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벌어지는 한·미 금리차… 2%p 넘어 2.25%p까지 가나
한·미 기준금리 차가 조만간 상단 기준으로 2% 포인트까지 벌어질 것이라는 관측이 커지고 있다. 오는 13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동결하고,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25~26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0.25% 포인트를 인상하면, 한국(3.50%)과 미국(5.25~5.50%)의 금리 차는 2% 포인트로 벌어진다. 추후 2.25%포인트까지 벌어질 가능성도 있다.
이 때문에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한 우려가 일고 있다. 한·미 금리 차가 확대될 때마다 외국인이 국내 자본시장에서 돈을 빼는 등 외화자금 유출 가능성, 안정화 국면에 접어든 원·달러 환율 상승압력이 높아질 것이라는 우려가 뒤따랐다. 그때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한·미 금리 차에 기계적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과거 한미 금리 역전기 때 외국인 자금이 오히려 순유입한 사례가 있고, 현재 외환시장에 내외금리 차가 2% 포인트 이상까지 벌어질 수 있다는 기대가 이미 반영돼있는 등 한미 금리 차가 ‘복병’이 안 될 것이라는 한은의 자신감도 상당하다.
그럼에도 전문가들은 기회가 될 때 한은이 한·미 금리 차 폭을 좁혀놓을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물론 당장 급격한 외화 유출이나 원화 약세가 나타날 가능성은 작지만, 예상치 못한 금융 불안이 닥쳤을 때 외환시장의 불안 요인으로 작용할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기 때문이다.
과거 한·미 금리 차가 벌어졌다고 해서 외국인 자금이 무조건 유출되거나 환율이 높아졌던 것은 결코 아니다. 외국인 투자자금은 금리 수준뿐 아니라 환율, 국가 신인도 등 여러 가지 요인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이다. 환율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도 마찬가지로 다양하다.
실제 금리 역전 시기에 외국인 자금이 오히려 순유입됐던 사례가 있다. 10일 한은에 따르면, 미국 정책금리가 한국 기준금리보다 더 높았던 최근 시기(2018년 3월~2019년 10월)에 외국인 투자자금(증권+채권자금)은 총 187억달러 순유입됐다.
한은은 금리 차가 벌어진다고 해서 환율 변동성이 커지고 외화 자금이 유출되리라는 걱정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한 사고의 흐름이라는 입장이다. 한은 관계자는 “이미 외환시장에는 금리 차가 2% 포인트로 벌어질 것이라는 기대가 반영돼있다”며 “그럼에도 환율이 빠르게 상승하지도 않고, 채권 자금은 계속 안정적으로 들어오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도 “금리 차이만으로 자본 유출이 생기는 건 아니고,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라며 “국내에 들어와 있는 외국인 투자 채권 중 미국 비중이 크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도 영향이 그렇게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단지 한·미 금리 차 폭을 줄이기 위해 한은이 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기에는 지금 눈앞에 놓인 한국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 일단 하반기 경기 회복을 장담하기 어렵다. 경기 불확실성과 악재 요인이 곳곳에 놓여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경기나 대 중국 수출이 살아날지 장담하기 어렵고, 내수경제 활력도 생각만큼 크지 않다. 자칫 기준금리를 인상했다가 가뜩이나 이자 상환 부담이 큰 자영업자나 저소득층을 더 짓누를 수 있다.
현재 금융시장 불안이 완전히 가라앉았다고 보기도 어렵다. 제2금융권 연체율 리스크나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발(發) 부실은 언제 터져도 이상하지 않은 불안 요인이다. 최근 불거진 새마을금고 연체율 상승과 예금 인출 사태도 외면하기 어렵다. 게다가 최근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대로 떨어진 점도 한은 금리 운용 방향성에 힘을 보탤 것으로 보인다.
다만 전문가들은 당장은 아니더라도 한·미 금리 차가 환율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언제든 작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당장 불안 요인이 아니라고 해도, 이미 한·미 금리 차가 전례 없이 상당히 벌어져 있는 상태이며, 이 때문에 나중에 기회가 있을 때 좁혀나갈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에서 오르내리고 있는데, 현 외환시장 상황이 여전히 불안한 것도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현실적으로 당장 한·미 금리 차를 좁힐 수 없는 상황에서 환율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다른 요인들을 잘 관리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환율 변동에는 경기 침체 우려 등 대내외 충격, 무역수지 악화를 비롯한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준다. 한은은 지난달 보고서에서 최근 우리나라 환율 변화가 주요국 대비 2배 수준이었는데, 이 중 40%가 무역수지 적자 영향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김 교수는 “환율 관리에 금리 정책을 쓸 수 없는 상황이니 국내 경기가 침체하지 않도록 하고, 무역수지가 개선되도록 힘을 쏟는 등 국내 경제팀이 다른 방면에 힘을 쏟아야 한다”며 “추가경정예산안 편성 등 재정 정책이 해법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은 관계자는 “기준금리 결정에 국내 경제 여건이 중요한 판단 준거인 것은 맞지만, 높은 환율 수준이 지속되면 다시 물가 압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항상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재희 기자 jshin@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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