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지율 기로 尹, 오염수 방류 '첫 메시지' 주목(종합)
한일정상회담… 사실상 '오염수' 회담
尹 발언 수위에 하반기 국정운영 변화
윤석열 대통령이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방류에 대한 첫 메시지를 내놓는다. 10일부터 4박 6일 일정으로 리투아니아와 폴란드를 방문하는 윤 대통령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의 기간 내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질 예정으로 '오염수 방류'에 대한 입장을 밝힌다. 하반기 국정운영 초점을 내치에 맞춘 만큼 윤 대통령의 발언 수위에 따라 향후 대통령 지지율은 물론 여야 총선 전략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1시 성남 서울공항에서 대통령 전용기인 공군 1호기를 이용해 리투아니아로 출국했다. 윤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는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 한창섭 행정안전부 차관, 장호진 외교부 1차관, 아스타 슬라빈스카이테 주한리투아니아 대사대리, 아를레타 브조조프스카 주한폴란드 대사대리, 김대기 비서실장, 이진복 정무수석,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장의 환송을 받으며 공군 1호기에 올랐다.
윤 대통령은 어두운 남색 정장에 주황색 넥타이를 착용했다. 김 여사는 흰 원피스에 연분홍색 구두 착용했고, 'BUSAN IS READY(부산 이즈 레디)' 키링이 부착된 에코백을 들었다. 이날 김 여사가 든 에코백에는 친환경 운동인 '바이바이 플라스틱 캠페인' 로고가 그려져 있었다.
윤 대통령은 10일~12일 리투아니아에서 나토 정상회의 일정을 마친 후 오는 12일부터 14일까지 폴란드를 공식방문한 뒤 귀국한다. 나토와 폴란드 방문을 통해 공급망과 신시장 개척 등 경제 실익을 챙기겠다는 게 이번 순방의 최대 목표지만 전 국민의 관심사는 한일정상회담에 꽂혀있다. 일본이 올여름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를 방류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번 정상회담에서 기시다 총리가 오염수 방류 계획에 대한 양해를 요청할 것으로 예상돼서다.
이 자리에서 윤 대통령은 오염수 방류에 대한 구체적인 메시지를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국민 건강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한다'는 정부의 기본 입장을 전할 것이라는 게 대통령실의 입장이지만 기시다 총리가 후쿠시마 제1원전 오염수 처리 및 해양 방류와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 여부 등 연계된 의제를 한 번에 꺼낼 가능성이 높다. 최인접국인 한국 정부의 동의를 끌어내 반대 명분을 줄이려는 일본 측의 의도를 감안하면 윤 대통령으로서는 각 사안에 구체적이고 명확한 입장을 전해야 한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국민 안전을 우선으로 하는, 이를 전제로 한 정부의 입장을 사안별로 전하게 될 것"이라며 "IAEA와 일본 정부가 제시한 실시 및 점검 계획이 제대로 이행되는지 모니터링하는 등 정부의 계획은 예정대로 진행된다"고 부연했다.
앞서 대통령실은 "원자력 안전 분야의 대표적 유엔 산하 국제기구인 IAEA의 발표 내용을 존중한다"면서도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금지 조치는 국민이 안심할 때까지 무기한 지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IAEA의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 안전성 입증과 후쿠시마 수산물 수입은 따로 다뤄야 할 문제라는 인식으로 이미 일본 근접 공해상 8개 지점에서 매월 조사를 실시하고 해역 방사능 모니터링 정점을 92개에서 200개로 대폭 확대하는 조치에 나섰다.
하지만 일본 측이 수산물 수입 재개에 강한 압박에 나설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이번 정상회담에서의 윤 대통령 발언에 관심이 집중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실제 윤 대통령의 국정 지지율은 꾸준히 상승, 각종 여론조사에서 30% 후반대~40% 초반대를 유지하고 있다. 하지만 윤 대통령 직무수행 부정평가 요소를 살펴보면 '오염수 문제' 영향이 가장 크다. 지난 7일 한국갤럽 조사 결과에서도 윤 대통령 직무수행 부정평가 이유로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문제'(17%)가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결과적으로 윤 대통령의 발언 수위에 따라 정부여당의 활동폭까지 변화가 일어날 수도 있다. 윤 대통령이 상반기 연이은 '경제 외교'와 지지세력 결집을 위한 '이권 카르텔 타파' 메시지로 지지율을 끌어올리는 상황에서 오염수 방류에 대한 메시지가 향후 국정운영 자체에 변수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윤 대통령이 IAEA의 발표 내용에 대한 신뢰의 메시지를 내놓을 경우, 민주당의 공세도 더욱 격화할 전망이다. 민주당은 지난 9일 라파엘 그로시 IAEA 사무총장과 면담 자리에서 "일본 편향적 검증을 했다"며 IAEA의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배출 안전성 평가' 종합보고서를 강하게 비판했다. 더욱이 야당 의원들로 구성된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저지 국회의원단'이 10일부터 2박 3일 일정으로 일본 도쿄를 방문, 기시다 총리 관저 앞에서 집회하겠다는 계획도 세웠다.
대통령실은 야당의 이같은 움직임을 신뢰 외교를 거스르는 행위로 해석하고 있다. 대통령실 관계자는 "세계적 전문가들이 진행한 과학적인 조사 결과를 한 정부의 대표 야당이 공식적으로 부정하고 비난하는 행위는 사실상 국익을 저해하는 행동"이라며 "국제 사회 일원으로서 신뢰 외교를 지향해야 할 책임도 생각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위 기사에서 활용한 여론조사의 오차범위는 95% 신뢰수준에서 ±3.1%p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배경환 기자 khba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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