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희 매월 290만원 수당…"근거 없다" 선관위 질타한 감사원
감사원은 10일 선관위 직원 128명이 청탁금지법(김영란법)을 위반했으며, 노정희·노태악 대법관 등 전·현직 중앙선관위원장이 매달 수백만원의 위법한 수당을 받았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이날 이같은 내용의 중앙선관위와 각급 지방 선관위에 대한 감사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감사는 20대 대선 당시 ‘소쿠리 투표’ 논란을 계기로 지난해 9~11월간 실시된 선관위 기관 감사 결과다. 현재 감사원이 조사 중인 특혜채용 의혹과 별건이다.
감사원은 35개의 구·시·군 선관위 소속 직원 중 일부가 구·시·군 선거관리위원(비상임 명예직)에게 경비를 지원받아 해외여행을 가거나 골프를 치고, 선관위원이 제공한 금품 중 일부가 선관위 직원의 전별금과 회식비로 사용된 사례를 적발했다. 이런 방식으로 청탁금지법을 위반한 선관위 직원은 128명이었다. 감사원은 “지방 선관위원은 현직 법관 출신인 위원장을 제외하곤 모두 별도의 직업을 가진 비상임 위원”이라고 했다. 선관위 직원이 민간 선관위원에게 일종의 향응을 받아 법을 위반했다는 취지다.
선관위 직원 A는 2017년 지방 선관위원과 필리핀 보라카이 여행을 가며 경비 149만원을 받았다. B는 2020년 제주도 골프여행 경비로 139만원을 받았다. 2017~2020년 사이 이같이 여행 경비를 지원받은 선관위 직원은 총 20명, 금액은 1136만원에 달한다. 이 외에도 선관위 직원 89명이 전별금으로 최소 10만~50만원을, 29명이 명절기념금으로 10만~90만원을 각 지방 선관위원으로부터 수수했다(일부 직원은 중복). 감사원은 중앙선관위에 “해당 직원의 비위를 관할 법원에 통보하라”고 요청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해당 금품은 비상임 선관위원이 선관위로부터 받는 회의수당에서 지출됐다. 선관위는 감사 과정에서 “지방 선관위원은 선관위 직원의 상사로 격려금 차원에서 지급된 정당한 사안”이라고 반발했다. 이같은 내용을 청탁금지법 질의사항 관련 내부 게시망에 올려놓고 “선관위원이 상급자로서 위로·격려의 목적으로 사무처 직원에게 금품 등을 제공하는 경우 금액 제한 없이 가능하다”는 내용의 안내도 해왔다고 한다.
하지만 감사원은 비상임 선관위원은 민간인으로 선관위 사무처 직원의 상급자가 아니며, 해외여행과 골프 등은 선거 업무와 관련 없는 ‘사적 행위’라고 지적했다. 감사원 관계자는 “지방 선관위의 오랜 관행으로 선관위가 청탁금지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한 것”이라며 “지방 선관위원이 선거에 출마하는 경우도 있어 이같은 금품수수는 선거의 공정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은 다만 비위 통보를 하며 “선관위의 청탁금지법 안내 자체가 잘못된 부분은 직원 처벌시 참작해야 한다”는 취지의 안내문도 전했다고 한다.
이번 감사에선 비상임 중앙선관위원장·중앙선관위원에게 회의 수당 및 실비 외에 매월 215만원(선관위원 7명)에서 290만원(선관위원장)가량의 월정액 수당을 지급해 온 사실도 적발됐다. 선관위가 관련 예산을 국회로부터 따내는 과정에서 감사원의 지적 사항을 누락하기까지 했다. 그렇게 예산을 받아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지급된 월정액 수당은 6억 5159만원에 달한다. 감사원 지적에 올해부터 관련 수당 지급이 중지됐다. 지난해 사퇴한 노정희 전 중앙선관위원장(대법관)의 경우 재임 기간 매월 290만원을 받아갔다는 뜻이다. 감사원은 선관위에 관련 예산 담당자에 대한 징계를 요청했다.
감사원은 이외에도 선관위가 2019년~2022년 사이 총 23회의 경력채용 과정에서 지원자 57명의 경력점수를 잘못 부여해 서류전형 합격자 3명의 결과가 뒤바뀌었다고 밝혔다. 무자격 시공업체 6곳과 약 3억 1000만원 규모의 공사계약을 체결한 점도 지적을 받았다.
선관위는 10일 오후 입장문을 내고 “선관위원이 소속 직원에게 사회상규에 반하지 않는 범위 내의 격려금을 지급하는 건 하급 직원에 대한 위로나 격려로 보아 청탁금지법상 가능한 것으로 판단하였다”며 “해외여행 동행의 경우 금액적 측면 등 지나친 점이 있다는 것에 공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올해 초부터 여행 등과 관련해 유사사례가 발생하지 않도록 조치했다”고 전했다. 선관위는 감사원의 위법 수당 지적에 대해선 “2019년 감사원 지적에 따라 법을 개정하려 했으나 이뤄지지 않았다”며 “올해 1월부터 관련 수당을 지급하지 않고 있다”고 해명했다. 선관위는 “기관운영 감사를 겸허히 수용하고, 회계 질서 문란 행위를 집중 점검해 투명한 회계 질서를 확립하겠다”고 밝혔다.
박태인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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