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딧불이 명소인데... '맹꽁이' 찾자는 어르신들의 기막힌 사연 [해시태그 #지역 시즌2]

박누리 2023. 7. 10.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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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골프장 조성 논란으로 시끄러운 옥천, 다른 데 있다고 우리 동네에도 필요한가

[박누리 기자]

 안터마을 앞 대청호 풍경. 수몰 전 마을이 있던 곳으로 당시에는 이 지점에서 반딧불이가 나왔다고도 전해진다. 지금은 대청댐으로 물이 차있는 곳이며 현재 가뭄으로 바닥이 드러나있다.
ⓒ 월간 옥이네 자료사진
 
"맹꽁이를 찾으면 된댜. 여가 그래도 청정지역 아니여? 분명 맹꽁이가 있겄지."

충북 옥천군 동이면 석탄리·지장리 일대 골프장 조성 논란이 지역사회를 들끓게 했던 2011년 그 언젠가, 마을에서 만난 주민들의 이야기다. 마을 뒷산을 깎아내고 골프장을 만들겠다고 나선 민간 개발업체, 그런 업체와 비공개투자협약을 체결한 옥천군에 대한 반발로 촉발된 골프장 논란은 당시 해를 넘기며 지역사회를 커다란 갈등의 소용돌이로 빠뜨렸다. 

대청호를 끼고 있는 석탄리와 지장리 일대는 대규모 반딧불이 서식지가 확인된 곳으로 2009년부터는 석탄리 안터마을이 중심이 돼 여름엔 반딧불이 축제를, 겨울엔 대청호 빙어 축제를 주민 주도로 벌여왔다. 행정이 수억 원을 쏟아 부어도 활성화 되지 않던 지역 관광을 주민의 힘으로, 그것도 인위적인 개발 없이 자연 그대로를 지키며 활용한 성공 사례이자 모범 사례로 꼽히던 지역.

그런데 바로 이곳에 축구장 230개 규모, 27홀의 골프장(약 49만 평) 건설을 추진하겠다고 나섰으니 마을 안팎으로 대규모 소란이 발생하는 건 당연했다. 

충청권 식수원 개발로 주민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수몰돼야 했던 역사를 갖고 있는 마을은 삶터의 수많은 어려움(*수변구역 주민들의 경우 자기 집을 수리하는 것도 쉽지 않을 정도로 많은 규제에 시달리며, 농경지의 경우 인공호수로 인한 안개로 인해 농사에도 큰 영향을 받고 있다) 속에서도 나름의 노력을 이어왔다. 농민들의 친환경 농업 운동과 이 일대 주민들이 모여 대청호 유역 환경 감시와 보호 등을 진행해온 것이 대표적이다.

하지만 '지역 경제 활성화'라는 환상 아래 추진되는 골프장 건립은 지난 주민들의 노력을 깡그리 무시하는 것이었다. 대청호 수원과 반딧불이라는 청정 환경을 지킬 근거가 명확함에도 골프장 추진은 쉬이 사그라들지 않았으니, 급기야 주민들 사이에 멸종위기종인 '맹꽁이'라도 찾자는 말이 나온 것이다. 

골프장 논란은 주민들이 군청사 앞 천막에서 여름과 겨울을 보낸 다음에야 일단락됐다. 당시 업체가 사업 추진을 위한 입안신청서를 제출하지 않으면서 잠정 중단된 것이다. 옥천군의 뜨듯미지근한 태도 속 '잠정 중단'에 불과했기에 이후 몇 년 동안도 주민들의 불안은 쉽게 잠들지 못했지만,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고 이제는 모두 그 골프장 논란에서 자유로워진 줄 알았다. 10여 년 전 그 업체가 다시 골프장을 짓겠다며 나서기 전까지는 말이다. 
 
 안터마을 반딧불이 풍경
ⓒ 월간 옥이네 자료사진
 
자연·마을·주민 합작품이야말로 지역 정체성
     
다시 골프장을 짓겠다는 주장과 이를 옹호하는 여론은 ▲과거에 비해 골프가 대중화됐고 ▲충북 도내 정규홀 골프장이 없는 곳은 옥천이 유일하다는 내용을 근거로 하고 있다. 

