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벤져스' 100회 잔칫날에 망신, 문제는 안정환?
[이준목 기자]
어느덧 방송 100회를 맞이한 '어쩌다벤져스'가 굴욕적인 참패를 당하며 잔칫상을 망쳤다. 긴 여정의 클라이맥스를 장식할 서울 대회를 앞두고, 선수단의 슬럼프가 길어지고 있다. 최근 웃음도 축구도 다 놓치고 있는 <뭉쳐야찬다2>는 안정환 감독의 지도력에 대한 의구심까지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의 상황이다.
9일 방송된 JTBC 예능 프로그램 <뭉쳐야찬다2>에서는 100회 특집을 맞이하여 '청춘 FC'와의 대결이 그려졌다.
안정환 감독, 이동국-조원희 코치와 어쩌다벤져스 선수단은 100회를 기념하여 저마다 몸에 축하 화환, 풍선 등과 함께 등장했다. MC 김성주-김용만은 "요즘 방송가에서 예능이 100회에 이르기 쉽다", "뭉찬을 원조로 스포츠예능의 붐이 불기 시작했다"며 자화자찬 했다. 안정환은 100회 기념 풍선에 비유하여 "굉장히 어렵게 여기까지 왔다. 선수들이 잘했기 때문에 여기까지 왔다"고 선수들에게 영광을 돌렸다.
이날의 특별한 축하사절단으로는 '청춘FC'가 등장했다. 2015년 방송된 KBS 2TV <청춘FC-헝그리일레븐>에 출연했던 멤버들로 구성된 팀이다. 개인 사정 등으로 인해 축구선수의 꿈을 포기할 수밖에 없었던 프로 축구 지원자들의 재도전기를 그린 프로그램으로 당시 감독을 맡았던 안정환과 멤버들은 어느덧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끈끈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고.
제작진은 현재의 어쩌다벤져스와 비교하여 청춘FC를 '안정환의 첫 번째 자식들'이라고 소개했다. 안정환은 서울 대회를 3주 앞두고 강팀에 대한 두려움을 없애기 위하여 청춘FC를 직접 섭외했다고 밝혔다.
청춘FC 멤버들은 과거 안정환과의 비하인드 스토리들을 폭로했다. 허민영과 길정현은 "벨기에 전지훈련을 갖다가 부상을 당했다. 안정환 감독님이 오전에 분명히 쉬라고 해서 쉬고 있었는데, 오후에 갑자기 호출을 당했다. 그러더니 안 감독님이 '너네 나태해졌다. 돌아갈래? 귀국할 비행기 표 끊어놨다'고 하더라"고 당시를 회상했다. 김동현은 크게 공감하며 "저와 이형택에게도 항상 골키퍼는 두 명만 있으면 된다고 한다"며 안정환 특유의 '고용 압박' 화법을 꼬집었다.
당황한 안정환은 "쉬라고 하긴 했지만 당연히 훈련할 줄 알았다. 쉬란다고 쉬어? 그럴 위치가 아닌데"라고 해명했다. 그러자 김동현은 "막상 훈련하면 또 한다고 뭐라한다. '내가 쉬라고 했지, 왜 내 말 안 들어? 휴식도 중요한 거야'라고 했을 것"이라고 덧붙였고 이어 청춘FC 이제석은 "여전히 감독님이 엄한 것 같다. 어쩌다벤져스를 청춘FC 혼내듯 하시더라. 조기축구는 '즐거운 축구'가 모토인데, 좀 너무하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어쩌다벤져스 멤버들의 공감어린 환호를 이끌어냈다.
이에 안정환은 "어쩌다벤져스는 우승이라는 목표가 정해져 있지 않나. 선수들은 각자 자신의 종목에서 최고였고 충분히 받아줄 수 있을 마음가짐이라고 생각했기에 강하게 지도한 것"이라고 해명하며 "그게 기분 나쁘면 어쩔 수 없다. 함께갈 수 없는 것"이라고 일축했다. 그러자 주장 임남규는 "저는 감독님의 지도방식에 아무런 불만이 없다"며 재빠른 태세전환으로 웃음을 자아냈다.
안정환이 키운 두 팀인 어쩌다벤져스와 청춘FC의 맞대결이 펼쳐졌다. 비록 지금은 모두 은퇴하기는 했지만 전원 축구 선출 10년차 이상으로 구성된 청춘FC를 상대로, 놀랍게도 안정환은 '핸디캡없는 11대 11 대결'을 선언했다. "서울 대회를 앞두고 강팀을 상대로 수비를 점검하고 경기력을 레벨업시키는 것"을 목표로 꼽았다.
