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사진 두번 찍자더라" 이재명이 샤프줄 그은 호텔 협약서
검찰이 ‘정자동 판교 H호텔 특혜’ 의혹과 관련해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이 나중에 특혜 시비가 불거질 것을 우려해 호텔사업 협약식 사진을 다시 찍게 했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피의자 신분으로 입건한 검찰은 전·현직 성남시청 공무원, 호텔 개발에 관여한 관계자 등을 통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이재명 시장이 '이게 맞나"며 샤프로 줄 그어"
이 사건을 수사 중인 수원지검 성남지청은 2015년 1월 5일 이재명 시장 집무실에서 일어난 일을 시간대별로 정리하고 있다. 이날 성남시와 호텔 개발업자 측은 ‘사업 상호협력 협약서’에 서명한 뒤 사진 촬영을 했다. 그런데 이 대표가 서명 도중 돌발 행동을 했다고 한다. 실무진끼리 협의를 거쳐 미리 작성된 협약서를 두고 “이게 맞는 거예요? 좀 이상하다”라고 말한 것이다.
당시 현장에 있던 관계자들에 따르면 이 대표는 사업내용 중 ‘호텔 업자 측은 토지 임대(30년) 종료 후, 해당 토지를 매수할 수 있는 우선권이 있다’는 내용을 지적했다. 이 대표는 샤프연필로 해당 조항에 줄을 그었고, 그 상태로 첫 번째 사진 촬영을 했다. 이때가 오후 2시쯤이었다.
협약식을 마친 뒤에도 호텔 업자들은 시청을 떠나지 못했다고 한다. 이 대표 측에서 연락이 와 “사진을 다시 찍어야 한다”고 요구했기 때문이다. 결국 업자들은 다시 시장실로 향했고, 오후 4시 50분쯤 양측은 협약서에 다시 서명을 하고, 사진도 다시 촬영 했다.
최종적으로 성남시가 보관한 문서엔 이 대표가 지적한 내용이 수정돼있다. ‘토지 우선매수 청구 권한’을 ‘대부기간 종료 후 토지 매입’으로 고친 것이다.
법적 근거 없던 '특혜 논란' 조항… 관련법상 용어로 바꿔
이와 관련 당시 협약서 작성에 관여한 관계자는 “수정되기 전에 ‘우선매수 청구권’이란 것은 법적 근거가 없었다”면서 “바뀐 문구는 관광숙박시설특별법에 나온 표현을 그대로 따온 것이다. 이 대표가 사업 내용에 대해 세세하게 파악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이 대표가 특혜 정황을 인지했을 가능성을 의심하고 있다. 변호사 출신인 이 대표가 추후 문제가 될 만한 내용을 직접 수정 지시하고, 사진까지 다시 찍는 등 치밀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30년간 호텔 측에 성남시 땅을 헐값에 빌려주고, 임대 기간이 끝나면 땅을 매입하게 해준 해당 조항은 현재 이 대표의 배임 혐의와도 연관된다. 성남시는 경부고속도로와 맞붙어있는 호텔 부지에 대해, 자본금 14억원의 호텔 개발업자 황모씨와 수의계약을 맺어 사업권을 보장했다. 이후 ‘자연녹지지역’이 ‘일반상업지역’으로 용도 변경되는 등 특혜 논란이 일었다. 황씨는 이 대표의 최측근 정진상씨와 친분이 있다고 알려져있다.
호텔 측은 협약서 수정과 관련해 “관련법에 의거해 체결된 사업협약이고 문제될 것 없는 합의”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 대표 측도 “성남시 내부 법적 검토를 거쳐 협약서에 반영한 사항이다. 시장 임의결정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김철웅·이창훈 기자 kim.chulwo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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