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한양행, 창업주 정신 받든다...폐암 신약 렉라자 ‘무상 제공’
급여 등재 전까지 ‘무제한’ 무상 공급
등재 후에도 ‘환자 접근성’ 위한 지원 계속
유한양행이 환자 1인당 연간 7300만원의 약값이 드는 비소세포폐암 신약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를 당분간 무상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가장 좋은 상품을 만들어 국가와 동포에 도움을 주자” 유한양행은 창업주인 고(故) 유일한 박사의 유지를 이어가겠다는 이유에서다.
유한양행은 10일 오후 서울 중구 더플라자 호텔에서 유한양행 R&D 및 사회공헌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이날 조욱제 유한양행 사장은 “유한양행은 창업주인 고(故)유일한 박사님의 창업 정신을 계승하고자 렉라자 1차 치료제 ‘EAP’를 시행하기로 숙고 끝에 결정했다”며 “투병만으로도 힘든 폐암 환자 분들이 치료에 대한 경제적 부담까지 떠안는 것을 막고자 사회 환원이란 중요한 이념을 바로 실천하고자 한다”고 밝혔다.
동정적 사용 승인 프로그램이라고도 일컫는 EAP(조기 공급 프로그램, Early Access Program)는 전문의약품이 시판 허가된 후 진료 현장에서 처방이 가능할 때 까지 동정적 목적으로 해당 약물을 무상 공급하는 프로그램이다.
앞서 렉라자는 지난 6월 30일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1차 치료제로 확대 변경 허가를 받았다. 2차 치료제로서 시장에 등장한지 2년 만의 일이다. 1차 치료제 허가는 해당 적응증 환자에게 가장 먼저 처방을 할 수 있다는 의미이기 때문에 3세대 EGFR-TKI 기전 표적 항암 치료제 치료를 희망하던 환자들에게는 희소식이다.
렉라자 1차 치료제 EAP는 진료 현장에서 정상적 처방이 가능할 때까지, 즉 보험 급여 등재에 성공할 때까지 각 의료기관 생명윤리위원회(IRB)의 검토 및 승인과 환자의 자발적 동의를 거쳐 환자들에게 렉라자를 ‘무제한’ 무상 공급하는 형태로 진행된다.
대상 환자는 이전에 치료를 받은 적이 없는 EGFR 엑손 19 결손(Exon19del) 또는 엑손 21(L858R) 치환 변이된 국소 진행성 또는 전이성 비소세포폐암 환자로 렉라자 1차 치료 적응증에 해당되는 모든 환자다. 프로그램은 렉라자를 1차 치료제로 처방하기 원하는 전국 2,3차 의료기관에서 시행될 예정이며 국적, 성별 등에 상관없이 모든 환자들을 대상으로 운영된다.
이번 EAP 시행으로 전국 2만여명 이상의 비소세포폐암 환자들은 연간 7300만원의 약값을 절감할 수 있게 됐다. 국립암센터 국가암등록사업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내 폐암 환자 수는 2만8949명이다. 전체 폐암 환자 중 비소세포폐암 환자의 비중이 평균 80~85%이고, 전이도 쉽게 일어나기 때문에 최대 2만4600명가량의 환자가 혜택을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조 사장은 “폐암으로 고생하시는 환자 분들 중 상당수가 렉라자와 같은 3세대 EGFR-TKI로 치료를 원하고 있지만 렉라자를 비롯한 3세대 치료제가 보험 급여 등재가 되지 않아서 치료를 받지 못하는 상황을 보면서 회사 입장에서 많이 안타까웠다”며 “이에 이번 1차 치료제 허가 이후 약가가 나오기 전까지는 몇 명이 되든 환자들에게 EAP를 시행하기로 내부적으로 결정을 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내부적으로 예산안을 산출한 결과 약가 등재 전까지 무제한 공급을 진행해도 회사에서 충분히 감당할 수 있을 것으로 파악했기 때문에 환자나 횟수에 제한을 두지 않고 EAP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렉라자 EAP는 이달 내 본격 시행된다. 이미 전국 2,3차 의료기관에 EAP 진행 여부를 알아보기 위한 설문을 진행했으며 현재 심의 접수를 의뢰하는 중이다. 유한양행 측은 이달 내 EAP 수혜를 받는 환자가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보험 급여 등재 이후에는 EAP가 자동으로 종료된다. 경쟁사와의 공정 경쟁 등 문제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렉라자의 보험 급여 등재는 이르면 내년 1~2분기 경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
임효영 의학임상본부 부사장은 “보험 급여가 등재된 이후에는 공정 경쟁 등 컴플라이언스 문제에 따라 EAP를 계속 시행할 수 없다”며 “다만 추후 다양한 경로로 무상 공급까지는 어렵지만 최대한 그에 상응하는 지원책을 마련해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을 제고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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