하지만 결과는 좋지 못했다. 청춘FC는 전반 4분 만에 주장 김동우의 선제골로 기선을 제압한 것을 시작으로 경기 내내 어쩌다벤져스를 압도하며 선출의 위엄을 과시했다. 어쩌다벤져스가 비록 이대훈의 불참과 임남규-안드레진이 부상으로 정상 전력이 아니기는 했지만, 공격다운 공격을 거의 해보지 못하고 일방적으로 끌려다녔다.
그나마 전반에는 골키퍼 한건규의 선방과 수비수들의 육탄방어로 1실점으로 버텨내는 데 성공했다. 하프타임에 안정환은 중앙 미드필더였던 강칠구과 허민호의 부진을 질타하며 적극적인 경기운영과 패스연결을 주문했지만 상황은 개선되지 않았다. 후반 들어 안정환은 이형택, 이지환, 김동현, 안드레 진 등을 잇달아 교체 투입했으나 오히려 추가실점을 잇달아 내주며 급격하게 무너져 내렸다.
안정환은 "다들 왜 이렇게 가라앉아 있지?"라며 현저한 실력차에 주눅든 선수들을 보며 답답한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 어쩌다벤져스는 결국 경기 종료 직전 안드레 진의 자책골까지 허용하며 0-5로 충격적인 완패를 당했다. 이로서 어쩌다벤져스는 최근 공식전 3연패라는 부진을 이어갔다.
안정환은 경기 후 선수단에게 "오늘 경기에 대해서는 말하지 않겠다. 각자 알아서 느낀 게 있을 것"이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최근에 경기력이 확 떨어져셔 걱정이 되지만, 여러분들을 믿는다. 기죽지 말자. 자신감을 찾는 게 지금 우리의 시급한 과제다. 생각과 마음가짐의 차이가 중요하다"고 위축된 선수들을 다독이며 마무리했다.
<뭉쳐야찬다>는 2019년 시즌1이 첫 방송을 시작한 이래, 농구에서 축구까지 총 3번의 시즌을 거치며 국내 스포츠예능 붐을 대표하는 프로그램으로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다.
특히 <뭉찬>이라는 기획이 가능했던 데는 역시 안정환이라는 걸출한 인물이 있었기 때문이다. 2002 한일월드컵이 낳은 '축구 레전드'이자 방송감각과 스타성까지 갖춘 안정환은, 예능과 축구 파트를 넘나들어야 하는 <뭉찬>의 기획에 가장 적합하고 대체불가한 인물이었다.
문제는 프로그램의 완성도와 방향성이 점점 산으로 가고있는 가운데, 안정환 역시 그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이다. 시즌1에서는 대한민국 각 스포츠의 전설들이 '조기축구'라는 생소한 분야에서 한 팀이 되어 새롭게 도전하는 과정을 통해, 감독이지만 대하기 힘든 스포츠계 대선배들을 선수로 지휘해야하는 '안정환의 고군분투하는 모습'이 웃음 포인트가 됐다.
시즌1의 '어쩌다FC'는 비록 평균 연령대가 높고 축구 초짜들로 구성된 팀이었지만 '1승'이라는 소박한 목표를 향하여 차근차근 성장해가는 모습이었다. 또한 스포츠 전설들의 인간적이고 유쾌한 매력은 많은 공감대를 자아냈다. 이때만 해도 <뭉찬>은 '진지할때는 진지하고, 웃을때는 웃는' 여유와 낭만이 공존하던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시즌2에 접어들며 '조기축구 전국제패'라는 거창한 목표를 내세우면서 프로그램이 방향이 변질되기 시작했다. 선수들의 연령대가 젊어지면서 하차한 윤동식과 동갑인 이형택 정도를 제외하면 '어쩌다벤져스'의 선수단은 전원 안정환보다 어린 스포츠계 후배들로 구성되었다. 이 중에는 타종목에서 아직 현역으로 활동하는 선수들도 대거 포함되어 있었다.
시즌2의 가장 큰 문제점은 성적에 집착할수록 팀의 경기력과 프로그램의 재미는 오히려 점점 떨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뭉찬2>는 올해초 '전국도장깨기'의 부진과 3차 오디션을 기점으로 예능의 비중이 거의 사라지고, 사실상 진지한 축구경기에만 집중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선수단 1, 2군 승강 시스템이 도입하여 경쟁 체제가 강화되고 매주같이 안정환이 선수단을 자주 질타하는 모습이 늘어나고 있다.
