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열 조심" 경고도 안 먹혔다…장중 100만원 찍은 에코프로
코스닥 시장에서 16년 만에 열릴 ‘황제의 대관식’이 미뤄졌다. 10일 코스닥 시장에서 에코프로가 장중 100만원을 넘겼지만, 종가 기준 '황제주(주가 100만원 이상 종목)' 등극엔 실패했다. 외국인의 ‘팔자'로 100만원 고지를 사수하지 못했다.
과열이라는 증권가 진단이 무색하게 에코프로는 연일 신고가 행진 중이다. 올해에만 800%가량 급등했다. 에코프로의 주가는 지난달 초 56만2000원(6월 1일 종가)에서 한 달여 만에 이날 종가 기준 96만5000원으로 71.7% 급등했다. 올 초(11만원)보다 777% 급등했다.
에코프로의 숨 가쁜 질주를 증권가는 위태로운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목표주가를 내놓지 않는 게 그 방증이다. 애널리스트 사이에는 에코프로의 주가가 펀더멘털(기초체력)에 기반한 분석의 영역을 넘어섰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다. 지난 5월 삼성증권(40만원·투자의견 중립)과 하나증권(45만원·투자의견 매도) 이후로 신규 보고서는 전무하다.
한 2차전지 담당 연구원은 “통상 지주사는 디스카운트를 받아야 하는데, 에코프로는 지주사 중 유일하게 프리미엄을 받고 있어 논리적이지 않다”며 “사실상 머리가 아니라 심장으로 사는 주식이라는 생각마저 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익명을 요청한 연구원은 “애널리스트는 ‘숫자’로 말해야 하는데 지금 현상을 설명할 숫자는 존재하지 않는다”며 “이번 주 에코프로 2분기 실적이 발표되면 코멘트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코프로의 끝없는 상승은 ‘돈이 돈을 부르는 현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주가가 과열됐다는 생각에 공매도가 몰리지만, 주가가 멈춰 서지 않자 공매도를 청산하며 오르는 ‘숏 스퀴즈’(공매도 투자자가 주가 급등에 숏 포지션을 청산하며 주가가 오르는 것)가 급등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된다. 여기에 계속 오르는 주가에 베팅하는 개인투자자가 늘어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명지 삼성증권 투자정보 팀장은 “에코프로 주가 급등은 여러 수급 요인이 혼재된 것 같다”며 “지난주 외국인이 3200억원 매수를 기록하며 급등한 때는 ‘숏 커버링(공매도한 뒤 주식을 돌려주기 위해 시장에서 다시 사들이는 것)’으로 인한 매수세로 볼 수 있지만, 최근의 체결 강도 등을 보면 개인이 계속 매수하고 있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익명을 요청한 자산운용사 대표는 “오는 8월에 MSCI에 편입될 수 있다는 기대감에 개인들이 겁 없이 매수하는 모습”이라며 “여기에 더해 최근 2차전지 상장지수펀드(ETF) 등이 신규상장 되자 개인 자금이 유입되며 돈이 돈을 부르며 위험하게 올라가는 모습”이라고 설명했다.
개인투자자는 올해 꾸준히 에코프로를 사 모으고 있다. 올해 들어 지난 7일까지 개인투자자 순매수 상위 1위는 에코프로가 차지했다. 10일에도 개인은 1735억원 순매수를 기록했다. 지난 6월부턴 1조6188억원어치를 사들여 순매수 상위 2위를 기록했다.
실제로 소액주주 숫자도 늘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3월 31일) 기준 에코프로 소액주주는 17만1131명이다. 이는 지난해 연말(12월 31일)과 비교했을 때 56.11% 증가한 수치다.
김연주 기자 kim.yeonjo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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