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발사주' 녹취에 김웅 "내 목소리 맞는데 기억없어"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고발 사주' 의혹의 핵심 증거인 조성은씨와의 통화 녹취를 법정에서 듣고 "내 목소리는 맞는데 내용은 기억에 없다"고 말했다.

김웅 국민의힘 의원 [이미지출처=연합뉴스]

10일 김 의원은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김옥곤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손준성 검사의 공무상비밀누설 등 혐의 공판에 증인으로 나와 이같이 주장했다.

이 녹취는 2020년 4월3일 김 의원과 조씨 사이에 이뤄진 통화 내용이다. 1차 고발장과 실명 판결문이 '손 검사와 김 의원, 조씨 순서로 전달됐다고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가 지목한 날이다. 녹취엔 '고발장 초안을 저희가 만들어 보내드리겠다'는 발언 등이 담겼다.

공수처 검사가 '저희'가 누구냐고 묻자 김 의원은 "저와 제보자를 합쳐 '저희'일 텐데, 당시 채널A 사건 관련 제보는 여의도 정치부 기자, 서초동 기자, 민주당 고위 관계자 등 복합적"이라면서 "고발장 초안을 누구에게 받았는지도 기억하지 못한다"고 답했다.

공수처 검사는 당시 텔레그램 메시지 꼬리표로 남은 '손준성 보냄'을 두고 '저희'가 김 의원 자신과 대검찰청 수사정보정책관이던 손 검사를 말하는 것이 아니냐고 물었다.

하지만 김 의원은 "그럴 가능성이 상당히 낮다"며 "만약 이게 대검에서 온 것이라 인식했다면 행위 자체가 달라졌을 것"이라고 했다.

녹취록상 조씨에게 고발장을 '(서울)남부지검에 내랍니다. 남부 아니면 (서울)중앙(지검)은 조금 위험하대요'라고 한 점에 대해선 "당시 중앙지검은 매우 당파적으로 수사하고 있었다는 얘기를 기자들로부터 들었다"며 "제 판단이 아니고 누구에게 들은 이야기를 그대로 전달한 것으로 추정한다"고 주장했다.

고발장을 대검 공공범죄수사부에 내라고 정정한 것엔 "제가 검찰과 긴밀히 협의했다면 처음부터 대검에 내라고 했을 것"이라고 했다.

텔레그램으로 조씨에게 고발장을 전달한 뒤 '방 폭파'라고 남긴 것을 두고선 "모든 정치인은 다 그렇게 한다"고 말했다.

그는 손 검사와 친분이 있는 것은 맞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검찰총장으로 첫 인사를 한 2019년 7월을 끝으로 2020년 4월15일 총선 전까지 연락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공수처는 지난해 5월 손 검사를 기소하고, 김 의원의 공모 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다만 공수처법상 직접 기소 권한이 없어 사건을 검찰로 이첩했다.

김 의원은 2020년 4월 총선 직전 고발을 통해 당시 여권에 부정적인 여론을 형성하기로 공모하고, 최강욱 당시 열린민주당 후보 등 여권 인사에 대한 두 차례 고발장과 실명 판결문을 주고받은 혐의를 받았다.

그런데 검찰은 손 검사에서 김 의원으로 전달됐다는 증거가 부족하단 이유 등으로 김 의원을 불기소했다.

김대현 기자 kdh@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