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센강서 수영하세요"…100년 만에 가능해진다

파리 올림픽 앞두고 수질 정화 작업 탄력
1923년 입수 금지한 지 100년 만에 가능

프랑스 파리를 가로지르는 센(Seine)강에서 2025년부터 수영이 가능해진다. 수질 악화로 입수가 금지된 지 무려 100년 만이다. 내년 올림픽 개최를 앞두고 파리시가 2조원을 들여 대대적인 정화사업을 벌인 결과다.

9일(현지시간) 프랑스 일간 르파리지앵, 독일 dpa 통신에 따르면 안 이달고 파리시장은 성명을 내고 센강 3곳을 수영구역으로 지정하고 2025년 개장하겠다고 밝혔다. 수영구역은 생루이섬, 그흐넬르다리, 베흑씨 인근 센강 유역으로 모두 파리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다.

9일(현지시간) 안 이달고 프랑스 파리 시장이 2025년부터 센 강 내 수영을 허용하겠다고 밝힌 뒤 시민들이 센 강에 들어가 수영하는 모습. [사진출처=AFP·연합뉴스]

파리시는 부표를 설치해 수영구역을 구분하고 강변에 샤워실과 탈의실을 마련해 피서객들의 편의를 돕는다. 피서객들은 별도의 부두를 통해 수영구역에 입수하게 된다. 또한 파리시는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 센강을 개막식 무대로 활용하고 철인 3종 경기도 센강에서 치르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센강에서 다시 수영할 수 있게 되는 건 파리지앵들의 오랜 소원이었다. 1900년 파리에서 올림픽이 처음 열렸을 때만 해도 수영 경기는 센강에서 진행됐었다.

수질 악화로 1923년 센강 수영 금지돼

산업화로 센강의 수질이 악화일로를 걷자 센강 수영은 1923년 공식 금지됐다. 1960년대 초까지만 해도 간혹 몇몇 사람이 센강에 뛰어들었으나 이후로는 아예 발길이 끊겼다.

프랑스는 1970년대 들어서며 센강 수질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후 수질이 지속해서 개선되면서 물고기 종류도 눈에 띄게 증가하고 있다. 특히 자크 시라크 전 프랑스 대통령은 파리 시장이던 1988년 초 센강 정화를 약속했고, 1990년에는 '3년 뒤 센강에서 수영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안 이달고 파리 시장이 9일(현지시간) 2025년 센 강 내 수영 허용 계획을 밝힌 뒤 수영 선수들과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출처=AFP·연합뉴스]

하지만 파리는 올림픽 개최지 선정을 앞두고 센 강을 유치운동에 활용했다. 강을 깨끗하게 만들어 개막식과 수영 경기에 활용하겠다는 이달고 시장의 구상을 내세운 것이다.

이에 파리시는 지난 7년간 14억유로(약 2조원)를 투입해 하수 처리장을 설치하고 폐수 방류를 단속하는 등 대대적인 센강 정화사업을 벌였다. 그 결과 지난해 수질검사에서 검출된 수인성 박테리아 수치가 수영이 가능할 정도로 많이 감소했다.

이달고 시장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에 파리 부시장들이 일제히 센강에 입수하는 영상을 올린 뒤 "올림픽 덕분에 2025년에는 센강에서 수영을 할 수 있게 된다"며 "부시장들이 처음으로 강에 뛰어들었는데 곧 저와 여러분의 차례가 될 것"이라고 했다.

방제일 기자 zeilism@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