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증 심부전’ 엘바드·당뇨 약으로 생존율 높인다

민태원 2023. 7. 10. 20:1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주목! 이 클리닉] 서울성모병원 심부전 LVAD 다학제팀
생존율 낮아 심장 질환 ‘종착역’
엘바드, 펌프 삽입 전신 피공급
심장 이식 힘든 경우 대체 치료
‘SGLT-2’ 약물 심부전 예후 개선

한 환자가 비스듬히 누워 자전거 페달을 돌리면서 심장 초음파 검사를 받고 있다. 박출률 보존 심부전은 운동과 같은 부하를 주었을 때 심장의 이완 기능이 어떤지 확인해야 진단 가능하다.

모든 심장 질환의 ‘종착역’은 심부전이다. 여러 원인으로 심장 고유의 펌핑(박출) 기능이 악화돼 온몸으로 충분한 혈액을 보내지 못하는 상태다. 진단 후 4명 중 1명이 1년 이내에, 2명 중 1명은 5년 안에 목숨을 잃을 정도로 위협적인 병이다. 폐암을 제외한 대부분의 암 보다도 생존율이 낮다. 대한심부전학회에 따르면 국내 심부전 유병자는 꾸준히 늘어 지난해 기준 120만명 정도로 추산된다. 65세 이상에서 유병률이 급격히 상승한다.

심부전 환자의 증가는 인구 고령화, 선행 질환 증가와 무관치 않다. 학회의 ‘2020 심부전 팩트시트’에 의하면 심부전 환자의 86.9%가 고혈압, 67.6%는 당뇨병, 64.1%는 협심증·심근경색을 동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밖에 심장근육 질환(심근병증), 심장판막 질환 등에 의해서도 심부전이 초래될 수 있다. 호흡 곤란과 발목 부종, 만성피로 등이 주요 증상이다. 가톨릭의대 서울성모병원 순환기내과 윤종찬 교수는 10일 “쉬운 활동이나 휴식 중에도 숨이 차거나, 발목이 붓고 누르면 자국이 남거나, 피곤하고 쉽게 지치거나, 밤에 계속 기침이 나고 숨쉬기 불편해 잠에서 깬다면 심부전을 의심해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심부전은 대개 약물 치료를 우선 시행하고 필요한 경우 내·외과적 시술이나 수술이 이뤄진다. 근래 심부전 치료에 있어 최대 관심사는 이런 치료에도 증상이 나아지지 않는 ‘중증 심부전’이다. 심장 펌핑 기능 지표(좌심실 박출률)가 40% 아래로 떨어져, 6개월 내에 한 차례 혹은 1년 안에 두 번 이상 입원이나 예기치 않은 응급실·외래 방문력이 있을 때 진단된다. 전체 심부전 환자의 3~5%가 해당된다.

이 경우 지금까지는 심장 이식이 거의 유일한 해결책이었다. 문제는 뇌사자 심장을 구하기가 매우 어렵다는 점. 이에 ‘양수기’처럼 심장 좌심실 기능을 돕는 펌프를 삽입해 전신에 피를 공급하는 좌심실 보조장치, 일명 ‘엘바드(LVAD)’ 치료가 급부상했다. 엘바드는 발전을 거듭해 2020년 말 국내에 도입된 최신 기종(하트메이트3)이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다.

좌심실 보조장치(LVAD)를 단 중증의 여성 심부전 환자와 의료진들.


윤 교수는 “심장 이식까지 대기 기간이 길어질 경우 엘바드 수술을 먼저 하고 일상생활을 하다가 추후 심장 이식을 받거나(가교 치료) 고령, 동반질환으로 인해 심장 이식이 힘든 환자의 경우 심장 이식을 대체하는 치료가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이어 “최근 연구에서 엘바드 치료 시 2년 생존율은 84.5%, 심각한 뇌졸중이나 펌프 교체 등 주요 합병증 없는 2년 생존율도 76.9%로 고위험 심장 이식 환자 성적과 비슷한 수준을 보인 만큼 엘바드 치료가 더욱 중요해졌다”고 덧붙였다. 서울성모병원 심부전 LVAD 다학제팀은 순환기내과와 흉부외과를 중심으로 여러 관련 과 의료진이 협진을 통해 중증 심부전 환자에게 적합한 치료법을 찾고 수술 후엔 24시간 365일 관리 서비스를 제공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엘바드 치료에는 2억원 가까운 비용이 들지만 최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사전 승인을 받으면 수술 전후 1개월간 총 진료비의 5%만 내면 되도록 부담이 덜어졌다.

엘바드와 함께 중증 심부전 치료에 ‘SGLT-2억제제’라는 당뇨병 치료약이 주목받고 있다. 심부전 중에는 심장의 펌핑 기능이 유지되더라도 심근육이 딱딱해져 심장 이완 기능이 떨어져 발생하는 유형이 있는데, ‘이완기 심부전’으로 불린다. 좌심실 박출률이 저하돼 생기는 유형은 ‘수축기 심부전’이라 한다. 미국 메이요클리닉 연구에 의하면 박출률 보존 심부전 환자 수는 최근 15년간 38%에서 54%로 증가했다.

이 병원 순환기내과 정미향 교수는 “박출률 보존 심부전은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며 상당수가 비만을 동반한 고령의 환자”라며 “비만을 동반할 경우 숨이 차더라도 ‘살이 쪄서, 나이가 들어서 그런가 보다’고 생각하고 병원을 잘 찾지 않아 진단율이 매우 낮다. 의료진 역시 박출률 보존 심부전의 진단 기준을 명확히 모르는 경우들이 있다”고 했다.

박출률 보전 심부전의 경우 안정시에는 증상이 없거나 완화된다. 그래서 누워서 진행하는 통상적인 심장 초음파 검사로는 진단이 어렵고 운동과 같은 부하를 줬을 때 심장의 이완 기능이 어떤지 봐야 정확히 알 수 있다. 서울성모병원과 세브란스병원 등 몇몇 대학병원에선 자전거 페달을 밟으며 시행하는 운동 부하 심초음파 검사를 시행하고 있다.

SGLT-2 억제 약물은 당뇨병 허가 임상시험에서 ‘뜻밖에’ 심부전 환자의 예후도 개선시킴이 확인됐다. 국내에선 이 성분의 치료제 2가지가 허가받아 심부전 환자에 처방되고 있다. 정 교수는 “아직 SGLT-2 억제제가 심부전까지 급여 확대되진 않았으나 효과가 분명한 만큼 건보 적용이 이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글·사진=민태원 의학전문기자 twmin@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