강남구도 적극적인 제재에 나섰다. 강남구는 지난 3월 대치동 미도와 선경아파트, 압구정동 미성, 논현동 동현, 개포동 개포현대1차·개포경남·개포우성3차 등 7곳에 ‘행위허가 및 개발행위허가 제한지역’으로 지정했다. 제한지역으로 지정되면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3년간 토지 분할 등이 제한된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217호 (2023.07.12~2023.07.18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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