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덩이로 불어나는 ‘유령 영아’… ‘보호출산제’ 논의 급물살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미등록된 '유령 영아' 2000여명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교계에서는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출생통보제'로는 부족하다고 말한다.
영아 유기 사건 등을 예방하려면 성폭행 등 불가피한 상황에 처한 위기 임신 여성의 익명 출산을 돕는 '보호출산제'가 병행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출산 사각지대에 놓인 생명을 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해외는 보호출산제·익명출산제 도입, 최소한의 보호장치 필요
미등록된 ‘유령 영아’ 2000여명에 대한 경찰 수사가 진행되는 가운데 교계에서는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출생통보제’로는 부족하다고 말한다. 영아 유기 사건 등을 예방하려면 성폭행 등 불가피한 상황에 처한 위기 임신 여성의 익명 출산을 돕는 ‘보호출산제’가 병행되어야 하며 이를 통해 출산 사각지대에 놓인 생명을 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내년 7월부터 도입되는 출생통보제는 병원에서 출산할 경우 부모가 출생신고를 안 해도 자동으로 정부에 통보된다. 그러나 이와 함께 논의된 보호출산제는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야당에서는 보호출산제가 아이의 양육을 쉽게 포기하게 만들고 부모에 대한 아이의 알 권리 등을 제한한다는 이유로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보호출산제 병행을 주장하는 전문가들은 출생통보제만 시행할 경우 성폭행, 근친상간, 혼외 임신, 이혼 후 300일 이내 임신 등 출산 사실을 알리고 싶지 않은 위기 임신부의 ‘병원 밖 출산’이 증가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베이비박스’를 운영하는 이종락 주사랑공동체교회 목사는 10일 국민일보와 통화에서 “감사원이 출생 미등록 아동에 대해 조사한 기간인 2015년부터 2022년까지 베이비박스에 보호된 미아신고 아동이 1045명”이라며 “이 중 복지 지원을 통해 27%가 출생신고를 한 뒤 원가정에 돌아갔고 8% 정도가 출생신고를 통해 입양됐다. 65%의 경우 출생신고 사각지대로서 미아신고가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이 목사는 “임신 사실을 숨길 수밖에 없는 임신부가 국가 상담과 복지 지원으로 아기를 키우도록 하는 것이 보호출산제의 기능”이라며 “정부는 출생신고를 할 수 없는 사례가 있다는 현실을 인식해야 한다. 출생신고를 의료기관이 강제로 한다는 것은 아기 생명이 우선순위에서 배제된 것이나 다름없다”고 지적했다.
오창화 전국입양가족연대 대표도 “출생통보제의 사각지대를 보완하는 보조 수단으로 보호출산제가 병행돼야 한다. 이는 위기 임신부와 태아의 생명이 걸린 문제”라고 밝혔다.
오 대표는 보호출산제가 헌법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부모에 대한 자녀의) 알 권리도 보장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보호 출산으로 태어난 아동은 성인이 됐을 때 생모와 출생 정보를 당사자의 동의 과정을 거쳐 알 수 있다”며 “물론 당사자 동의가 안 되면 법원의 판단을 받을 수 있다. 알 권리가 행사되려면 먼저 존엄한 개인이라는 생물학적 개체가 있다는 전제가 바탕이 돼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독일 미국 프랑스는 우리나라에 앞서 보호출산제를 도입한 나라들이다. 독일의 ‘신뢰출산제’는 임신부가 익명으로 출산하지만, 생모 정보 등을 국가가 관리한다. 익명 출산으로 태어난 아동은 성인이 되면 자기 정보에 접근할 수 있다. 임신부가 올바른 선택을 하도록 충분한 상담을 제공하는 게 핵심이다. 프랑스의 ‘익명출산제’는 생모 의지에 따라 자신의 신원 기록을 남기거나 영구 익명을 보장받는다. 미국 ‘영아피난제’는 생후 72시간 또는 50일 이내의 유아를 정해진 피난소에 유기하는 행위에 대해 법적 책임을 면책해주고 산모의 익명성을 보장해준다.
‘유령 영아’ 사건을 예방하려면 미혼모 등 위기 임신 여성이 자녀 양육을 포기하지 않도록 사회적 인식 개선과 함께 촘촘한 복지 지원이 우선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박리현 한국가온한부모복지협회 대표는 “위기 임신 여성의 경우 임신부터 양육까지 감당해야 할 것들이 많다”며 지속 지원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고아와 과부, 나그네 등 연약한 이들을 돌보는 것은 교회의 책무다.(신 24:19~22) 박 대표는 “교회와 크리스천들이 지역 사회와 연계해 미혼모 등의 공동체 역할을 감당해달라”고 호소했다.
김아영 기자 singforyou@kmib.co.kr
GoodNews paper ⓒ 국민일보(www.kmib.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Copyright © 국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Epilogue]퍼즐, 어딘가에 분명 맞추어질 조각[개척자 비긴즈] - 더미션
- “주님이 죄인에게 희망 줬다”… 우레같은 갈채 속 실로암 떼창 - 더미션
- “목사 이중직하는 아들 통해 순기능 봤지만 새로운 대안인 것처럼 말하는 데 찬성 안해” - 더
- “하나님 전제해야 우주 생성 의문 풀려… 천문학자 중 신앙인이 많은 이유죠” - 더미션
- “난 아무것도 아냐… 모든 건 하나님께” 환자 위해 뜨겁게 기도한 ‘대동맥 명의’ - 더미션
- 셀린 송 감독 “‘기생충’ 덕분에 한국적 영화 전세계에 받아들여져”
- “태아 살리는 일은 모두의 몫, 생명 존중 문화부터”
- ‘2024 설 가정예배’ 키워드는 ‘믿음의 가정과 감사’
- 내년 의대 정원 2천명 늘린다…27년 만에 이뤄진 증원
- “엄마, 설은 혼자 쇠세요”… 해외여행 100만명 우르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