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국에 '맞짱' 뜨는 작지만 강한 나라 리투아니아

오문수 2023. 7. 10. 17: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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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유럽여행기③] 유럽 곳곳에 우크라이나를 지지 국기가 걸려 있다

[오문수 기자]

 리투아니아 카톨릭 신앙 중심지 빌뉴스 대성당 모습
ⓒ 오문수
강대국에 맞짱뜨는 작지만 강한 나라 리투아니아를 방문했다. 리투아니아는 발트 3국 중 가장 인구가 많고 국토 면적도 넓은 나라다. 발트 3국 중 가장 넓다고 해도 한반도의 1/3에 해당하는 6만 5300㎦에 불과하고 인구도 280만 명 밖에 안 된다. 인구구성 비율을 보면 리투아니아인 83%, 폴란드인 6%, 러시아인 4.8%이며, 종교는 카톨릭 79%, 러시아 정교 4.1%, 개신교 1.6%이다.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길거리에서 음식을 먹으며 담소하는 시민들 모습
ⓒ 오문수
동쪽과 남쪽은 벨라루스, 서쪽은 발트해, 북쪽은 라트비아에 닿아 있다. 남서쪽으로는 러시아 역외 영토인 칼리닌그라드주와 폴란드에 면해 있다.

리투아니아는 유럽의 지리적 중심지이다. 1989년 프랑스 지리원에서는 리투아니아 빌뉴스가 유럽의 중심이라고 발표했다. 리투아니아는 슬라브계와 게르만계가 충돌하는 접점에 있어 두 민족이 리투아니아를 차지하기 위한 쟁탈전을 벌인 곳이다.

그런데 이렇게 작은 나라가 지난달 17일 러시아 역외영토인 칼리닌그라드를 연결하는 유일한 육로를 봉쇄해 러시아를 격분시켰다. 유럽연합(EU)이 제재한 품목을 실은 열차를 통과시킬 수 없다는 게 이유다. 격분한 러시아는 국제법 위반이라고 강력 항의하며 "화물운송을 복원하지 않으면 행동을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새벽의 문 모습
ⓒ 오문수
   
 유럽 각국에는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깃발이 걸려있다. 성소수자를 지지하는 깃발을 두른 여인이 횡단보도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 오문수
 
리투아니아가 강대국과 맞짱 뜬 것은 러시아뿐만 아니다. 지난해 11월 리투아니아는 수도 빌뉴스에 대만 외교공관인 '대만대표부'를 신설하도록 허락했다. 이에 대해 중국은 "앞으로 벌어질 모든 일에 대한 결과는 리투아니아의 책임"이라며 보복을 다짐했다.

우리나라는 중국 눈치를 보느라 달라이라마 방문을 거절했지만 리투아니아는 세 번이나 방문했다고 한다. 작은 나라지만 자신들의 주권을 행사하는 데 남의 눈치를 보지 않을 만큼 기가 세다는 의미다.

이유가 있다. 주변 강대국인 폴란드, 러시아, 독일, 스웨덴, 핀란드에게 지배 당했던 리투아니아는 민족의 독립과 자유에 대한 정의가 남다르다. 리투아니아 대학에서 한국어를 가르치기도 했다는 현지 가이드의 말이다.

"푸틴을 가장 싫어하는 국가는 우크라이나는 물론이고 폴란드와 발트 3국입니다. 리투아니아는 발트 3국 중에서 가장 먼저 독립을 이룬 나라입니다. 1972년 19살 청년이 "리투아니아는 독립국가이다! 소련은 물러가라!"며 수도 빌뉴스에서 분신자살하자 전국에 있는 교사들이 일어났지만 러시아군에게 진압당하기도 했습니다.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건물에 걸려있는 우크라이나 국기 모습. 우크라이나를 응원하는 깃발이다.
ⓒ 오문수
1991년 1월 30일에는 소련군대가 리투아니아 데모대를 무력 진압하려고 하자 19살 소녀가 러시아군 탱크에 맞서다 깔려 죽었습니다. 당시 분노한 군중 수천명이 동참하고 생중계되자 서방세계가 독립 국가로 인정해주기 시작했습니다.
에스토니아와 라트비아는 무혈 독립을 했지만 리투아니아는 유혈 독립을 이룬 나라입니다. 세계질서에서 한 나라가 다른 나라를 마음대로 좌지우지하는 시대는 재편되어야 합니다."
  
 나폴레옹이 욕심냈다는 성 안나 교회 모습
ⓒ 오문수
발트 3국은 독립, 자유, 정의에 대한 가치가 남보다 훨씬 강하다. 우크라이나가 무너지면 발트 3국도 무너진다며 응원의 손길을 보내고 있다. 러시아로부터 침략이나 지배당한 경험이 있는 핀란드, 에스토니아, 라트비아, 리투아니아를 돌아보며 건물에 걸린 국기를 유심히 살펴보니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 건물에 우크라이나 국기가 가장 많이 걸려 있었다.

1991년에 독립한 리투아니아는 유럽연합(EU)에 가입하고 나토에도 가입했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는 11일부터 12일까지 빌뉴스에서 정상회담을 연다. 이 자리에는 윤석열 대통령과 일본 기시다 총리도 참석한다.

윤 대통령은 리투아니아에서 열리는 나토정상회의에 참석해 우크라이나 전쟁 상황과 안보 위협에 대한 대응 방안, 또 나토 국가와 인도태평양지역 협력 방안을 논의한다.

베르사이유 궁전을 모델로 삼은 룬달레 궁전

라트비아호텔에서 1박한 일행이 리투아니아 수도 빌뉴스에 도착하기 전 방문한 곳은 베르사이유 궁전을 닮은 룬달레 궁전이다. 룬달레 궁전은 화려한 바로크 양식을 자랑하는 궁전으로, 1730년대에 지어지기 시작했다.
  
 베르사이유 궁전을 벤치마킹해 지은 룬달레 궁전을 구경하고 나온 일행들이 합창을 하며 여행의 기쁨을 즐기고 있다.
ⓒ 오문수
  
 룬달레 궁전 내부의 화려한 모습. 구석에 도자기로 만든 난방시설이 보인다. 18세기에 현재와 비슷한 모습의 난로가 있다는 게 놀랍다.
ⓒ 오문수
성이 지어질 당시 '에른스트 요한 폰 뷔렌' 공작의 여름궁전으로 지어졌지만, 이후 러시아의 지배와 제1차 세계대전, 독립전쟁 등을 겪으면서 병원, 사령관, 학교, 창고 등으로 사용되었다. 20세기 후반에 들어서야 본래 궁전의 모습을 되찾았고 현재는 박물관으로 꾸며진 138개의 방을 둘러보면 라트비아 귀족들의 생활상을 느껴볼 수 있다.
발트 3국을 돌아보며 느낀 감정은 이렇게 아름답고 평화로운 나라에 전쟁의 그림자가 드리워져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다. 모든 인류가 힘을 합쳐 평화로운 세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베르사이유 궁전을 모델로 삼은 룬달레 궁전의 정원 모습
ⓒ 오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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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글 | 여수넷통뉴스에도 송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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