이 대목에서 산천을 깎아 건설된 골프장이 환경과 마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 지에 대해선 굳이 언급하지 않겠다. 얼마나 많은 농약을 쓰는지, 골프장 조성 이후 약해진 지반이 산사태 등의 위험을 불러올 확률은 얼마나 높은지, 그리고 젠더적 관점에서도 골프장이 왜 문제인지 이미 너무나 많은 언론 보도와 연구조사, 정부 조사 결과, 관계자들의 증언이 있어왔다. 

다만 골프장이 세워질 지역의 자연환경에 대해서는 더욱 많이 이야기 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오마이뉴스> 사이트에서 '골프장'을 검색해봐도 옥천뿐 아니라 전국 곳곳이 골프장으로 신음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다랭이논을 없애고(지리산) 습지를 밀어(고령군) 골프장을 만들겠다는 발상이 어처구니없을 따름이다. 

당장 옥천만 해도 이곳의 자연환경이 어떤 의미에서 보존 가치가 높은지를 이야기하는 지표가 차고 넘친다. 반딧불이를 비롯해 애기뿔소똥구리, 수리부엉이, 붉은배새매, 새호리기 등 법적 보호종이 연이어 발견됐는데, 보다 본격적인 조사가 이루어진다면 또 어떤 생명들이 발견될지 모를 일이다. 

무엇보다 이 일대는 지난 2021년 환경부 국가생태관광지역으로 선정된 곳으로 옥천군은 각종 생태관광 사업을 주요한 군정에 포함해 추진하는 중이다. 그럼에도 전임 군수를 비롯해 현 군수까지 골프장에 대해서는 애매한 태도를 보인다. 지역 경제 활성화 등을 이유로 찬성 여론도 있으니 무작정 반대할 수만은 없다는 논리인데, 생태관광과 골프장의 양립이 가능한 사고방식이 놀랍기만 하다. 

옥천군은 올해도 '지역 관광 활성화'를 목표로 이런저런 사업을 벌인다. 여기에 '낙후지역 개발'과 '지역경제 활성화'라는 이유가 붙으며 골프장 건설의 타당성을 강요한다. 하지만 지난 세월 수십 억 원을 쏟아 부었으나 효과가 없던 '지역 관광 활성화'가, 저상버스 등 이동권 확보에는 무관심한 상태에서 말하는 '낙후지역 개발'이 주민들로부터 신빙성을 확보하기란 쉽지 않다. 
 
 6월 7일 오전 대전환경운동연합, 대전충남녹색연합,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옥천살림협동조합 등 10개 단체는 옥천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골프장 건설계획 백지화를 촉구했다.
ⓒ 충북인뉴스
      
옥천에 골프장이 필요하다는 주장을 뒷받침하는 근거 중 하나, '충북에서 옥천에만 정규홀 골프장이 없다'는 말에는 꼭 이 반박을 하고 싶다. (옥천을 제외한 도내 모든 지역에 골프장이 있다는 사실도 솔직히 놀랍지만) 이미 다른 동네에 있다면 더더욱 만들어야 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옥천만의 정체성을 보여줄 무언가'가 필요하다고 늘 이야기하는 게 그네들이면서 왜 이런 부분에선 '다른 동네 다 하는' 걸 따라가려는지 이해가 어렵다.

옥천만의 정체성은 골프장 개발을 통한 관광지 활성화 같은 게 아니다. 다름 아닌 깨끗한 대청호와 그 주변에 터를 잡아온 반딧불이, 수리부엉이, 새호리기, 애기뿔소똥구리이며 이 모두를 생태적 관점에서 활용해 마을과 공동체를 살려온 주민들이다. 옥천의 관광을 살리고 경제를 활성화할 '구슬'은 이미 주민들이 다 찾아둔 상태인데 그걸 꿰지 못해 그냥 흩날려 버리는 것이 행정의 역할인가.

사실상 이 모든 것의 키를 쥔 것은 계획시설 용도변경 등을 결정할 옥천군과 충청북도, 그리고 이 일대 환경영향평가를 철저히 심의할 금강유역환경청 등 관계당국이다. 이들의 지혜로운(그리고 역사 속에 두고두고 회자될) 결단을 기다린다. 

*더불어 '골프장'을 검색어로 뉴스 검색을 꼭 해보시길 권한다. 전국 산지와 농지, 국토가 무분별한 골프장 조성으로 얼마나 고통 받고 있는지. 이것이 곧 우리에게 돌아올 부메랑의 신호임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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