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가입'에 갈라진 나토…미·독 "신중히" 영·동유럽 "지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두고 내부 분열하고 있다. 종전 또는 정전 후 우크라이나를 나토 회원국으로 끌어안겠다는 확실한 약속을 해주자는 영국·동유럽 국가와 달리 미국·독일 등은 “지금 우크라이나에 필요한 건 전투력 강화”라며 신중론을 펼치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500일(8일 기준)을 넘어선 시점에서, 서방 측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동연대, 대(對)러시아 단일대오에서 엇박자를 내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진다.
우크라 나토 가입이 최대 쟁점
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워싱턴포스트(WP)·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나토 31개국 정상들은 오는 11~12일 리투아니아의 수도 빌뉴스에 열릴 정상회의의 최대 쟁점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문제다. 로이터는 관련 보도에서 “나토가 우크라이나와의 미래 관계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지가 이번 정상회의를 지배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러시아의 침공 직후 나토 가입을 신청했지만 회원국 간 의견이 갈리면서 현재까지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태다. 분쟁 중인 국가는 가입할 수 없다는 나토의 원칙에 발목잡힌 데다, 확전을 우려한 동맹국들이 우크라이나의 가입을 꺼렸다.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가입할 경우 ‘집단 방어’를 규정한 나토 조약 5조(회원국이 공격을 받을 경우 나토가 자동 개입)에 따라 나토가 러시아와의 전쟁에 참전해야 한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정상회담에 앞서 미국 ABC·CNN 방송과 인터뷰하며 “나토 동맹이 우크라이나를 초대하는 것은 러시아를 향해 ‘서방은 모스크바를 두려워하지 않는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전달할 것”이라며 “이번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 나토 가입에 대한 확실한 보장을 받아내겠다”고 했다.
英·동유럽, 우크라 조기 가입 지지
러시아·우크라이나와 인접한 동유럽 회원국들은 자국의 안보를 우려해 젤렌스키 대통령을 적극 지지하고 나섰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최근 불가리아와 체코 등을 전격 방문해 나토 조기 가입을 위한 지지를 촉구했다. 두 나라를 포함한 나토 내 동유럽 지역 회원국들의 비공식 그룹 ‘부쿠레슈티 9’은 지난해 10월 우크라이나의 나토 조기 가입을 지지하는 공동성명을 냈다.
영국도 우크라이나의 나토 조기 가입을 지지한다. 영국은 지난 2008년 루마니아 부쿠레슈티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공동성명에서 우크라이나·조지아의 나토 가입에 동의했다는 점을 강조하며 “우크라이나가 나토 가입을 위해 멤버십행동플랜(MAP)을 이행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MAP란 나토에 가입하려는 국가는 정치와 국방 등 국정 전반의 수준을 나토가 요구하는 수준으로 개혁한다는 원칙이다.
제임스 클레벌리 영국 외무장관은 “나토는 스웨덴과 핀란드가 가입 신청서를 낼 때 MAP를 요구하지 않았다”면서 “영국은 우크라이나인들이 전장에서 보여준 행동을 통해 MAP 국방 개혁 요건을 달성했다고 보고 있으며, 모든 나토 동맹국도 이에 동의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위한 명확한 경로를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美·獨 "시기상조, 전투력 강화할 때"
반면 미국과 독일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에 부정적이다. 양국은 우크라이나가 MAP를 충족하지 않고는 나토 회원국이 되는 게 불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CNN과의 인터뷰에 “나토를 하나로 묶는 것은 정말로 중요한 일이며, 전쟁이 한창인 지금 우크라이나를 가족으로 받아들이는 것에 만장일치가 나올 수 없다고 생각한다”며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논의 자체가 “시기상조”라고 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현재 상황을 냉정하게 살펴야 한다”면서 “우크라이나의 최우선 과제는 (나토 가입이 아닌) 전투력 강화”라며 나토 가입 논의 자체를 일축했다.
예브게니 가버 대서양위원회 국가 전문가는 “우크라이나 전쟁이 한창인 상황에서 나토 가입 여부를 논의하자는 국가는 아무도 없다”면서 “우크라이나가 원하는 것은 정상회의에서 우크라이나가 나토에 언제, 어떻게 가입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명확한 답변과 안전 보장”이라고 설명했다. FT는 “미국과 독일은 단지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을 주저하는 것”이라며 “(동유럽 등) 다른 나토 회원국이 이들의 보수적인 입장에 허를 찌르고 있다”고 전했다.
박형수 기자 hspark97@joongang.co.kr
Copyright © 중앙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화사, 공연음란죄로 고발 당했다…"변태적 성관계 연상, 불쾌" | 중앙일보
- 환자에 폰 번호 찍어준다…밤 9시 응급수술하는 '망막 명의' | 중앙일보
- 불륜 남편에 복수?…코코 리, 1600억 유산 한푼도 안 넘겼다 | 중앙일보
- '잔액부족' 뜨자 택시기사 돌변…"데이트 하자"며 유사강간 | 중앙일보
- "뱀이라 죽인 것"…부모 잔혹살해한 딸 "살인 아닌 살생" 주장 | 중앙일보
- "훑는게 아니라 만지고 찌르고"…앤팀 팬사인회 속옷 검사 논란 | 중앙일보
- 차수웅 우성해운 창립자 별세…차인표 "아버지 천국서 만나요" | 중앙일보
- 당구 캄보디아댁 누적상금 2억 돌파…"살림 잘하는 남편 고마워" | 중앙일보
- 신체 중요 부위 노출...이 여성 캐릭터로 7000만원 번 20대 | 중앙일보
- "속옷 거꾸로 입혀져…" 캄보디아 사망 BJ 성폭행 의심 정황 | 중앙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