문제는 애초에 본업이 따로있는 현역-은퇴 선수들을 데리고 '왜 프로 선수들처럼 조기축구 성적에 집착해야하는지' 공감대를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시즌1처럼 실력은 떨어져도 초보 선수들이 축구의 재미를 깨우치며 차근차근 성장하는 모습이나, 멤버들 각자의 케미와 캐릭터를 잘 살려주는 것도 아니다. 시즌2 방송 초기 제시했던 '비인기종목과 선수들을 알린다'는 취지는 이미 흐릿해진지 오래고, 주전 경쟁에서 밀린 선수들은 어느날 갑자기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는 등 각 종목 스포츠 선수들에 대한 대우도 엉망이다.
또한 시즌1에서는 예능적 연출에 가려서 크게 드러나지 않았던 감독 안정환의 모습도 시청자들의 비판이 늘어난 대목이다. 시즌1에서는 사실상 혼자서 선수단 전체를 관리해야하는 부담이 컸고, 그럼에도 예능적으로 망가질 때는 기꺼이 함께 망가지곤 했다. 그에 비하여 시즌2는 이동국과 조원희가 코치진으로 합류했고 선수자원도 더 늘어나며 훨씬 편안한 환경이 되었음에도 오히려 '감독으로서 안정환'의 역할과 능력에 대한 의문부호가 더 증가했다는 게 아이러니하다.
현재 안정환이 가장 비판받는 대목은 벌써 1년이 훌쩍 넘었는데 아직 선수단의 특성에 대한 파악이 제대로 되어있지 않고, 부진의 책임을 오롯이 선수들에게만 돌리는 태도에 있다. 초반에 좋은 활약을 보이던 이장군, 강칠구, 허민호, 김준현 등은 여러 포지션을 전전하다가 자리를 잡지 못하고 폼이 점점 떨어졌다.
당일 경기를 앞둔 상황에서 무리한 체력훈련으로 선수단을 녹초로 만든다거나, 부상 위험이 있는데도 현역 선수들을 경기에 투입시키는 등 선수 보호에 대한 인식이 부족한 것도 비판받고 있다.
안정환은 시즌2에 접어들며 예능적인 활약이나 분위기는 거의 없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조기축구팀을 프로팀같은 분위기로 유도하면서 선수단에 경쟁과 긴장의 압박감을 높인 것은 바로 안정환 본인이다.
그렇다면 '진지한 축구'에만 올인한 만큼의 성과라도 있어야 하는데 전국 도장깨기는 몇 번이나 실패를 거듭했고, 오디션을 세 번이나 하면서 선수들을 충원했는데도 팀전력은 오히려 뒷걸음질치고 있다. 프로팀이라도 성적이 이렇게 나쁘면 누구보다 감독이 가장 먼저 책임을 져야하는 게 당연하다. 하지만 정작 안정환은 계속해서 선수들의 집중력이나 정신자세만 질타하는 책임을 전가하는 태도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최근에는 어쩌다벤져스 선수단도 종종 농담을 섞어서 안정환의 지도방식에 우회적으로 불만을 드러내는 장면이 나온다. 하지만 안정환은 그때마다 정색하며 "말대꾸하지말라. 용납하지 않겠다", "내 지도방식을 받아들이지 못하면 함께하지 못한다"며 선수들의 불만이나 자신을 향한 이의제기 자체를 차단하는 고압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시청자들 사이에서는 그동안 방송 이미지에 가려졌지만 요즘 현역 지도자들도 삼가해야 할 구시대적인 리더십의 전형이라는 혹평을 받고 있다. 이는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에 익숙해진 인물들이 빠지기 쉬운 함정이기도 하다.
사실 안정환은 방송프로그램이던 <청춘FC>와 <뭉찬> 시리즈를 제외하고는 정식 지도자 경험이 전무하다. 이날 청춘FC와 어쩌다벤져스 멤버들이 토크 타임에서 안정환의 지도방식에 대하여 언급한 일화들은, 비록 반쯤 농담 분위기에 가려졌지만, 안정환식 리더십의 모순과 단점을 은연 중에 꼬집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심장하다.
현재 어쩌다벤져스가 초래한 모든 위기의 근본 역시 안정환의 문제점이 자초한 것이라고 볼수 있다. 당장 어쩌다벤져스의 경기력이나 서울대회의 성적을 떠나 안정환의 생각이 변하지 않는다면 향후 <뭉찬>시리즈의 미래 자체가 불투명해보인다.
<뭉찬>은 방송 말미 예고편에서는 부진에 빠진 선수들과 1대 1 특별 개인 면담에 나선 안정환의 모습과, 시즌1에서 끝내 넘지 못했던 경인축구회와 2년 6개월 만의 리벤지 매치를 예고하며 기대감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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