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헬로스테이지] 27년차 ‘시카고’의 원초적 유혹

박정선 2023. 7. 10. 15: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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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 기간 사랑을 받는 작품에는 다 이유가 있다.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개막한 뮤지컬 '시카고'는 전 세계 36개국 500개 이상 도시, 3만2500회 이상 공연, 3300만명 관람이라는 기록을 썼다.

기승전결의 일반적인 플롯을 갖춘 다른 공연들과 달리 '시카고'는 미국 보드빌 쇼 형식을 통해 스토리보다 각 캐릭터를 부각시키고 이를 통해 관객이 그 이면에서 캐릭터들 사이에서 벌어졌던 사건과 스토리를 유추하도록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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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6일까지 서울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오랜 기간 사랑을 받는 작품에는 다 이유가 있다. 지난달 27일 서울 용산구 블루스퀘어에서 개막한 뮤지컬 ‘시카고’는 전 세계 36개국 500개 이상 도시, 3만2500회 이상 공연, 3300만명 관람이라는 기록을 썼다. 브로드웨이에서 25년간 9690회 이상 공연되며 브로드웨이 역사상 가장 롱런하고 있는 뮤지컬이다.

ⓒ신시컴퍼니

‘시카고’는 올해로 27주년을 맞이하며 그 명성을 더하고 있다. 이번 한국 공연은 25주년 기념 오리지널 내한 공연으로, 당초 25주년을 맞아 2021년 공연 예정이었으나 코로나19 영향으로 지난해 10월 미국 유티카를 시작으로 애틀란타, 워싱턴 DC, 시카고 등 51개 북미 투어를 마치고 지난 5월 한국에 입국했다.

1924년 시카고 트리뷴지에 실렸던 살인사건 기사를 소재로 한 ‘시카고’는 살인 혐의로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 벨마 캘리와 록시 하트가 살인자에서 최고의 스타로 떠오르는 과정을 그린다. 살인과 거짓으로 점철된 잔혹한 범죄 이야기에 왜 사람들이 환호할까. 사실 ‘시카고’는 스토리 보단 음악과 안무 등 쇼적인 면이 관객의 시선을 먼저 사로잡는다.

기승전결의 일반적인 플롯을 갖춘 다른 공연들과 달리 ‘시카고’는 미국 보드빌 쇼 형식을 통해 스토리보다 각 캐릭터를 부각시키고 이를 통해 관객이 그 이면에서 캐릭터들 사이에서 벌어졌던 사건과 스토리를 유추하도록 한다. 사실 스토리를 읽는 것보다 쇼를 보는 것이 더 중요한 뮤지컬이다. 몇 번을 봐도 이 작품에 지겨움을 느끼지 못하는 이유다.

ⓒ신시컴퍼니

요즘 뮤지컬 무대에 비해 ‘시카고’의 무대는 화려하지도, 그렇다고 매우 역동적이지도 않다. 공연의 시작부터 끝까지 14인조 빅밴드가 무대 중앙을 떡하니 차지하고 있다. 이 오케스트라 박스가 무대에서 거의 유일한 구조물이다.

그럼에도 무대는 촌스럽고 단출한 느낌보다 세련된 느낌이 강하다. ‘쇼 비즈니스의 제왕’이라고 불린 전설적 안무가 밥 포시가 원작 연극을 뮤지컬로 재창작해 연출한 만큼, 작품은 뮤지컬의 기본인 춤과 노래로 승부를 건다. 농염한 재즈 선율과 관능적인 안무 그리고 재즈 오케스트라의 연주는 이 작품의 흥행 이유를 제대로 증명해낸다. 공연 중 익살맞게 배우들과 대사를 주고받는 지휘자는 제2의 배우로 즐거움을 안긴다.

한국어 번역 자막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영어 원문 대사의 의도나 상황, 캐릭터의 성격에 따라 한국어 번역 자막은 대사의 크기와 서체를 다양하게 활용한다. ‘시카고’의 대표 넘버인 ‘올 댓 재즈’는 한껏 멋을 부린 듯한 서체가 사용되고, 록시의 넘버에서는 별모양 장식으로 꾸며진 서체를 사용해 스타를 꿈꾸는 그녀의 부푼 마음까지 자막에 담아냈다. 또 여성 사형수들의 욕설 등은 거칠게 휘갈겨 쓴 서체로 표현되는 식이다. 단순히 내용을 번역해주는 것을 넘어 감정까지 실어내는 자막으로 재미와 이해를 높일 수 있도록 했다.

공연은 8월 6일까지 블루스퀘어 신한카드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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