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환자, 요양 환자를 위한 시술 – 도관 삽입 및 배액술 [혈관 건강과 직결되는 당신의 다리 건강]

헬스조선 편집팀 2023. 7. 10.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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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세 시대. 2009년 UN에서 처음 사용된 표현이다. 위생과 영양 상태가 좋아지고 의료기술이 발전하면서 인간의 수명이 비약적으로 늘어나게 된 게 최근의 일은 아니라 할 수 있다. 통계청 자료에 의하면 우리나라의 평균 수명은 이미 80세를 훌쩍 넘겼다. 그래서인지 근래 들어서는 수명보다도 삶의 질에 대한 이야기가 더 자주 들려온다. 얼마나 건강하게, 불편감을 느끼지 않고 사는지가 중요한 시대가 되었다.

요람에서 무덤까지 아픈 곳 하나 없이 지낼 수 있다면 가장 좋겠지만, 생로병사는 자연의 이치이기에 살다 보면 어디 한 군데 아픈 구석이 생기는 것을 막을 수는 없다. 어떤 질병은 오면 가지 않고 계속 나와 동거하게 되기도 한다. 이렇게 긴 병으로 아픈 분들이 조금 더 편안하게 지내도록 도와주는 의료가 있다. 오늘 소개할 내용은 필자의 전문 분야에서 시행되는, 환자의 불편감을 덜어주는 의료에 대한 얘기이다.

요양병원은 긴 병을 얻어 자택에서 일상생활이나 치료를 하기 어려운 분들을 모시는 곳이다. 시내에서는 자주 볼 수 없지만, 교외의 한적한 도로를 달리다 보면 심심찮게 눈에 들어온다. 요양병원은 짧은 치료를 하는 다른 병원들과는 다르게 입원 기간이 몇 주에서 몇 달, 몇 년이 되는 경우도 있다. 이렇게 장기간 입원생활을 하면서 환자들의 영양공급이나 약물 주입을 위해서 주사를 놓아야 하는 경우가 왕왕 있는데, 주사를 놓다 보면 손등, 팔, 다리 어디 한 군데 바늘에 찔리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로 주사를 많이 맞게 되는 경우도 있고, 더러는 혈관이 약하고 가늘어 처음부터 주사를 놓기 어려운 경우도 있다. 이런 불편감을 덜기 위해 딱 한 번만 주사를 맞고 나서 그 주사를 오래오래 쓸 수는 없을까?

크게 두 가지 방법으로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하나는 말초삽입 중심정맥관(PICC)이고, 다른 하나는 매립형 정맥포트 혹은 케모포트(implantable venous port or chemoport)이다. 말초삽입 중심정맥관의 경우 초음파를 보고 윗 팔에 있는 정맥을 바늘로 찌른 뒤 혈관 안쪽으로 기다란 관을 밀어 넣어 관 끝을 가슴 안쪽 큰 혈관에 위치시키는 시술이다. 한 번의 주사로 장기간 수액을 맞을 수 있고 음식을 먹지 못하는 환자에게 영양을 공급할 수 있어 주사를 놓기 어려운 입원환자에게 가장 보편적으로 시행되는 시술이다. 국소마취를 한 바늘하고 10분 정도면 시행할 수 있는 비교적 간단한 시술이지만, 안전하게 시술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실시간으로 관의 위치를 확인할 수 있는 영상장치가 필요하며, 혈관이 좋지 않은 경우 의사의 경험에 따라 시술의 성패가 갈리기도 한다. 교과서적으로는 2주에서 2개월 기간 동안 사용할 수 있다고 되어 있지만 깨끗하게 소독하며 사용할 경우 그 이상의 긴 기간에도 문제없이 잘 사용할 수 있다.

정맥포트의 경우 쇄골 아래쪽에 넓게 국소마취를 하고 3-4cm 정도 피부 절개를 한 뒤 작은 허브(바늘로 쉽게 찌를 수 있도록 피부 아래에 넣는 구조물)를 넣는다. 그다음 허브에서 정맥 안쪽으로 가느다란 관을 하나 연결하게 된다. 이렇게 20여분 간단한 시술을 통해 피부 아래에 허브를 심고 나면, 성인 남자의 엄지손가락 한 마디 만한 크기의 이 허브를 바늘로 찔러 수액을 주입하고 수액 주입이 끝나면 다시 바늘만 제거하는 방식으로 간편하게 사용할 수 있다. 말초삽입 중심정맥관과 마찬가지로 이 시술 역시 초음파를 이용해 혈관 안으로 관이 들어가는 부위를 확인하고, 실시간으로 투시 영상을 보면서 관의 길이를 결정하면 더욱 안전하게 시행할 수 있다. 정맥포트는 시술받을 때 가슴 쪽에 상처를 낸다는 것과 수액 주입 시에 가슴 쪽 피부를 한 바늘씩 찔러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하지만 수개월 이상 긴 기간 동안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으며 세균 감염의 위험이 매우 적다. 상처가 아물고 난 뒤에는 몸 밖에 나와 있는 부분이 없기 때문에 샤워나 목욕을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이 밖에도 입원생활을 하다 보면 몸에 염증이 생기면서 복수나 흉수가 차는 일이 생길 수 있다. 그 양이 많지 않다면 약을 써서 물의 양을 조절할 수도 있지만, 그 양이 많아 숨쉬기가 어렵거나 배가 너무 빵빵해지는 경우, 국소마취를 한 뒤 물을 빼주는 도관을 삽입해 배액하는 간단한 시술을 통해 환자의 불편감을 덜어줄 수 있다.

오늘 얘기한 시술들은 환자의 몸에 큰 부담이 되지 않고 시술에 따라오는 위험이 적은 편이다. 이런 시술을 받기 위해 응급실을 통해 종합병원 시술실을 방문하는 것은 환자에게도 힘든 일일뿐더러 의료 자원의 낭비라 할 수 있다. 지역마다 대학병원에서 다년간 경험을 쌓은 뒤 의원에 나와 이런 시술을 전문으로 시행하는 의사들이 있다. 이런 의원들이 긴 병과 함께하는 환자들의 가려운 부분을 긁어주는 데 있어 그 역할을 다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기고자: 더으뜸 정형외과 이상준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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